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농구, 축구 등의 기존 영역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늘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여왔다. 비단 신발뿐 아니라 의류, 심지어는 스포츠용품인 가방에서도 두 브랜드는 언제나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피하고 싶은 것은 두 브랜드 모두 마찬가지. 하지만 먼저 행동을 보인 쪽은 아디다스였다. 그들은 나이키를 따돌리기 위해 지난 2009년 새로운 시장인 라이프 스타일 영역으로 발을 내밀었다.
라이프 스타일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서 아디다스는 운동을 위한 운동화가 아닌 패션성을 갖고 있는 신발을 출시해야 했다. 스포츠화지만 정장에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말이다.
▲ 아디다스 'zx700 boat' 스타워즈 버전
아디다스는 ‘정장에도 신을 수 있는 스포츠화’를 모토로 한 그들의 첫 무기 ‘ZX700 보트’를 출시했다. ‘ZX700 보트’는 정통 보트슈즈에 아디다스의 미드솔 기술이 접목되어 있는 하이브리드 슈즈로 출시하자 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 'zx700 boat' 컬러웨이
해외 유명 셀러브리티는 물론이고 국내 스타들까지 ‘ZX700 보트’를 신고 거리를 누볐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트슈즈가 갖고 있는 디자인은 그대로 계승하면서 아디다스의 미드솔 기술을 추가해 일반 보트슈즈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디다스는 ‘ZX700 보트’와 함께 다양한 오리지널스 라인으로 쉽게 라이프 스타일 영역을 접수하는 듯 보였다.
아디다스의 성공에 배가 아팠을까? 나이키는 그들이 인수한 브랜드 콜한과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했다. (콜한은 국내에서는 조금 낯설지만 1928년에 설립된 전통 있는 브랜드다) 그리고 곧 콜한의 클래식한 느낌과 나이키의 현대적인 미드솔이 접목 된 ‘나이키 X 콜한 루나 그랜드’를 출시했다.
▲ 콜한과 나이키의 만남
이들이 만들어 낸 ‘나이키 X 콜한 루나 그랜드’는 출시 이전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나이키와 콜한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어서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발매되는 것이 아닌 오직 뉴욕 소호의 콜한 나이키 컬렉션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명품’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관심은 오히려 더 뜨거웠다.
▲ 기존의 콜한 윙팁 슈즈(좌)와 나이키 x 콜한 루나 그랜드(우)의 모습
유명 웹진 솔콜렉터에서의 반응 역시 마찬가지였다. 닌자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유저는 “디자인 정말 예쁘다. 콜한의 창의력이 돋보인다”고 말했고 다른 유저는 “꼭 사고 싶다. 올 가죽 버전이 나오면 그때 구매해야지”라는 반응이다.
▲ 루나 그랜드 - 어퍼부분은 윙팁슈즈, 하지만 미드솔은 루나폼을 사용해 러닝화처럼 편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현재 뉴욕 소호 콜한 매장에서는 예약을 미리 해둬야만 구매할 수 있다. 콜한 측은 “나이키와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간단히 말하자면 미래와 클래식의 만남이다. 우리는 엄격한 클래식을 지켜왔지만 나이키와 만나 색다른 조화가 가능했다”며 “현재 이틀에 한 종류씩은 품절이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디다스 입장에서는 불운이다. 라이프 스타일화에 한발 앞섰다고 생각했지만 금새 나이키가 추격해올 기세이기 때문이다. 공룡간의 불꽃 튀는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제3영역에서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