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된 부산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된 송진우(36·한화)와 이강철(36·기아)은 콩닥거리는 가슴을 억누르지 못했다. 비록 예비 엔트리로 최종 관문은 남겨두고 있지만 이들 두 명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다는 설렘에 잔뜩 들떠 있었다.
지난 88년 서울올림픽에서 송진우와 이강철은 국가대표 주축투수로 마운드에 섰다. 당시 송진우는 국내최고의 좌완,이강철은 공포의 언더핸드스로로 천하를 호령했다. 동국대 1년 선배인 송진우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프로진출을 1년 유예해 이들은 89년 나란히 프로에 데뷔했다. 그리고 정확히 14년 만에 송진우와 이강철은 대표팀에 뽑혔다.
현재 88올림픽 멤버 가운데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이는 이들 둘을 포함해 김동수(SK) 등 3명이다. 송진우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비유처럼 시들 줄 모르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선발이 당연하지만 이강철의 발탁은 스스로의 말처럼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선발직후 이강철은 “꿈만 같다. 최종 엔트리까지 남아 아시안게임에 나간다면 정말 몸이 부서져라 던지겠다”고 벌써부터 대단한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강철은 98년말 무릎수술 후유증으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3승에 그쳤다. 구위도 뚝 떨어져 선수생명이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이강철은 거짓말처럼 일어섰다. 기아 마운드의 든든한 허리로 5승(1패)을 따내고 있다. 선발위원들이 이강철을 뽑은 이유도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경기운영을 할 줄 아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송진우와 이강철은 5일 현재 프로통산 최다 투구이닝(송진우 2,171⅔,이강철 2,001),최다 타자상대(송진우 9,174,이강철 8,293) 1,2위에 올라 프로야구 역사를 매일 갈아 쓰고 있다. 송진우는 최다승 1위(156승),이강철은 3위(140승)에 랭크돼 있기도 하다.
강산이 훌쩍 변하고도 남는 시간 만에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게 된 송진우와 이강철은 누구보다도 아시안게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