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봉평 메밀꽃축제'를 보기 위해 봉평으로 가는 여정에 올랐다.
첫 일정은 봉평 이효석 문학관을 들러 메밀꽃 축제를 즐기고,
신사임당과 이율곡을 배출한 강릉의 오죽헌을 들르게 되어 있었다.
시간이 남으면 이태백이 풍류를 즐기던 -
세 개의 달을 노래하며 술잔을 기울였던 경포호를 찾아간다. 거기에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바다를 만끽하는것이었다.
나는 중3의 수학여행을 떠올렸다. 검은 교복치마를 바닷물에 젖게했던
첫 나들이 , 그리고 매번 볼때마다 설레임을 안겨주는 바다와의 만남을 생각하며
버스에 오르자 마자 귀에 MP3를 꽂고 충만해진 감정으로 하나의 알 속으로 들어갔다.
한강대교를 지나는데 우뚝우뚝선 다리들이 눈길을 잡는다.
다리를 강물에 담그고 선 회색의 교각들과 스카이블루의 하늘
그리고 흰구름의 물결이 함께 달린다.
동서울 고속버스 톨케이트를 지나니
추석을 앞둔 주말의 벌초행렬로 인해 차량은 정체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음악이 있으므로-
한시간쯤 지났을까. 불청객이 찾아왔다.
누구일까. 나만의 세계에서 나를 나오게 하는 이.
고개를 들어 보니 관광버스안은 나훈아의 열기로 가득하다.
아리 아리 아리수--
두 눈이 휙 떠지고 귀가 열리며 이어지는 탄성 -
이로서 이전 내가 들었던 음악들은 모두 사라졌다.
자막에 '방랑시인 김삿갓'이 오르고
야성적인 매력을 풀풀 풍기는 그- 반백의 머리를 갈기처럼 휘날리는 그가 열창을 한다.
예순을 훌쩍 넘겼다는 그가 여인네들을 창밖의 경치에 눈 돌리지 못하게 하고
TV 화면에 집중하게 만든다. 광복60주년을 맞이하여 펼쳐지는 한강 노들섬 추석특집이다.
제작년 으로 기억된다. 시어머니와 함께 추석전날 송편을 빚으며 이 프로를 보았었다.
현대식으로 디자인된 고전의상을 입고 나온 나훈아를 보며 칠십넘은 시어머니와
마흔의 며느리는 넋을 놓았었었지. 손으로는 송편을 빚으면서도 두 여인네의 눈은
TV 화면속 그남자 나훈아에게서 뗄수없었던 그날의 정경들이 되살아났다.
그 실황을 관광버스안에서 다시 보게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잔-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 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갑니다....)
짙은눈썹에 돌출된 입. 그리고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는 큼직큼직한 이목구비.
거기에 관능미와 섹시미. 그리고 야성까지 어우러져 그의 무대는 관중을 휘어감는다.
내가 그에게 처음 매력을 느꼈던 것은 중2때로 기억된다.
우연히 부모님과 함께 TV를 시청하게 되었는데 이전까지 내가 봐오지 못했던
자연미 가득한 소도둑놈 같이 생겼다 할 수 있는 남정네가 연상의 여인과 함께
결혼발표 인터뷰를 하고 있는것이었다.
참, 이상도 하다. 생긴거이는 꼭 산적같은디 왠지 모르는 매력이 있다.
그거이 무엇일까. 갸우뚱하는 찰라 나오는 그의 노래들
'물어물어찾아왔소 그님이 계신곳차가운 강바람만.. 잊을수가 있을까- '
그가 눈을 찡긋 하며 얼굴을 돌린다. 그리곤 입술을 깨무는데.. 끄아악..
그 이후로 어린 나이에 나는 그의 영원한 팬이 되어 버렸던것이었다.
물론 그의 옆에서 결혼 발표를 하던 걸걸한 목소리의 김지미씨는
내 원망의 대상이 되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문학기행 떠나는 여로에서 이십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내 엄마 아빠의 청춘이 내게로 전달되어 왔다.
