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투수들의 집중력에 달렸다".
환경에 의한 변수에 구애받기보다 투수들의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게 투수코치의 이야기였다. 안방 잠실구장에 이동식 담장을 2010시즌에도 설치하기로 한 LG 트윈스의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인가.
LG는 지난 시즌부터 홈경기마다 중앙 125m, 좌우 100m의 잠실구장 펜스를 가운데 최대 4m를 앞당기는 'X-존'을 설치했다. 이 이동식 담장은 투수 지향적인 잠실 구장에 조금 더 공격적인 요소를 가미하고자 한 전임 김재박 감독의 제안으로 생겨났다. 설치 후 잠실 구장의 담장 거리는 중앙 121m, 좌우 100m.
이는 8개 구단 1군 홈 구장 중 두 번째로 먼 거리지만 기록에 근거한 수치를 살펴보면 양상은 조금 달라진다. 지난 시즌 타수를 기준으로 {(홈에서 홈런+상대 홈런)/(홈에서 타수+상대 타수)}/{(원정에서 홈런+상대 홈런)/(원정에서 타수+상대 타수)}의 공식을 계산했을 때 잠실 'X-존'의 홈런 양산률은 107.9로 나왔다.(자료 출처:www.statiz.co.kr)
이동식 담장을 설치한 잠실의 홈런 양산률은 두산의 잠실 수치 55.1과 롯데의 홈 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의 76.5에 이어 3번째로 낮다. 그러나 8개 홈 구장의 홈런 양산 평균치가 105.8인 것을 감안하면 뜬공 투수들에게 확실히 유리한 구장으로 보기도 힘들다. 기록과 거리 측량과는 달리 선수들에게 '거리 단축'이라는 이미지는 더욱 크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펜스 제거 반대를 주장한 윤학길 신임 투수코치의 성향을 생각해보면 이를 헤아릴 수 있다. 현역 시절 '고독한 황태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완투형 에이스의 위용을 떨쳤던 윤 코치는 "투수는 작은 구장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우리 투수들은 집중력을 더 키워야 한다"라며 투수의 마인드를 더 중요시했다.
윤 코치는 2005년 롯데 시절 이용훈을 과감한 파워피쳐로 지도했다. 삼성-SK를 거치며 구위는 좋지만 확실한 위력을 내뿜지 못한 미완의 기대주였던 이용훈은 그해 전반기서 7승을 올리며 위력을 떨쳤다. 부상으로 인해 시즌을 온전히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그가 자신있게 공을 던졌던 전반기에는 롯데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윤 코치가 히어로즈 2군 감독으로 재직했던 당시에는 4년차 우완 장효훈(현 상무)이 좋은 예가 되었다. 천안북일고 시절 이미 최고 154km의 직구를 구사했으나 고질적인 제구 불안으로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동시에 2군에서도 아쉬움을 비췄던 장효훈은 지난해 2군 북부리그서 4승 3패 평균 자책점 3.70으로 한 단계 나아진 모습을 보였다.
65⅔이닝 동안 37개의 사사구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가끔씩 스트라이크 존 하단부를 걸치는 공은 엄청난 위력을 발산했다. 실제로 모 구단 2군 관계자는 장효훈의 직구 구위에 대해 "컨트롤을 잡아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으나 볼 끝은 역대 최고로 꼽아도 손색이 없다. 예년에 비해 확실히 자신감이 높아진 것 같았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현역 시절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공을 던지던 모습이나 이용훈과 장효훈을 가르친 윤 코치의 전력을 되새겨 봤을 때 LG 투수들이 윤 코치의 자신감-집중력 부여책에 얼마나 좋은 결과를 낳고 다른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 효과를 가져오느냐가 2010시즌 관건이다. LG는 지난해 팀 평균 자책점 5.42로 6위에 그쳤다.
강한 타선을 바탕으로 많은 득점을 올려도 더 많은 점수를 상대에게 허용하면 이기기 힘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7시즌 동안 가을 야구를 지켜보는 데 그쳤던 LG 투수진이 'X-존'을 등 뒤에 두고 얼마나 집중력 있는 투구를 보여줄 것인지 여부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