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은 오랫동안 산업혁명과 도시화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하늘로 우뚝 솟은 굴뚝은 인간의 에너지를 향한 갈망과 생산성의 상징이다, 굴뚝은 한때 산업의 발전과 경제적 번영을 상징했지만, 오늘날 환경 오염의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굴뚝은 산업화와 노동의 상징이면서 억압된 계층과 어린아이들에게는 고통과 고난의 상징으로 비쳤다. 한편 굴뚝은 성장과 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가정의 안락함과 따뜻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굴뚝을 경제적 번영의 아이콘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굴뚝에서 배출되는 유독 가스와 미세 먼지는 사람의 건강을 위협하며 지구 온난화와 환경 문제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많은 도시가 굴뚝을 없애거나 현대적인 대체 에너지를 활용해 환경 오염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고, 과거의 산업 유산으로 남은 굴뚝들은 문화재로 보존되거나 예술적 재해석을 통해 도시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는 굴뚝의 존재가 인간의 발전과 환경 보호의 균형을 상징하는 요소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굴뚝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조망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배울 수 있다.
김동진은 흉물로 남은 부산의 목욕탕 폐굴뚝을 화면에 담고 있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다닌 동네 목욕탕은 도시가스가 공급됨에 따라 굴뚝은 더 이상 필요가 없지만 여전히 하늘 높이 솟아있다. 부산은 어느 도시보다 동네 곳곳에서 목욕탕 굴뚝을 쉽게 볼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일본인들이 동래온천을 관광지로 개발하면서부터 부산의 목욕탕 문화는 시작되었다. 신분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함께하는 교류와 소통의 장소였던 동네 목욕탕은 굴뚝만 남겨두고 있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폐공장의 굴뚝을 산업유산으로 기록하였던 김인재는 과거 아파트의 중앙난방용 굴뚝이 지닌 사회적, 건축적 미학에 주목한다. 아파트 단지 안에 건설된 높은 굴뚝의 수직적 라인과 아파트 단지의 수평적 형태가 만드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간결한 선과 기하학적 구조, 공동체의 주거지역을 상징하는 구조로서 아파트 굴뚝은 도시의 과거 풍경과 현재를 이어주는 독특한 미적 요소로 남아 있다. 굴뚝은 단지 배출구에 불과할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이 살아온 주거 역사와 환경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서민의 단독 주택은 연탄 굴뚝에서 보일러의 연통으로 전환되어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볼 수 없지만, 젊은 작가인 김형섭의 사진에서는 골목길에 다소곳이 삐져나온 연통에서 서민의 애환과 삶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제주도의 환경과 자연에 관심이 많은 이재정은 화산섬의 난개발, 제주신화 등 생태인문학적인 프레임에 탐닉해 왔다. 코로나 이후부터는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 관심, 빛과 조형, 색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각예술을 매개로 한 기억 에디톨로지 작업을 해왔고 최근에는 광학 사진 이후 인공지능 사진과 생성 이미지와의 연관성을 연구 중이라 한다.
김형섭
이재정
김동진
김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