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
나관중의 삼국지의 주인공은 유비라고 주장할는지 모르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단연 제갈공명이 주인공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소설 속의 제갈량과 정사 속 제갈량의 모습은 차이가 큽니다.
요술로 동남풍을 불러오고, 별자리로 미래를 예측하고
신에 가까운 병법을 시전한 제갈량의 모습은
소설가 나관중이 삼국지연의를 지으며 창작해낸 허구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린 제갈량을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제갈량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의 허구를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유비가 죽고 그의 아들 유선이 왕이 되었을 때
마속은 장합이라는 위나라 장수와 가정에서 싸웠으나 패전하고 맙니다.
제갈량은 패전의 책임을 물어 마속에게 참수형을 내렸습니다.
다시 구하기 어려운 장수이므로 살리자고 많은 사람이 만류했지만
법을 엄정히 지켜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베었습니다.
이를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고 합니다.
즉 공정한 법 집행을 하거나, 대의를 위해 사사로운 정을 버리는 것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정사 속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유선이 제갈량에 이르길 “마속은 말이 과장이 심하니 크게 기용할 수 없소. 그대가 이를 살펴보시오.”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오히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여, 마속을 장군으로 삼았지요.
위의 장수 장합과 가정에서 싸웠으나, 장합에게 격파되고 병사들은 흩어졌습니다.
제갈량은 진군하려 해도 거점이 될 곳이 없어 군대를 퇴각시켜 한중으로 돌아왔지요.
마속은 하옥되어 죽었고, 제갈량이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속의 나이 39세였을 때이지요.
마속은 전쟁에서 도망쳤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리고 옥에 갇혀서 죽었다는 기록은 있어도 직접적으로 참수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어찌 되었든 읍참마속은 패전한 장수를 눈물을 머금고 참수하고 군의 기강을 잡았다는 내용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죽은 이유는 단순히 패전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린 많은 사실을 기록으로 접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은 오래될수록, 사람들에게 많이 읽힐수록 진실이라고 믿게 되지요.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필요는 있습니다.
감추어진 진실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려니와
남의 판단 속에서 자신을 잃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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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삼국지와 삼국지연의는 틀립없이 다르지요.
하나는 역사서고 하나는 소설이고.
게다가 우리가 나관중이 저자로 알고 있는데, 이 또한 이견이 있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우리네 조상들의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은 자랑스럽습니다.
임금조차 자신의 사초를 볼 수 없었으며, 사후에 편찬되기에 더욱더 진실을 쓸 수 있겠죠.
그래도 100% 믿는 것은 아닙니다. 사관의 주관이 섞일 수도 있으니까요. 99.99999% 정도?
그런데 요즘은 누구의 말도 믿기 어려운 세상이 됐습니다.
언론의 발표도 진짜? 하고 의심부터 하게 되니까요.
세상이 왜 이리 됐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