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에 갔던 지리산 산행...
추억을 되살려 봅니다...^^
갈까 말까...무척이나 망설이던 마음을 다잡고 가기로 맘을 먹자 마자 부리나케 기차표 예매를 한다. 평택에서 구례, 15,600원. 이제야 진짜 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난다. 이제 먹을 꺼리를 사러 갈 차례다. 마트에서 이것 저것 주워 담는다.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라 모두 다 새롭다. 햇반을 8개만 잡았다가 3대 더 추가한다. 저녁 때는 많이 먹을테니까. 물도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눈녹여서 물로 만들어도 요리할 수 있는 즉석요리로만 다 잡는다. 이것이 야기할 사태를 미처 감지 하지 못한채...소주도 포켓용으로 산뜻한게 나왔다. 병 모양은 정말 산뜻하다. 맛도 산뜻할 까? 산에서 먹는 소주니 산뜻하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분좋게 담는다. 비상식으로 초코바와 영양갱도 주워 담는다. 포 종류도 좋겠지. 더 뭐가 없나? 불연듯 느껴지는 바구니의 무게가 만만찮다. 어 이거 생각보다 무거운데...햇반 3개를 도로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 포는 비싸니까, 음 비용이 꽤 들겠군하는 생각이 더 이상의 부식을 허락치 않는다. 이제 집에가서 팩킹이다.
꾸역꾸역 짐을 쌌는다. 생각보다 짐이 많다. 50리터 배낭이 어느 덧 꽉 찼다. 밖에다 오버트라우져를 달아 맨다. 다 쌌다. 한 번 메본다. 어 만만찮다. 얼마나 나갈까. 저울에 올라가 본다. 76kg. 살이 많이 쪘구나...배낭메고 다시 올라가 본다. 95.5kg. 20kg밖에 않되는데 이렇게 무겁나! 역시 운동부족이군. 이제 내일의 희망찬 하루를 위해 잠을 잘 시간이다. 이것도 소풍 전날인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어느 덧 새벽 2시. 내일 아침 7시 41분 기찬데...
그래도 용케 일어나 새벽 공기를 마시며 활기차게 출발한다. 시원하군.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하늘이 잔뜩 찌푸려있다. 평택역에서 기차를 타고 자리 잡고 앉았다. 옆자리가 비었네...어여쁜 아가씨가 옆에 앉았으면 하는 바램은 총각들만의 바램은 아닌 가 보다. 역시 기대는 보란듯이 빗나가고 여든을 넘기셨을 할머니가 자리에 앉는다. 나는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눈을 떠보니 어느 덧 전주. 이제 한 시간만 더 가면 구례다.
구례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살펴보니 나 외에 배낭을 짊어진 사람이 세명 더 있다. 왠지 안도의 마음이 든다. 역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는데 두 명은 택시를 타고 성삼재로 간다. 나머지 한 명이 나와 같은 코스로 길을 잡는다. 복장은 영 산에 다니는 사람 같지 않다. 바지는 면바지에 배낭밖에는 물통을 흔들흔들 달고...지리산에 처음 왔단다. 고생 좀 하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이는 나보다 대여섯살 많아 보이고, 체격은 왜소하다. 그래도 준비는 많이 한듯 55리터 구형 배낭을 메고 있다. 화엄사에 도착해서 같이 점심을 먹고 화엄사를 들러 간다며 그 사람이 먼저 출발한다. 나도 한 30분 후에 출발한다. 금방 쫓아갈 수 있겠지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 화엄사 오르는 길. 매표소에서 본 '지리산대화엄사'문. 힘차게 출발하다. ]
13:00. 십여분 산을 오르자 숨이 가쁘다. 그래도 힘차게 오른다. 길이 점점 경사진다. 숨이 더 가쁘다. 삼십여분 만에 한 번 쉬어본다. 한 십오분여 더 오르자 바위틈 사이로 샘이 있다. 여기까지 와서 한 번 쉬는 건데. 그래도 샘이 나왔으니 한 번 더 쉬어야지.
[ 매표소에서 한 40여분 산을 오르면 나오는 샘. 첫번째 휴식은 이곳에서 하는게 좋다. ]
샘을 지나 계속 오른다. 예상 등정 시간은 5시간. 이제 1/5을 지났을 뿐이다. 한 시간여를 더 오르고 배낭을 풀고 다시 쉬어 본다. 아직은 견딜만하다. 다음은 한 시간을 좀 지나 쉰다. 이제 부터는 절반도 남지 않았다. 오버페이스인가. 이제는 10분을 체 오르지 못하고 무릎을 잡고 쉬었다 가곤 한다. 남방만 입고 출발했던 날씨가 이제는 춥다. 파일자켓을 입고 오른다. 눈이 여기저기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박을 할 수 있을 만한 바위밑에서 마지막으로 쉬고 20여분 더 오르니 넓다란 길이 나온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가는 길. 이제 산장까지는 500미터. 일차 목적지에 도달하니 예상대로 5시간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