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마틴 루터 킹이다. 나의 선배님 이기도 하다. 킹 목사는 보스톤 대학을 졸업했다. 내가 킹목사를 선배님으로 부르면서 보스톤대학에서 상담학 박사과정 마지막 논문을 쓰고는 있기는 하지만 직장이 하버드 의대 정신과인 관계로 지난 이년간 하버드 켐퍼스에서 살다시피 했디. 때문에 언제부턴가 하버드의 여러장소들과 그에 얼힌 사연들을 조금씩 알게 되었고, 급기야는 이번에 한국에서 보스톤을 방문한 한국 리더쉽학교의 46명의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에게 하버드 캠퍼스 투어를 해주게 되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도 추적 추적 내리고 습도가 하도 높아서 기온은 별로 높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찜통속을 걸어다니는것 같았다. 하루전에 엠아이티를 3시간동안 돌아 다녀서인지 리더쉽학교 학생들은 모두들 피곤한 얼굴들 이었다. 약속장소였던 Au Bon Pain에 그들이 모습을 나타낸것도 거진 20분을 지나서였다.
우선 투어를 시작하면서 오봉빵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지금부터 투어 과정에서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대충 써 보려고 한다.
오봉빵은 하버드 스퀘어에 위치한 빵과 커피등을 파는 가게이다. 그 가게앞에 테라스에는 검은색의 의자와 노란색의 파라솔 들이 놓여져 있다. 바로 여기서 굿윌 헌팅의 그 유명한 키스씬이 찍혀졌었다. 남자 주인공 맷 데이먼의 여자친구인 하버드생 미니 드라이버가 끙끙거리면서 숙제를 하고 있었고 갑자기 심심해진 맷 데이먼이 "이리줘봐" 하고는 금방 쓱싹쓱싹 문제를 풀어버리자 미니가 뿅가서 키스를 해 버리는 장소다. 사실 여기서 키스하는 모습 보기는 쉽지 않다. 생각보다 좀 보수적인 장소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체스를 두기도 하고 거리의 음악사들의 음악을 듣기도 하고 하는 장소다. 여하튼 오늘의 테이크 홈 레슨은 남자는 똑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봉빵을 출발해서 메사추세츠 거리를 건너 왼쪽으로 담을 끼고 오십여 미터를 가면 하버드의 정문이라고 할 수 있는 360년 된 존스톤 게이트가 나오고 그문 양쪽으로 하버드홀과 메사추세츠 홀이 나온다. 하버드홀은 1764년 겨울에 불에타서 홀랑 없어졌던 건물이다. 그 건물에는 당시 하버드 도서관이 있었는데 하버드 목사가 기증한 수많은 책들과 물건들이 그 불로 인해서 홀랑 다 날라가 버렸다. 전설에 의하면 한 학생이 그전날밤에 그 도서관으로 부터 중요한 책을 한권 가지고 나왔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하버드홀이 완전히 불타 버렸고 자신이 가지고 나온 그 책만 남았다는걸 깨달았다. 학생은 당장에 총장님을 찾아가서 자신이 이책을 가지고 나왔노라고 말씀드렸다. 당시 총장님은 그 학생에게 정말 기뻐하면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는 허락을 받지 않고 책을 가지고 나왔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정학을 시켰다. 정직이 최상의 전략은 아니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맞은편 메사추세츠홀은 미국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학교 건물이다 (1720). 원래는 기숙사로 쓰였었는데 지금은 총장과 높으신 어른들의 집무실로 사용되고 있다.
하버드홀을 마주보는 자리에 존 하버드 목사의 동상이 올드 야드를 건너서 위치하고 있다. 그 동상에 다가가다 보면 왼쪽의 슬쩍 내민 발끝만 유난히 반짝 반짝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이 발에 키스를 하면 자손이 하버드를 올 수 있다는 얘기가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차마 키스는 못하고 손으로 그곳을 만지작 거리면서 사진을 찍기 때문에 그 부분이 닳아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동상은 세가지 거짖말의 동상이라고도 불려지는데 동상의 앞부분에 "1638년 대학을 설립한 하버드" 라고 적혀 있는데 그 문구가 거짖말 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는 설립자가 아니고 이 대학에 자신의 책과 그 외의 것들을 기증한 사람이며 대학의 설립 연도는 1636년이고 1638년은 하버드가 젊은 나이로 사망한 해이다. 마지막으로 이 동상은 1884년에 만들어 졌는데 앞에서 보았던 하버드홀의 불로 인해서 하버드의 모습이나 어떤 정보도 남겨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당시의 학생들중 잘생긴 한 학생을 모델로 동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입고있는 옷도 1600년대가 아닌 1800년대의 의상이다.
하버드상을 다시 마주하고 올드야드를 건너서 서있는 두개의 사각형 건물이 있다. 홀리스홀과 스토튼홀이다. 이 두건물은 학부생 기숙사들인데 우리가 잘 아는 데이빗 소로우나 랄프 왈도 에머슨 같은 사람들이 기거했던 건물이다. 만약 앞의 두사람의 이름이 낯설다면 부통령이었던 알고어 그리고 영화배우 타미리 존스 등도 이 건물에서 공부했다. 하버드의 오래된 기숙사에 들어가 보면 다른방들보다 유난히 작은 사이즈의 방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당시의 흑인 하인들이 하버드로 공부하러 온 도련님을 따라서 학교로 와서 지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아마 우물에서 물길러 도련님 세수도 시키고 밥도 짖고 빨래도 하고 그랬으리라.....
이 건물이 중앙난방으로 리모델링 되기전에는 화롯가나 벽난로에 대포알을 집어 넣어서 데우고 방을 따뜻하게 하였다고 한다. 봄이 되면 그 대포알들을 창밖으로 집어 던지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 두 건물의 앞마당은 온통 아직도 울퉁 불퉁하다.
그외에 폴라로이드 회사에서 지어준 사진기 모양의 사이언스 빌딩, 대원군이 직접쓴 족자가 남아있는 세크러 미술관 내가 자주 가서 고흐와 르느와르 피카소를 보면서 눈요기를 하는 포그 미술관 그리고 학부생들의 공부장소 라몬도서관을 거쳐서 하버드의 메인 라이브러리인 와이드너로 투어를 이끌어 오게 되었다.
하버드에는 90여개의 도서관이 있고 1300만권의 책이 있는데 이 와이드너에는 쿠텐베르크의 성서를 포함해서 3200만권이 소장되어 있고 책장의 길이가 50마일 이나 하는 세계최대의 학교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헤리 엘킨스 와이드너를 기념해서 그의 어머니가 1914년에 지어준 건물이다. 1907년에 하버드를 졸업한 와이드너는 타이타닉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다가 북해의 얼음물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너무 가슴이 아팠던 그의 어머니...하버드에다가 3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면서 자신의 아들의 이름으로 거대하고 멋진 도서관을 지어주게 된다. 첫째는 이 건물을 절대 헐거나 다른곳으로 옮기지 말것. 두번째는 자신의 아들이 그토록 좋아했던 아이스크림을 항상 비치해 두고 학생들이 먹고 싶을때 먹을수 있도록 해줄것 세번째는 하버드를 졸업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수영을 필수적으로 가르칠것...그래서 얼마전까지만 해도 하버드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근처의 찰스강을 횡단해야만 했다는 전설이 있다.
첫댓글 ^^님덕분에 짧게나마 하버드 투어를 했네요.재밌었어요.
읽고나니 마치 하버드생이 된 듯한 느낌이.... ㅋㅋㅋㅋ 역시 명불허전 하버드대학교네요. 긴 역사와 더불어 이런 흥미로운 사실들이 재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