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보수단체의 광복절 집회가 택시의 일상을 확 바꿔 놓았어요. 거리는 인적이 끊기고, 조금씩 좋아 질 것이라는 희망은 절망으로, 숨 쉬는 것조차 힘에 겨운, 죽지못해 또 하루를 연명합니다. 코로나19가 고질적인 풍토병으로 자리를 잡는 것인지, 끝이 난다면 언제쯤인지, 일부 보수단체에서는또 개천절 집회를 한다고 지랄발광을 하고 있네요.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징그러운 집단의 발광을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지켜보아야 하는 것인지,할 수만 있다면 이 벌레보다 못한 것들을 불도저로 확 깔아뭉개 흔적조차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12시간의 노동 끝에 9만원을 찍었어요.사납금도 한 참 모자란, 살인적 노동의 가치는 무임금이라는 참담함과 마주합니다. 어차피 바쳐야 할 사납금이고, 장시간의 노동을 통해 결실이 없다면 무노동 무임금의 결과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것 같아, 택시를 렌트하여 나들이를 선택합니다.
창녕 우포늪에 다녀왔어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좀 더 빨리 갈 수 있겠지만 고속의 위험과 삶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어 대구에서 경산, 청도를 이용하는 지방도로를 선택했어요. 자연에 순응하는 푸른 잎들은 가을빛으로 현란한 색조를 만들고, 들판은 황금빛 풍요로가득 채웠더군요.우연히 마주친 창녕 5일장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경을 했어요!추석대목을 앞둔 시장은 조상을 공경하려는 촌로들로 붐볐지만 시장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선 듯 지갑을 열지 못하는 민심을 상인들이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시장투어를 마치고, 우포늪으로 향합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자연 늪지로 둘레만 7.5km이고, 백악기 시대인 1억4천만년전에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지반이 내려앉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습지로 한 때는 공룡의놀이터가 되었고, 늪은 생명체들이 생멸의 과정을 거치면서 부식층이 쌓여 생태계의 고문서 또는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 불리기도 한답니다. 우포늪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 생태관 제1전망대 대대제방으로 이어지는 제1코스, 소목마을 숲탐방로 제2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제2코스가 있지만 제가 찾은 곳은 생태공원에서람사르환경재단을 우회하는 약 4km의 출렁다리 코스를 선택했어요. 흐린 하늘이 만든 구름모자는 따가운 가을빛을 막아 주었고, 습지에는 부들과 수생식물을 가득 담고 있었으며, 출렁다리로 향하는 탐방로는 물억새의 군락이 가을빛을담기에 바빴습니다.좀 더 느리게 가을을 즐기면서 트레킹을 끝내고 피로도 풀 겸하여 지금은 쇠락했지만부곡온천으로 향하였죠.
코로나19가 만든 대중탕 기피현상이 대실의 광풍이 몰고 왔나 봅니다.3시간에 4만원에 이용할 수 있는 가족탕이 인기가 높고, 일부 호텔은 말이 가족탕이지수영장을 방불케 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요.자연과 합일하는 트레킹의 피로를 한방에 풀어주는 온천욕으로 택시영업을 대신했어요.개고생하면서 유노동무임금이 택시의 현실이라면 하루쯤 차량을 렌트하는 기분으로 일탈하는 것도 멋진 하루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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