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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 / 이성복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늘 불안합니다 나로 인해 당신
앞날이 어두워지는 까닭입니다 내 곁에서 당신이 멀어져 가면
나의 앞날은 어두워집니다 나는 당신을 잡을 수도 놓을수도
없습니다 언제나 당신이 떠나갈까 안절부절입니다 한껏 내가
힘들어하면 당신은 또 이렇게 말하지요 당신은 팔도 다리도 없으니 내가 당신을
붙잡지요 나는 당신이 떠나야 할 줄 알면서도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이성복은 1952년 경북 상주읍 오대리에서 태어난다. 그의 아버지 이한구(李漢求)는 상주농잠고등학교를 나온 뒤 경북능금조합에서 일했다. 그는 1959년에 상주 남부국민학교에 입학한다. 당시 그 학교에는 신현득 · 김종상 같은 아동 문학가들이 교사로 재직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그들로부터 글짓기 지도를 받는다. 이성복은 이 무렵 경북 북부 지역 백일장이나 『소년한국일보』가 주최하는 전국 규모의 백일장에 나가 상을 받곤 한다. 그의 손위 누이들은 대구의 제일모직에 취직해 직장 생활을 한다.
1963년 그는 5학년 2학기 때 집안 형편과 상관없이 자신의 고집에 따라 서울 효창국민학교로 전학하는데, 셋방살이를 하던 고모네 집에 얹혀 지낸다. 그가 서울중학교에 진학할 무렵인 1965년, 아버지가 건설 회사의 경리로 취직을 해서 그의 가족은 모두 서울로 올라와 합치게 된다. 1968년 그는 경기고등학교에 진학하는데, 경기고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출세하기 위해 유력층의 자제를 사귀어야 한다는 덜 영근 생각 탓”이다. 고등 학생이 된 그는 교내 웅변반과 흥사단에 들어가 활동하는 한편 틈틈이 시를 쓴다. 이성복이 경기고 시절에 사귄 친구 가운데 하나가 나중에 소설가가 된 이인성이다. 고등 학교에 다닐 때 그는 습작시와 논문투의 수필, 영웅주의적 수상, 예술 문화 부흥론, 잠언이 뒤섞인 『사조(思鳥)』라는 개인 문집을 등사판 프린트물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500원씩에 파는 조숙함을 보이기도 한다.
1971년 이성복은 서울대학교 문리대 불문과에 입학해 당시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문학 평론가 김현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그는 1972년 문리대 문학회에 가입하는데, 이로써 그의 문학을 발효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시기가 열린다. 심지어 그는 “돌이켜보면 그 시절은 돌이킬 수 없는 원체험의 시기였으며, 그 이후의 삶은 덧칠과 개칠의 연속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회고한다. 1973년 그는 10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던 공군 입대 시험에서 떨어진 뒤 형의 도움을 받아 공군보다 경쟁률이 더 높던 해군에 입대한다. 내륙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그에게 바다는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독한 갑판병 생활에 질린 그는 해군본부에 있던 형의 천거로 작전부장실 당번병으로 근무처를 옮긴다.
이 무렵 수병 이성복은 독서 카드를 만들어 카롯사 · 카프카 · 릴케 · 도스토예프스키 · 니체 등의 책을 꼼꼼하게 읽고, 습작한 글들을 신춘 문예에 내기도 한다. 군에서 제대한 뒤인 1976년, 시인은 복학생이 되어 동숭동에서 관악산 밑으로 이전한 학교에 다닌다. 당시 서울대 불문과에는 김현 외에 이휘영 · 김붕구 · 정명환 · 곽광수 교수 등이 있었다. 1977년 여름, 연구실에 드나들며 습작 원고를 내보이던 이성복은 마침내 당대 최고 평론가 중의 한 사람인 김현의 인정을 받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하는 감격을 맛본다.
그렇게 속삭이다가 / 이성복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
빗방울에 젖은 작은 벚꽃 잎이
그렇게 속삭이다가, 시멘트 보도
블록에 엉겨 붙고 말았다 시멘트
보도블록에 연한 생채기가 났다
그렇게 작은 벚꽃 잎 때문에 시멘트
보도블록이 아플 줄 알게 되었다
저 빗물 따라 흘러가봤으면,
비 그치고 햇빛 날 때까지 작은
벚꽃 잎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고운 상처를 알게 된 보도블록에서
낮은 신음 소리 새어나올 때까지
몸 버리려 몸부림하는 / 이성복
바닷가 언덕 위 이름 모를 꽃들,
제 뺨을 잎새에 부비며 어두워진다
발 밑에 제 이름 묻고, 그림자를
묻고, 몸 버리려 몸부림하는 꽃들,
눈먼 파도에 시달리다 물거품이 되는
꽃들, 마라, 눈을 떠라, 지금 네가 내
얼굴을 보지 않으면 난 시들고 말 거야
아, 이 저녁엔 간지럼처럼 찾아오는
죽음, 베일 아닌 죽음이 따로 있을까
아, 눈시울에 떠는 한 아름의 꽃들,
폭풍 지나가면 곤소금 뒤집어쓰고
허연 뿌리 드러낼 저것들이 오늘
저녁 네게 던지는 빛은 얼마나 강한가
병든 이후 / 이성복
나는 당신이 그리 먼데 계신 줄 알았지요 지금 내 살갗
에 마른버짐 피고 열병 돋으니 당신이 가까이 계신 줄 알
겠어요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더 바랄 것이 없어요
당신이 조금 빨리 오셨을 뿐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요 당신 손 잡고 멀리 가고 싶지만 한 발
짝 다가서면 한 발짝 물러서시고, 한 발짝 물러서면 한
발짝 다가오는 당신, 우리 한몸 되면 나의 사랑 시들줄을
당신은 잘 아시니까요.
