매일時評 [울산광역매일]국가정원을 ‘헌팅 성지’에서 ‘문화의 성지’로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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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매일시평> 국가정원을 ‘헌팅 성지’에서 ‘문화의 성지’로

 태화강 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에 이어 지난 2019년 전국에서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의 대표적인 시민 휴식 공간이다. 이런 휴식 공간이 요즘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오후 9시~10시 이후 술집과 식당 등이 문을 닫자 갈 곳 잃은 20~30대 시민들이 태화강 국가정원을 찾아 음주가무를 즐기면서 일부 뒷정리를 하지 않는 수준 낮은 시민의식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기관에서는 인원 부족과 태화강국가정원 관리 조례가 아직 없어서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실정으로, 문제가 지속 될 경우 6월 7일 이후 일부 시설을 폐쇄할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한편에선 대전광역시와 `노잼(no+재미)도시` 1, 2등을 다투는 울산 지역의 청년들은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야기시킨 새로운 여가 돌파구로서, 헌팅 성지로서 9시 이후 태화강국가정원을 찾는다고 말해 대조를 이룬다.   


 지난 2002년부터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 길거리 응원 문화를 상기해보자. 한국식 길거리 응원을 찬양했던 해외 언론들의 한결 같았던 논조의 중심엔 질서와 이에 기인한 평화로움과 청결함이었다. 한국은 주요 응원 거점마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모였음에도 질서가 있었고 한국대표팀의 경기 결과에 따라 군중들이 이성을 잃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광장의 청결 상태가 인파가 모이기 직전과 직후가 거의 같았다는 점이 차이였다. 단지 폐기물 수거 차량들이 인파에 의해 미리 수거ㆍ분리된 폐기물들을 실어 나르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유럽과 남미엔 전례 없던 문화이다 보니 그들이 경악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길거리 응원문화는 젊은이들이 만들고 기관이 행정지원만 한 긍정의 결과물이었다. 


 1980년대 당시 유흥의 중심지였던 서울 신촌이 집중단속의 표적이 되자 유동인구가 홍대 쪽으로 넘어오면서 서서히 발전하게 된 것이 홍대 예술거리의 시초다. 90년대에는 시대적 분위기와 지리적 이점 등으로 인해 인디 밴드 문화가 자생적으로 발달하며 전체적인 홍대거리의 흐름이 미술에서 음악으로 넘어가게 되었고, 거리공연문화의 붐을 조성하는데 일조하였다. 홍대거리는 유행에 따라, 시대의 분위기에 따라 점차 자리 잡은 청년들의 문화인 것이다. 


 천안에서 길거리 공연하던 `버스커 버스커`가 부른 `여수 밤바다` 노래가 빅 히터 하며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곳이 바로 전남 여수이다. 이 노래 하나로 여수 포장마차촌이 토요일밤 성지가 되었고 그로 인해 여수의 주요 관광 산업이 같이 붐을 이루게 되는 선순환 구조로 바뀐 계기가 되었다.
가까운 부산만 하더라도 광안리는 여름 휴가철 젊은이들의 해방구, 성지인 것이다. 콘텐츠란 이런 것이다. 자연 발생적인 청춘들의 문화는 막대한 홍보비를 들여서 동영상을 만들고 KTX와 서울역 광장에 홍보한다고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울산의 청년문화를 돌아보자. 축제 숫자로는 전국 최고에 들어가지만 반면 젊은이들의 놀이문화는 전무 하다시피 하다. 이런 노잼 도시 울산에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놀이문화가 발생 되고 있다. 바로 밤 9시 이후 태화강 국가정원이 새로운 울산의 부킹 성지로 부각되어 청춘들이 몰려드는 것이다. 그러나 쓰레기 대란이라며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린다. 사람들이 모이는데 어찌 부작용이 없겠는가? 그러나 점차 그들만의 울산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갈 것이라 믿는다. 월드컵 거리 응원도 초반엔 쓰레기 문제로 뭇매를 맞았었다.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시작된 울산발 젊은이의 성지는 점차 그 범위를 태화강을 중심으로 울산 전역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쓰레기 문제에 있어 시민의식만 탓할 게 아니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서울 한강공원의 대처법을 참고삼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다면 향후 태화강국가정원은 젊은이들의 헌팅 성지에서 홍대 예술거리나, 광안리, 여수처럼 `문화의 성지`로 알려져 전국에서 수많은 청춘문화들이 관광오지 않겠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지만, 악화를 양화로 만들 수 있는 긍정적인 행정 정책을 기대한다. 너무 맑은 물엔 물고기가 살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