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만드는 휴대전화 브랜드인 애니콜은 중국 시장에서 모토로라 제품보다 높은 가격에 팔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LG전자는 에어컨부문에서 시장점유율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휴대전화와 PDP 부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가전업체의 세계시장 점유율 상승은 전자부품 업계의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대우증권 배승철 연구원은 “가전·전자부품업종의 2003년 투자의견은 비중확대이고, 본격 상승세로 전환시점은 2분기”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 거시경제에 관한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가전·전자부품업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기업부문의 IT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배 연구원은 “기업들이 투자여력을 확충하면서 한동안 자제했던 IT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기업부문의 수요는 개인소비 둔화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 본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개인들은 부채를 얻어 소비를 늘려온 반면 기업들은 인원절감, 생산기지 이전, 사업구조조정 등을 통해 IT 거품 붕괴에 따른 후유증을 치료하는 데 주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사비에 국내 가전업체는 손으로 꼽을 수 있지만 전자부품업체는 셀 수 없이 많다. 부문별 전망은.
배승철 전자부품업체는 크게 휴대전화, PC, TV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휴대전화 부품업체는 올해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전화 출하량을 각각 40%, 30%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PC와 TV 부품 업체는 3분기에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이다. PC는 개인 소비보다는 기업쪽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전체 PC 수요의 70%가 기업쪽이다. 한편 소비자들은 PC보다는 휴대전화 교체에 더 관심이 많다. 최근 휴대전화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컬러폰에 이어 최근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가 나왔다. 올해 삼성전자는 캠코더를 결합한 휴대전화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사비에 코스닥시장에는 유망한 전자부품회사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모아텍의 주가는 다른 업체에 비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 시장의 유망한 전자부품업체를 소개해달라.
배승철 가전산업은 주식시장에서 10년 동안 소외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유망한 PC 관련 부품은 주로 대기업이 생산해 작은 업체가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가전시장이 크면서 그동안 가려졌던 전자부품업체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유일전자와 인탑스, 레이저 프린터 리필용 드럼을 생산하는 백산OPC, 연성 PCB를 생산하는 인터플렉스가 그들이다.
여의도반달곰 최근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망한 업체는.
배승철 일본의 경우 카메라가 달린 휴대전화가 전체 휴대전화시장의 50%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보급률이 높지 않지만 올해 일본 수준의 시장점유율을 보일 것이다. 휴대전화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기와 삼성테크윈이고, 렌즈 생산업체로 세코닉스가 있다. 삼성전기는 덩치가 커서 주식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반면 삼성테크윈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을 것이다.
리딩히터 전자부품업체에서 가전업체로 화제를 옮겨보자. 대형 가전업체 가운데 LG전자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1300억원에 달하는 지분법 평가손실을 기록했는데 왜 그런 현상이 발생했는가.
배승철 지분법 평가손실은 LG필립스 디스플레이라는 자회사에서 발생했다. 이 업체는 LG전자와 필립스가 브라운관 생산라인을 통합하면서 만든 합자회사다. 당시 LG전자의 브라운관 생산라인은 수익성이 높았지만 필립스는 그렇지 못했다. 때문에 필립스는 브라운관 사업을 넘기면서 1조3천억원을 지불했다. 결국 LG전자는 필립스의 사업부문을 구조조정하면서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에 많은 비용이 발생했는데 이를 2003년, 2004년에 나눠 계상하지 않고 한꺼번에 처리한 것이다. 이 회사가 올해 대규모 적자를 봤지만 앞으로 시한폭탄처럼 튀어나올 악재는 없을 것으로 본다.
봉추 새해 들어 중국 수출 테마주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아무래도 중국 수출의 중심은 가전제품일 것 같은데 중국 관련에서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업체는.
배승철 중국 특수는 2년 전부터 예견됐다. 2000년 4월 IT 거품이 꺼지면서 미국과 유럽의 IT부품 수요는 침제됐다. 특히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4월까지는 이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후 경쟁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생산라인을 대거 중국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중국은 IT기기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가 됐고, IT부품 수입도 급격히 늘었다. 단적으로 전세계 반도체 소비량 중 아시아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2년 동안 23%에서 40%로 늘었다. 반도체 소비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완제품 생산도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다. 자연히 한국 IT부품 업체들은 중국 특수로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IT부품 수출은 2001년 이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중국 시장 수출은 37% 증가했다. 중국 특수로 가장 수혜를 본 기업은 TFT-LCD를 생산하는 업체다.
여의도반달곰 지난해 12월 이후 삼성전자를 제외한 삼성전기, LG전자 등 대형 전기전자주에 대한 외국인 선호도 줄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배승철 지난해 말 종합주가지수가 580에서 720까지 오르면서 전기전자주도 동반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폭을 부담스러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올해 상반기 기업 실적이 지난해만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에서는 재고 수요가 있었던 반면 올 상반기에서는 환율이 낮아졌고 재고 수요도 없는 편이다. 특히 IT 수요는 계절적으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수요가 몰리는 특성이 있다. 올해 전체 IT경기에 대한 판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여의도반달곰 외국인들은 특히 LG전자에 대해 대량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는가.
배승철 지난해 10월 외국인들이 LG전자 주식을 대량 매입할 때는 IT 주식이 많이 빠진 상태였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들은 IT 주식을 사고 싶어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사고 싶었지만 펀드별로 한도가 있어 삼성전자 대신 LG전자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또 LG전자가 삼성전자 뒤를 이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삼성전자는 2001년 만해도 경기 저점에 10만원대까지 추락했지만 2002년에는 30만원을 조금 밑도는 수준에서 저점을 형성했다. 삼성전자가 세계시장에서 D램이나 TFT-LCD를 잘 만드는 부품업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휴대전화를 잘 만드는 완성품 제조회사로 이름을 떨쳤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휴대전화는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몫을 했다. 앞으로 삼성전자는 캠코더, PDP 등 다른 제품에서도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갈 것이다.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LG전자도 PDP 등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에서 LG전자를 외국인 작전주라고 매도하는 것은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본다.
봉추 삼성전자가 중국 시장에서 고가 브랜드로 자리잡은 비결은.
배승렬 중국 시장에서 모토로라 제품이 평균 15만원에 판매되는 반면, 삼성 애니콜 가격은 20만원이 넘는다. 처음에 중국 소비자들은 삼성 브랜드를 잘 몰랐다. 삼성전자는 처음부터 싼 제품으로 시장에 진입하기보다는 비싼 제품부터 선보이는 고가 전략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중국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제품을 고가 브랜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한국 IT업체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은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것이다. 그래야만 가전업체뿐만 아니라 전자부품업체도 성장할 수 있다. LG전자의 경우 브랜드 파워를 높이면서 시가총액이 2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