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파란 창공이 끝도 없이 펼쳐진 토요일이다. 어쩜 저렇게 고운 햇살로 우리의
마음을 아는 듯 상쾌하게 해주려고 쏟아낼까? 오늘은 저 하늘을 힘찬 날갯짓 하며 훨훨 나르고 싶다. 갈매기 날개도 좋고 비둘기 날개도 좋다.
때론 독수리 날개도 달고 나르고 싶다. 어떤 날개라 할지라도 바람을 가르며 창공을 힘차게 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면 이런 일을 하고 싶다. 가을이 가기 전에 하늘을 자유롭게 날며 땀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에게는 시원한 바람을 날개에 품어 보내고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신선한 바람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과 애국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지혜의 바람을 나라를 망가트리고 좀먹는
정치인이나 그런 일을 하는 자에게는 일 년 내내 시베리아의 춥디추운 칼바람을 독수리 날개에 실어 내려보내면 속이 시원할 것 같다. 그래서 누구나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월 첫 주의 토요일은 해피 가족이 모여 소풍을 가듯 전국에
있는 명산을 찾아 산행하는 날이다. 이날을 그토록 기다려지는 것은 웬일일까?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씨를 품고 있는 미인들과 중후한
인품을 갖춘 남자 회원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 아닐까?. 거기는 행복한 웃음이 있고 아름다운 대화가 오고 가는 곳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미지의
세계를 감상하며 그곳의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고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즐거움을 공유하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한편 생각하면 해피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건강도 돌보고 행복한 웃음으로 잔치를 한다는 것은 큰 자랑이다. 오늘은 광주광역시에 자리 잡고 있는 무등산을 가는 날이다. 버스는 무등산의
신비로움을 담아오려는 회원들의 부픈 꿈을 싣고 그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버스는 무등산 입구까지 왔다. 여기서부터 산행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산 위로 달린다. 한참을 달려온 버스는 드디어 매표소까지 와 원효사 주차장에 멈췄다. 산허리를 돌아
반쯤 올라온 기분이다. 모두 내려 산을 탈 준비를 했다. 여기서 서석대(瑞石臺) 까지는 이정표에 4km라고 써놓았다. 올라가는 초입에는 무등산
옛길(옛길2구간) 이라는 비석을 세워놓았다. 그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올라가는 오솔길은 울퉁불퉁하게 바위가 깔린 길이다. 등산한다기보다는
트래킹을 하는 둘레길 같다. 다만 바윗길이라 걷기가 사나울 뿐이다. 아마도 울퉁불퉁 솟아오른 바위는 우리 발바닥의 용천혈을 자극해 건강을 지켜줄
것이다. 이것도 신께서 우리의 건강을 생각해 만들어 놓은 길 같다. 길 양쪽으론 조릿대가 산에 짝 깔려있다. 조리대는 일명 산죽이라고도 하는데
어린 대나무 같이 보인다. 늘 푸른 잎을 가지고 사는 상록성 식물로 줄기는 1~2m로 낮게 자란다. 잎은 대나무 잎처럼 생겼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무등산과 김덕령 장군에 대한 글이 보인다. 너무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싸우신 훌륭한 분을 이곳에서 비석이라도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오늘의 행운이다. 이 어른은 1594년 세자의 분조(分朝)로 세워진 무군사(撫軍司)에 지략과 용맹이 알려져 세자로부터
익호장군(翼虎將軍)의 칭호를 받고, 선조로부터 다시 초승 장군(超乘將軍)의 군호를 받았다. 임진왜란 때 의병대장으로 활약했던 김덕령
장군(1,567년~1,596년)은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충효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용기가 남달랐던 장군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의병 활동에 참여해 여러 차례 왜군을 무찔렀으나, 선조 29년(1,596년) 이몽학의 반란을 토벌하다 무고로 투옥되어 옥사하였다. 그는
민초들의 가슴에 구국의 영웅으로 새겨져 이와 관련된 유적지 등이 무등산 곳곳에서 많이 남아있다. 유적지로는 충장사가 있고 의상봉(비마적 바위)
지왕봉(뜀바위) 주검동 유적지 등이 있다
역시 산은 걷기가 아무리 편하고 좋은 곳이라 할지라도 올라갈 때는 힘이 든다. 이마에선
땀방울이 흐르기 시작한다. 7부 능선까지 올라갔을 때였다. 우리는 둘러앉아 잠시 쉬며 집에서 싸 온 간식을 즐겼다. 김경이 박현자 회원과 세
사람이 자리를 함께했다. 두 분이 싸 온 음식이 얼마나 맛있던지 맘껏 배를 호강시켰다. 잠시 대화를 하다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파랗게 물든 하늘이 그리도 아름다울 수 없다. 구김살 하나 없이 평화롭게 펼쳐진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움이 상상을 초월한다.