이별 1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새가울고 꽃이 피었겠습니까
당신의 슬픔은 이별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면 떠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당신이 남습니다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우리가 하나 되었겠습니까
이별 2
아직 그대는 행복하다 괴로움이 그대에게 있으므로
그러나 언젠가 그가 그대를 떠나려 하면 그대는 걷잡을 수 없이 불행해질 것이다
괴로움이 그에게로 옮아갈 것이므로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남해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비단길
깊은 내륙에 먼 바다가 밀려오듯이
그렇게 당신은 내게 오셨습니다.
깊은 밤 찾아온 낯선 꿈이 가듯이
그렇게 당신은 떠나가셨습니다
어느날 몹시 파랑치던 물결이 멎고
그 아래 돋아난
고요한 나무 그리자처럼
당신을 닮은 그리움이 생겨났습니다
다시 바람 불고 물결 몹시 파랑쳐도
여간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슬픔
그대가 내지 않은 길을 내가 그대에게 바랄까요
그대가 내지 않은 길을 그대가 나에게 바랄까요
그래도 내 가는 길이 그대를 향한 길이 아니라면
그대는 내 속에서 나와 함께 걷고 계신가요
나를 미워하고 그대를 사랑하거나 그대를 미워하고
나를 사랑하거나 갈래갈래 끊어진 길들은 그대의
슬픔입니다 나로 하여 그대는 시들어 갑니다
기다림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않지만
이제나저제나 당신 오는 곳만 바라봅니다
나는 팔도 다리도 없어 당신에게 가지 못하고
당신에게 드릴 말씀 전해 줄 친구도 없으니
오다가다 당신은 나를 잊으셨겠지요
당신을 보고 싶어도 나는 갈 수 없지만
당신이 원하시면 언제라도 오셔요
당신이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다 가셔요
나는 팔도 다리도 없으니 당신을 잡을 수 없고
잡을 힘도 마음도 내겐 없답니다
날 버리시면 어쩌나 생각진 않지만
이제나저제나 당신 오는 곳만 바라보니
첩첩 가로누운 산들이 눈사태처럼 쏟아집니다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순간순간 죄는 색깔을 바꾸었지만
우리는 알아채지 못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때로 우리 머릿 속의 흔들리기도 하던 그네,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아파트의 기저귀가 壽衣처럼 바람에 날릴 때
길바닥 돌 틈의 풀은 목이 마르고
풀은 草綠의 고향으로 손 흔들며 가고
먼지 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풀은 몹시 목이 마르고
먼지 바람이 길 위를 휩쓸었다 황황히,
가슴 조이며 아이들은 도시로 가고
지친 사내들은 처진 어깨로 돌아오고
지금 빛이 안드는 골방에서 창녀들은 손금을 볼지 모른다
아무도 믿지 않는 허술한 기다림의 세월
물 밑 송사리떼는 말이 없고,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 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便桶)의
다정함을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성복 시인은 독특한 상상력에 의한 자유연상 기법을 시에 도입하여, 초현실주의 시에서와 같이 현란하고 난해한 이미지를 빚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는 이러한 자유연상 기법에 의한 이미지의 연쇄라는 표현기교상의 시적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개인과 가족의 과거의 온갖 누추한 기억으로부터 비현실적이고 낯선 이미지들을 연쇄적으로 길어와서, 현재의 자신을 성찰하고 왜곡된 현실의 불행을 고발한다. 그리고 나서 이러한 개인사에 관계된 소재를 보편적이고 공적인 차원으로까지 그 의미를 확대시킨다. 이러한 시적 방법을 통해 그는 ①세계는 고통스러운 곳이며, 삶의 유일한 핵심은 없다. ②모든 사물은 관계적으로 존재한다는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그날"은 바로 이 자유연상 기법을 도입한 이성복 시인의 초기 대표작이다.
이 시는 아버지⋅여동생⋅어머니의 상황, 그리고 내가 관찰하는 세계가 자유로운 연상기법으로 속도감 있게 그려지면서 시인의 상상력에서 태어난 독특한 이미지들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지는 이미지의 꼬리를 물고 전개된다. 이 연쇄된 이미지들 사이에서는 무관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연결 고리를 가진다. 이렇게 이미지의 돌발적이고 우연한 연결을 시도하면서 이미지를 구조적으로 중층화하는 시적 기법으로 삶은 고통스럽고 부조리하다는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피폐하고 타락한 현실을 비판하고 있으며 허무적인 세계인식을 보여준다.
