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꾸기
"내 배부르면 종의 밥 짓지 말라 한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내가 등 따습고 배부르면 남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는다는 아주 이해하기 쉬운 속담이지요. 하지만 살아가면서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지는 남 헤아리지 않기는 알아채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처지와 바꿔 생각하는 것을 역지사지(易地思之)라고 합니다. 맹자에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이라는 가르침에서 나온 말인데요. 사람은 처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니, 입장을 바꾸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지요.
성경 출애굽기 22장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사람이 소나 양을 도둑질하여 잡거나 팔면 그는 소 한 마리에 소 다섯 마리로 갚고 양 한 마리에 양 네 마리로 갚을지니라."
어찌 보면 자기 아까운 물건을 배상으로 잃어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백번 잘해줘도 한 번의 실수를 기억합니다. 수많은 좋았던 기억보다 단 한 번의 서운함에 오해하고 실망하며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사람 관계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없습니다.
주변을 보면 두 쪽으로 편이 갈라진 게 너무나 많음을 느낍니다. 남한과 북한,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노인과 청년,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가 자기주장에 함몰되어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지요.
특히 외아들 외딸 시대에 왕자나 공주로 자란 아이들이 자기밖에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그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더 나은 대처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자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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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라.“ 이 말이 새삼 가슴에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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