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좀 게으른 사람이다. 게으른데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굉장히 부지런한 것 같이 보이는데 사실은 아니다. 매번 변명하기도 그렇고 그냥 그렇다고 한다.
내 사무실 근처 골목길 같은 네거리를 매번 지나다녀야 사무실로 갈 수가 있다. 그것도 40여 년을 다녔다. 그러다가 내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곳 그것도 네거리 소위 동서남북 방향이니 주변 전체를 다 볼 수 있기에 찍었다.
양력 매월 1일 낮 12시를 기점으로 찍어 보자고 해서 항상 낮 12:00 전으로 찍었다. 12시 이후에는 찍은 사진이 없다. 정오니까 태양이 제일 높은 곳에 있다. 그때 풍경이니 낮 중에 가장 중심시간이고 가장 밝을 때를 맞추었다. 카메라도 딱 한 가지, 거리도 항상 똑같이 해서, 똑같은 장소에서 찍었다.
타인에겐 의미가 없을지는 모르지만 한 사람이 한 장소에 같은 시간에 몇십 년을 찍으면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1일이 되면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그 자리에 선다.
나는 미련해서 찍어 보는데 누군가는 이걸 굉장히 좋게 보는 것 같아 쑥스럽다. 이 나이가 되니 인생도 직업도 사는 것도 좀 미련하게 살아야 된다고 느낀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어차피 인생은 꽃병과 약병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사진을 찍는 것도 나한테는 인연인 것 같아서 묵묵히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늙어 감에 이별하기가 가장 어렵고 정이 넘쳐 말을 해도 더디 나온다.
이제는 정리라는 단어가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정리…. 모든 걸 다 정리하면 무대의 막이 내려오겠지...
사람은 유명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하고
돼지는 살찌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2024년 6월 조 강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