그의 노래들을 듣다보니 내 나이때의 엄마가 흥얼흥얼 부르던 노래들이
거지반 그의 노래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다시 그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나..훈..아..
내 魂을 쏙 빼갔던 그남자 - '훈아씨' 그의 노래가 오늘따라 뮤자게 듣고프다.
-- 나루터님께 신청곡 부탁드립니다.
1. 아담과 이브처럼(나훈아. 배종옥)
2. 영영
3. 강촌에 살고 싶네
4. 머나먼 고향
5. 물레방아 도는 내력
6. 고향역
7. 해변의 여인
8. 갈무리
9. 고향으로 가는 배
10. 잊을수가 있을까
11. 애정이 꽃피던 시절
12. 가시리
13. 울어라 열풍아
14. 나그네 설움
15. 고향무정
16. 님 그리워
17. 너와 나의 고향
18. 두줄기 눈물
19. 여자이니까
20. 방랑시인 김삿갓
첫댓글 스카이블루란 색은 어떤 것인가요? 너무 궁금해서 알고 싶습니다. 전 여중 때부터 무척이나도 좋아하는 색이 코발트불루 이걸랑요. 스카이블루란 색이 어떤한 것인지 궁금해 못견디겠습니다. 보통 화가들이 사용하는 물감 색들은 수백가지 내지는 수천가지 되는데 전 그림 레슨 단 한 번 받아보지 못해 겨우 아는 화실을 통해 연습용으로 구입한게 72가지 색의 수채화색연필 이거든요. 구해주시는 분이 126가지 색을 구해주고 싶어도 제 수준으론 72가지 색만으로도 충분히 연습할 수있다면서 한 자루에 천 몇백원하는 수채화색연필 72가지 세트를 6만원에 무척 싼값으로 구입해주셨습니다. 스카이불루...... 그것이 궁금해 돌아버리겠다!
하얀 물감 하나만해도 보통 수십가지가 넘습니다. 혼합하는 화학성분에 의해 같은 하얀 물감이라도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요. 참! 흰 것과 까만 것은 색이 아니라는 것, 알고 계시겠지요?
채송화. 넘 학구적이구마. ^^ 그랑께 살이 안쪄불지. 블루색의 다양한류들 내도 궁금타. 마. 박터지게 겅부해서 똑 부러지게 내게도 좀 가르쳐주구마. 오잉
집에 가면 색연필 이름들을 읽어봐야겠습니다. 꼬부랑 글씨 귀찮아서(미술계에서 공식적으로 쓰는 이름들이 각자 있어요.) 오년동안 한글자도 안읽고 눈으로만 색구분해 대충 그렸는데. 색 이름 공부해야징ㅇㅇㅇㅋ 도/정아 님과 한 판 붙으려면.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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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여전히 '오빠' 인 님.
아 내는 그가 왜 좋은지 모르겄다. 아마도 남자다움 때문인거 같은디. 미소를 머금은 이글이글 타오르면서도 그윽한 눈빛. 아 그날 이효석씨 만나기 전에 나훈아에 포옥 빠졌다는거 아닙니까. 근디 가인낭자는 나훈아 안좋아 하는갑소. 잉.
개기름 그려도 이쁜 가인^^
오죽헌에서 신사임당 님의 원화와 글씨를 봤을 때 전 그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속으로 소리만 질렀습니다. 어쩌면 그 시대에 이리도 섬세하게 입체적으로 모든 것을 다 표현했을까!(초등학교 4~5학년 때일겁니다.)
허난설헌은 비참하죠. 그 님의 깊은 예술 세계를 모두 몰라주니 많은 작품이 없어지고 손상되고. 비극적이에요.
오호 .. 미래에 기억될 신세대 여류들이야 여기(나루터) 다 모였지 않습니까
오-메, 나훈아 미치비러...
