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소재개발 창작연극-다섯번째
주최,주관/(사)한국연극협회제주특별자치도지회
후 원/제주특별자치도,제주특별자치도제주시
해녀3대의 질긴 생명력과 지순한 사랑
돗추렴
원작/강준 각색/변종수, 정민자 협력연출/변종수 연출/강상훈 작곡/곽진
출연/김정희,차지혜,조근석,송애순,전승훈,강성복,정윤선,이윤정,정경훈,김경만김이영,김국선,
2022.11.01.(4시/7시반)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본 공연은 무료공연입니다. 관극을 원하시는 분은 제주연극협회로 전화 주십시오. 초대권에 좌석번호가 기재되어 있으니 꼭 관극해 주시고, 부득이한 경우 다른 분에게 초대권을 양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064-744-8911
2022 제주소재 창작연극 <돗추렴> 공연에 초대합니다.
인사의 글
정민자(제주연극협회회장)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서서히 물러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외부에서는 마스크을 안 써도 된다네요. 이제 머지않아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해제도 되겠지요? 사실 우리는 코로나19로 많이 괴롭고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그만큼 배우고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였습니다. 원인이나 결과를 예단하긴 그렇습니다만 우리가 사람답게,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사건이라고 생각하니, 그래도 조금은 위안이 되네요. 멋진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올해 제주소재 창작연극은 돗추렴입니다. 그동안 홍윤애이야기, 강평국이야기, 그리고 돗추렴...4년동안 제주소재 창작연극이 인물 위주 공연이었는데, 인물로 국한 시키기보다는 더 넓게 제주문화를 다뤄보자는 의도로 희곡공모를 하고, 돗추렴이란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딱 제주문화에 맞는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돗추렴하면 저는 똥돼지, 돗통시, 제주 전통초가가 생각나면서 어릴 적 추억들이 떠오르는데요, 아마 제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분들이라면 빙세기 미소 지으며 아련히 떠오르는 추억이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공연을 보시면서 그런 추억에 젖어 보시기 바랍니다.
요즘 제주연극계는 각 단체마다 공연 준비로 바쁩니다. 매주 공연 보러 다니기에도 바쁠 겁니다. 좋은 일이지요. 연극단체가, 또 배우가 공연하는데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관객이 공연 관람으로 공연장을 찾는 게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모처럼 활기를 찾는 제주공연계가 살아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이 기운이 오래오래 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내년 제41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대회에까지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제주소재 창작연극 공연을 위해 도와주신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청 관계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씀과, 바쁜 일정에도 공연 참여를 해준 여러 연극인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여러분, 고맙고 존경합니다.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좋은 공연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2022년 가을
한국연극협회 제주특별자치도지회 회장 정민자
연극<돗추렴>에 대한 작업 소회
총연출 강상훈(세이레아트센터장/극단세이레 창단대표)
의뢰 받은 작품에 대한 위험성-기본적으로 연출은 팔방미인이 아니다. 오히려 외골수이다. 따라서 연출의 특수성에 비추어 추천하는 작품은 성향과 장점에 대한 고려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연출의 미진함을 채우려는 도움을 주는 협력연출의 위치와 권리-연출의 독단적 위험성과 조악한 시야를 경계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협력하는 관계로서의 작업은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빈 구석을 채우려는 협력의 미학은 서로 간의 불신을 넘어선 믿음이 근간이 되어야 하는 겄이다. 내 견해가 옳다고 주장 하는게 아니라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해법이 서로 간에 이해라는 그릇 안에서 용해되어 뿜어저 나와야 할 것이다.
희곡의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드라마트루기의 역할과 중요성 한 작품이 공연으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대본은 그 근간이 된다. 따라서 대본은 작가의 작품 구상의 구심점이자 실마리가 된다. 작품의 성패는 작의를 온전히 군더기 없이 드러 내는데 있다. 그런 점에서 작품의 깊이 읽기는 소중하며 그 결과로 안내 되어지는 작품세계의 드러냄은 드라마트기의 지난한 과정이 소용된다.
원작의 각색과 재창작의 난제 풀기 이때 연출과 원작과의 갈등이 생겨나며 여기에서 파생되는 결과물은 전혀 의도치 않는 열매를 만들기도 하고, 새로운 에너지의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보통은 작연출이 1인 시스템일 때 문제가 생기지 않았고, 시스템이 철저히 분업화 되고 세분화되는 과정들이 생기면서 개인과 개인의 조화와 융합은 묘미를 발휘하고 협력의 관계가 새롭게 커지고 있다. 따라서 조화와 협력은 작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번처럼 소극장을 벗어난 극장에서의 테크닉컬함과 유니크함이 큰 힘으로 발현될 때는 더욱 그런 지혜와 슬기가 필요하다. 이번 돗추렴은 비록 처음 마음먹은 대로 열매 맺기를 할 수 없었고.비록 미완의 작업으로 끝나긴 하였으나, 제주연극계에도 이러한 시도들이 꾸준하게 실현 되기를 바라고 바란다. 드라마트루기가 새로운 직군으로 또한 평론가의 부재에도 자극이 되어 많은 젊은 이들이 도전하는 그런 장르가 되어가기를 희망한다.