연상에 의한 시상의 전개 과정을 재구성하여 의미소(意味素)를 축출해보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와 누이는 각자 어디론가 떠나고 어머니는 다리가 부어 있다. 그것과 상관없이 나는 별일 없는 듯 사람들을 만나고 의미 없이 노닥거린다. 대낮부터 창녀들이 거리를 서성인다. 나는 평범한 아이들이 창녀가 되는 상황을 연상한다. 아버지와 사장과의 갈등은 애인과 음악회에 간 동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나는 퇴근길에 부츠 신은 여자를 보며 전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살의를 느낀다. 일상의 무심함 속에서 새는 새가 아니고, 여인들은 자기의 삶을 솎아 내고, 사내들은 자신의 인생까지 허물어뜨린다. 나는 새점 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떠올리기도 하고 교통 사고로 인해 여러 사람이 죽은 사건을 생각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향락을 즐기기만 한다. 그날의 신음을 아무도 듣지 못하며, 모두 병들었는데도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이 시의 주제는 마지막 두 행에 담겨 있다. 많은 사람과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일 이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무관심은 비정한 세계와 통하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소외에 빠져 있다. 소외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아무도 그것이 아픔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날'은 바로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의 상징적 시간이며, 불감증에 걸린 오늘의 우리이다.
시적 화자인 나의 눈에 들어온 주변 사람과 사물들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 이 시는 속도감 있는 이미지의 연쇄를 통해, 우연하게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의 비정함과 그 속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현실적 정황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는 인간적 관계의 결핍을 보여줌으로써 '그날'의 부조리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무감각하게 마비된 병든 세상과 삶, 피폐하고 타락한 현실에 대한 초상을 보여주는 것이 이 시의 기본적 의도이다.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병든 현실을 고발하고 그 병듦을 깨닫지 못하는 현대인의 마비되어 가는 의식을 각성시킨다.
이 시는 자유연상의 파노라마 기법을 동원한 산문시이다. 시의 성격은 허무적, 현실 비판적이며. 제재는 부조리한 삶의 여러 단면과 초상이다. 이미지의 연쇄 기법과 함께, '붐볐지만' '듣지 못했다', '병들었는데' '아프지 않았다'와 같은 모순 어법을 통해 '낯설게 하기'의 시 형식상의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피폐하고 타락한 현실의 고발, 일상의 병든 의식과 소외에 대한 각성' 쯤을 주제로 볼 수 있다.
밥에 대하여
1
어느날 밥이 내게 말하길
[참 아저씨나 나나....
말꼬리를 흐리며 밥이 말하길
[중요한 것은 사과 껍질
찢어버린 편지
욕설과 하품, 그런 것도
아니고 정말 중요한 것은
빙벽을 오르기 전에
밥 먹어 두는 일.
밥아 , 언제 너도 배고픈 적 있었니?
2
밥으로 떡을 만든다
밥으로 술을 만든다
밥으로 과자를 만든다
밥으로 사랑을 만든다 애인은 못 만든다
밥으로 힘을 쓴다 힘 쓰고 나면 피로하다
밥으로 피로를 만들고 비관주의와 아카데미즘을 만든다
밥으로 빈대와 파렴치와 방범대원과 창녀를 만든다
밥으로 천국과 유곽과 꿈과 화장실을 만든다 피로하다
피로하다 심히 피로하다
밥으로 고통을 만든다 밥으로 시를 만든다 밥으로 철새의 날개를 만든다
밥으로 오르가즘에 오른다 밥으로 양심가책에 젖는다 밥으로 푸념과 하품을 만든다
세상은 나쁜 꿈 나쁜 꿈 나쁜 밥은 나를 먹고 몹쓸 시대를 만들었다
밥은 나를 먹고 동정과 눈물과 능변을 만들었다,
그러나 밥은 희망을 만들지 못한 것이다
밥이 법이기 때문이다 밥은 국법이다
오 밥이여, 어머님 젊으실 적 얼굴이여
서시
간이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었습니다
늦고 헐한 저녁이 옵니다
낯선 바람이 부는 거리는 미끄럽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당신이 맞은편 골목에서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당신이 문득 나를 알아볼 때까지
나는 정처 없습니다
사방에서 새 소리 번쩍이며 흘러내리고
어두워 가며 몸 뒤트는 풀밭,
당신을 부르는 내 목소리
키 큰 미루나무 사이로 잎잎이 춤춥니다
이성복 시인 -
출생 : 1952년 5월 4일 , 경북 상주시외 3건
데뷔 : 977년 문학과지성 '정든 유곽에서' 등단
수상 : 2007 제53회 현대문학상 외 3건
경력 : 계명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과 명예교수 외 1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