거기다 신선한 공기는 마음마저 상쾌하게 해준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나뭇잎을 스쳐 지나가는 소리 또한 향기롭다. 이렇게 아름답고 환상적인
날씨를 오늘 우리에게 선물로 준다. 가을은 우리의 마음속에 감성을 집어넣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여 행복으로 물들게 한다
우리는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숲은 자연의 흐름에 따라 날마다 변할 것이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의 추위를 이겨낼 것을 그 나름대로 준비할 것이다.
이것이 자연에 순응하는 법칙이다. 이렇게 보배스러운 자연을 감상하며 올라가다 보니 용추 삼거리 길이 나온다. 여기서 회원들은 정상을 밟지 말고
내려가자는 분과 정상까지 가야 한다는 팀으로 나누어진다. 오죽 힘이 들면 정상을 밟아보지 못하고 내려간다고 할까? 아무리 힘이 들어도 필자는
정상을 밟아 보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이원갑 목사님과 장선덕 본부장이 선두에서 이끌어 주신다. 여기서 서석대까지는 이정표에 1.2km라고
쓰여있다. 이원갑 목사와 장선덕 본부장은 회원들의 추억을 만들어 주려고 사진찍기 바쁘다. 몇 명의 회원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며 서석대를 향해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은 완전 깔딱 고개다. 얼마나 힘이든지 당장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있는 힘을 다해 서석대까지
올라왔다. 바라만 보아도 아~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큰 바위를 두부 자르듯 길게 4각형 5각형으로 어떤 것은 6각형 7각형으로 깎아 성벽처럼
쌓아 놓았다. 신께서는 이렇게 자연을 상상을 초월할 만큼 신비롭게 만들어 놓고 우리에게 마음껏 감상하며 즐기라 한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하늘에서
내려온 장수들이 "마작"을 이곳에 와서 즐기다 하늘로 올라갈 시간이 급해 마작 패를 허물지도 못하고 올라간 것이 아닌가 싶다. 참으로 아름답다.
어쩜 이리도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를 웅장하고도 섬세하게 또 정교하게 "마작" 패처럼 깎고 다듬어 쌓아 놓았을까?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알림판에는 서석대(瑞石臺)를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무등산의 천왕봉(1,187m)의 남서쪽에 병풍처럼 서 있다. 서석대는
해발 1.100m이며 무등산 주상절리대의 일부로 입석대보다 풍화 작용을 적게 받아 한 면이 1m 미만인 돌기둥들이 약 50여m에 걸쳐 동-서로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87~8천 5백만 년 전 화산분출 때문에 11만 년 전에 만들어진 마지막 빙하기를 거쳐 지표에 노출되기 시작하고 긴 시간
비바람을 맞으며 현재의 수려한 주상절리와 주변의 너덜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돌 병풍 같은 서석대(瑞石臺)에 저녁노을이 비치면 수정처럼
반짝인다 하여 "수정 병풍" 이라고도 불린다. 서석(瑞石)은 선돌의 한자식 표현(음 차용)으로 고대 선돌 숭배신앙의 중요한 표상이었다. 입석대,
서석대로 대표되는 무등산 주상절리대는 2005년 12월 16일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주상절리대란 사전에는
이렇게 설명했다. 단면의 모양이 오각형, 육각형 등 다각형으로 긴 기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바위를 말한다. 화산암 암맥이나 용암, 용결응회암
등에서 생긴다. 제주도 해안에는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절벽을 이루고 있으며,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가 이런 지형에 형성된 폭포이다. 너덜이란
바위가 수만년동아 무너져 내려 쌓인 것을 말한다)
무등산 정상은 천왕봉(天王峰), 지왕봉, 인왕봉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서석대에서 정상까지는 100m도 안 되는 것 같다. 천왕봉(天王峰 [1,187m])에 올라서면 광주뿐 아니라 담양, 영암, 나주, 전북
순창 등 호남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맑은 날엔 지리산도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지왕봉은 꼭대기에 의병장 김덕령 장군이 무술을 연마하고 담력을
길렀다는 뜀 바위가 있다. 인왕봉은 세 봉우리 중 가장 낮으며 서석대 쪽에서 가장 잘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이곳은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라 통제를
하므로 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무등산에서 바라본 광주시는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과 같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으로 광주 인구는