비록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각색의 단계를 다섯차례에 걸쳐 시도 하였던 지난한 과정이 있었음에 이 모든 것은 순천국립대 명예교수이신 김길수 교수님과의 작업의 산물이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회자정리 이 모든게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다시 만남으로 귀결 되어졌다. 작업은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 주었고, 먼발치서만 보던 사람을 가까이서 알게 했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의 신선한 도전과 지치지 않는 열정을 만나게 된 것은 제주연극계의 큰 자극이자 활력이 아닐 수 없다. 부디 지치지 말고 다른 작업에서도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모든게 1회성으로 사라지는 세상이다. 부디 연극에서만은 그러지 않기를 기도한다.
최초의 극단에서 만난 선생님의 희곡을 공연함에 그리고 그때 만난 배우들이 한자리에 30년을 넘어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 돗추렴에서 보여준 이야기가 지금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추리의 연극성, 깨달음의 유장함
- 연극 <돛추렴>의 예술성과 생명 에너지
연극 <돛추렴>은 여자 삼대의 질긴 생명력과 지순한 가족 사랑을 다루고 있다.
왜 저 여인은 돛추렴을 외면, 거부하려할까. 문제를 제기하라. 특정 이슈, 특정 인물만 보면 그녀는 왜 유독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걸까. 감춰진 속사연, 감춰진 트라우마, 양파껍질 파헤치듯 연극은 강한 진행 에너지와 추리의 연극성을 발한다.
후안, 라이따이한 후예, 이 집 가족이 되어가는 베트남 며느리, 제주도 특유의 돼지 푸세식 화장실에서의 좌충우돌 해프닝, 난해한 사투리에 헷갈려하며 헛다리 짚는 언어놀이, 해녀를 꿈꾸며 허우적거리는 어린애 행동이 극에 윤기를 더한다.
4,3사건 와중 돛추렴으로 조부와 부친을 잃어야 했던 아픔, 월남전으로 남편을, 삼청교육대 후유증으로 아들을 잃어야 했던 한스러움, 소아마비 어린 손자를 눈물로 홀로 키워가야 했던 응어리, 그러나 새생명을 잉태한 손부 며느리가 새가족이 되면서, 자식을 버리고 가출한 어머니를 붙잡는 아들의 속내 우주가 드러나면서 연극은 예기치 않는 뒤집기 묘미를 자아낸다.
문제의 당사자가 떠올려질 적 마다 원망과 응어리가 분출된다. 그러나 어머니와 자식의 도도한 사랑의 정리와 핏줄 인연을 누가 막을 수 있는가.
내가 모른 곳에서 용서와 생명을 소망하고 꿈꾸는 자, 새로운 가족의 주역으로 자리할 줄이야. 이 두 영역의 숨가쁜 조우와 충돌이 막판 예기치 않게 터져나온다. 관객은 순간 애타는 자로 극중 사건에 빨려든다. 줄다리기의 극점에서 뒤집기가 숨겨져 있음은 이 연극의 주요 장점이자 미덕이다. 참다운 발견 쾌감, 깨달음을 통한 감동과 유장함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돗추렴을 부정했던 자가 극찬하는 자로 바뀐다. 돛추렴으로 구원을 잃은 자가 다시 돛추렴으로 참 평화와 안식을 되찾는다. 이 발상은 고전적이면서도 참신하고 경이롭다. 돛추렴이 집단 신명 놀이로, 참 공동체로 거듭나는 집단 합창 언어와 선율로 변용된다. 질펀하면서도 유장한 집단 코러스가 공연 장악력을 발휘한다.
연극 <돛추렴>은 용서의 위대함과 화해 우주의 걸출함을 지금 이곳 우리 동시대 문화가 사람들에게 무한대로 누리게 하고 있다.
김 길수
(연극평론가, 국립순천대학교 인문예술대학 명예교수)
작가의 글
육식 본능에 의한 폭력의 양태
육식 동물은 다른 동물을 죽여서 음식을 얻기에 거기엔 생명 살상의 폭력이 필수적이다. 고기를 먹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폭력적 DNA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에서 이 작품을 구상했다.
돗추렴은 필요한 사람끼리 돈을 염출하여 공동으로 돼지 잡는 일을 말한다.
지금은 양돈업체가 많아서 돼지고기를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과거 제주의 시골집에서는 집안의 경조사나 살림살이를 위하여 돼지를 길렀다. 돗추렴하는 날은 마을 잔칫날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살육의 공개 현장이다.
해체된 고기의 필요한 부분들을 나누어 가지는 일은 원시사회에서 이어오는 전통적 공동체 행사였다. 현대 우리 사회에서도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건들이 또한 이런 약육강식의 폭력적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사건과 관련된 이웃들은 서로 인척이라는 끈으로 얽혀 있고, 숨겨졌던 애증의 관계가 세월이 한참 지난 뒤에 드러나게 되면서 해결점을 찾기가 무망 해졌다. 사건 당사자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상처는 후세들에게 유산처럼 남는다.
폭력이 남긴 후유증으로 황폐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누어 가지는 대동 행위를 통하여 화해와 상생의 희망을 그려보고자 했다.
강용준(필명 강준) 극작가/ 소설가 현 제주문학관 명예관장
희곡집 『폭풍의 바다』『랭보, 바람구두를 벗다』 등 8권/소설집 『제주렙소디』 등 4권.
삼성문학상/한국희곡문학상/한국소설작가상/전영택문학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