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윤은경
덮는다고 일생 흘러온 저 검은 깊이를 숨길 수 있으랴
제 몸의 물기 다 말려 가랑잎보다 가벼워진 한해살이풀
들, 정강이뼈 거친 골수 다 비우고 가볍게 냉천을 날아오
르는 새 떼, 희망의 수위와 절망의 깊이가 등량이란 걸 희
디흰 빛살로 가르친다
물가에 누가 나와서 살얼음 깨뜨리며 그물을 걷고 있다
윤은경 시집 『검은 꽃밭』(애지, 2010)
가을 저수지는 놀고 먹는 그런 팔자다. 그러나 그 놀고 먹기 위해 제 속의 깊이를 보듬는 마음이 어떠하리란 생각을 해 보면 쉽게 마음이 통할 것이다. 윤은경 시인의 저수지는 사람 세상의 생과 저수지의 몰입된 부분이 일체감이 하나 같이 같다라는 것이다. "희망의 수위와 절망의 깊이가 등량이란 걸 희디흰 빛살로 가르친다"고 말한다. 희망이 깊으면 절망도 깊을 것이다. 희망이 낮으면 절망도 낮을 것이다. 그 깊이를 희디흰 빛을 띄며 저수지의 물결이 흔들리는 것이다. 사람의 삶에서도 마음 깊이는 깊으면 깊을 수록 조용한 흐름을 띠고 얉으면 얉을 수록 시끄러운 말만 흐른다. 모든 이치가 가벼움에서 더 흔들리는 소리를 갖게 되어 있다. 저수지를 통해 윤은경 시인은 사람 삶의 깊이를 바라보고 있다............임영석 시인 시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