100만 명이 넘는 거대 도시이다. 이렇게 큰 도시를 품고 있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무등산과 광주가 유일하다고 한다. 정상에서 광주시를
내려다보면 사방으로 가지를 뻗고 큰 골짜기들이 여러 갈래로 나 있어 무등산이 광주를 품은 듯 보인다 하여 시민들은 무등산을 어머니 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인터넷과 알림판에 의해 승천암과 입석대에 관해 간단하게 적어본다. 승천암에 대한 전설이다. 승천암(昇天岩)은 옛날
이 부근의 암자에 무엇엔가 쫓기던 산양을 스님이 숨겨준 일이 있었다. 어느 날 스님의 꿈에 이무기가 나타나 산양을 잡아먹고 승천해야 하는데 네가
훼방을 놓았다며 만약 종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너라도 잡아먹어야겠다고 했다. 얼마 후 난데없이 우렁찬 종소리가 들롔다. 이무기는 곧장 스님을
풀어주고 승천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얽힌 바위이다. 입석대(立石臺) 는 무등산 주상절리대의 일부로, 한 면이 1~2m인 5~6각 또는 7~8각의
돌기둥 30여 개가 수직으로 솟아 40여 m 동서로 줄지어서 있다. 입석(立石)은 서석(瑞石)과 같이 선돌이라는 뜻으로 고대 선돌 숭배신앙의
중요한 표상이었다. 입석대도 서석대와 함께 무등산 주상절리대로 2005년 12월 16일 천연기념물 제465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장엄하다. 우리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연신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입석대(立石臺) 아래는 억새가 하얀 손을 흔들며
등산객들을 어서 오로 한다. 아름답고도 장엄한 무등산은 또 하나의 신선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것은 가을의 운치를 억새가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해는 서산 위에 머물며 곱게 노을을 만들어 놓았다. 그 노을은 억새에 내려앉아 붉은빛을 솔바람이 스칠 때면 억새가 파르르 떠는 모습이
마치 한복을 곱게 입은 아름답고 가냘픈 여인의 치마폭이 바람에 날리듯 예쁘기도 하다. 하늘에서는 노을이 아름답게 내려오고 무등산에서는 억새가
기염을 토해낸다. 보는 사람의 눈과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은백색이 되었다가 때로는 휘황찬란한 황금색이 되기도 한다. 이 아름다운 무아지경의
세계를 오늘은 해피 가족과 함께 감상하며 행복한 세계로 빠져본다.
서쪽 산넘어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 해님은 서산 위에 있는
소나무에 걸려 잠시 멈춰있다. 내려갈 시간이 바쁘다. 정신없이 한참을 내려와 보니 장불재(919m)가 나온다. 주위는 억새밭이고 장불재란 표석만
덩그런이 서 있다. 여기서 기념사진을 찍고 우측 중머리재를 향해 걸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나 혼자 떨어져 있음을 알았다. 중머리재까지는
1.5km를 걸어야 한다. 중머리재까지 왔을 때 나를 위해 박원태 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미안한 마음이 앞을 가린다. 마치 구세주를 만난 듯
기뻤다. 여기서 증심사 주차장까지는 2.0km라고 이정표에 쓰여있다. 우리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힘이 솟아난다. 피로는
모두 무등산의 어여쁜 여인 닮은 억새에 두고 왔기 때문이 아닐까?
내려가는 길 양옆으론 수목이 밀림지대처럼 수려하고 개울물이 졸졸
흐른다. 곱기도 고운 새소리 또한 골짜기에 울려 퍼져 무등산 계곡이 향기롭다. 젊은 박원태 대장과 함께 걸으니 나도 젊어진 듯 뿌듯하면서
든든하다. 나에겐 너무도 고맙고 감사한 박태원 대장이다. 글을 통해 고맙다는 감사 인사의 말을 남긴다. 모든 회원이 기다리는 증심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저녁을 먹고 서울을 가기로 해서 식당으로 갔다. 푸짐한 저녁상이다. 김용관 회원이 언제 준비를 했는지 거금을 들여 홍어 무침을 만들어
배달해 왔다. 모두 박수를 보내며 맛나게 먹었다. 해피 가족은 어디를 가든 해피하다. 김용관 회원께도 감사하다는 말을 글로 남기고 싶다.
무등산의 일과는 모두 마치고 서울을 향해 버스는 달린다. 버스 안은 잠시 무도관으로 변했다. 얼마나 노래를 잘들 하는지 음치인
나는 한마디로 부럽기만 하다. 오늘은 칭찬해야 할 두분이 있다. 유인숙 총무와 김명순 부총무다. 이 두 분은 새내기 총무지만 해피 가족을 위해
헌신 노력을 했다. 참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회원들은 남녀 간에 사랑이 아닌 회원 간의 사랑이 이 가을과 함께 무등산의 작은 능금처럼
무르익어가고 있다.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노래를 끝내자마자 이상갑 회장의 인사말을 들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랑을 느끼게 하는 품의가 배어
나온다. 오늘 무등산 산행은 거리도 멀었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산을 한 사람도 낙오 없이 즐겁게 산행하심을 축하한다는 말로 맺는다. 해피
가족 여러분 덕분에 필자도 오늘은 하늘에서 내려준 무등산의 아름답고도 웅장함, 그리고 가냘픈 여성의 자태를 갖춘 억새의 속삭임을 잘 감상하고
아무 탈 없이 맞쳤음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