내 말이. 긍께 내도 미치부려요잉
뭔일이다냐? 저런 노래를 다 좋아하고...생긴거이 꼭 클래식 비스무리한것만 듣게 생겼드니만.....참 사람은 모를 일이여. ^,.^
음악은 편식하믄 안되부러~ㅋㅋ(한국의 클래식이 `트로트`아닌가베?) 나훈아씨는 그러죠, 우리 전통가요를 `트로트`가 칭하는 걸 마뜩찮아해요. `아리랑`이라 부르자 했던가? `아리수`라 부르자 했던가? 암튼, 둘 중 하나로 하자고 강!조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무대에서..^^
몇 해전, 서울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였던가? 아리수 공연이 있었는데(고거이 무료였다요^^. MBC 방송국 신청)친정엄마와 함께 다녀왔는데, 리허설 장면을 훔쳐보니, 안무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다 지시하고 기획하더군요. 그에 비하면 나머지 다른 트롯가수는..ㅎㅎ
그리고 그의 신비주의. 자고로 스타란 신비감이 있어 팬에게 만족감을 줘야 하는거라네요. 암때나 이프로 저 프로 나와불면 식상해불고 그럼사 자신의 값어치가 떨어져 버린다는.. 그래서인가요. 1년에 한두번 그를 볼때 마다 그의 완숙해지는 매력. 그려서 그는 제 안에서 날마다 변화하고 ..^^ 진정한 프로입니다.
도로뜨가 얼마나 맛깔진데요.
맞습니다. 10년후 들어도 감동이 있는 가사(내용물이 살아 있는) . .
저의 품위 있는 신랑이 모임에서 훈아씨 노래 부르다 품위가 아닌 품격 와장창 무너졌다는. 세 살때부터 삼촌들이랑 배운게 훈아씨 노래들이라.ㅋ
저는 남편에게 나훈아 노래 또는 조용필 노래 배우라고 좋게 말로합니다. 글구 노래방서 듀엣으로 불러 불지여. 대리만족. 근디 나훈아 노래 부르면 품격 올라 가는디. 건배 라든가 영영 . 무시로.뭐 괜찮은 노래 무쟈게 많은디. 이상타..
신바람 퍽퍽~ 띄워야할 곳에서 그 많은 훈아씨 노래들 중 하필이면 '고향역' 같은 곡을 선정해 분위기 팍! 깨니 그치요. 나이 오십에 가까와지면 가뜩이나 우울해지는 남편들이 '고향역' 듣고는 산통 다깨져요. 에그ㅡㅡ 분위기 파악 못하는 남의 편.
환상적인 듀엣!!! 엄마야~ 갑자기 정신이 현란 몽실몽실......@.@
오호. 그대의 남편은 오십대구마잉. 내 냄편은 40대 구마요. 저랑 동갑이라는.. 그라서 마냥 아들 같다는 채송화님, 서방님과 '아담과 이브처럼' 연습해서 듀엣으로 불러보시기를
마흔 둘이면 애기네.ㅋㅋㅋㅋㅋㅋ
이른 애기 라니여 애인이자 친구 그리고 동상. 거기에 왕자의 기질까지 근디, 요즘 제가 잡아 부렀다는.. 이제야 남편 잡는 법을 터득함 울 신랑은 '파트너'라 말합디다..
파트너! 이그ㅡㅡㅡㅡ 동지겠지요.ㅋ
동지는 뭔 동지.. 낸 기양 부담없이 파트너 해불란디.. 그라고 보니 이남자 '파트너' 라고 하는거 보니 낸중에 갈아치울라 그려는것 아니여. ㅡㅡㅡㅡㅡㅡ
노래/하면 초1때부터 울었습니다. 선생님께 얻어맞아도 노랜 정말 못하겠더군요. 예전엔 음악셤하면 가창이었는데 늘 60~ 75점을 맴돌고 또 맴돌고. 그래서 제가 젤 싫어하는 곳이 노래방입니다. 저의 집 바로 옆이 노래방인데 한 번도 안갔습니다. 히한한건 듣는 귀는 그나마 있어 사람 목소리를 젤 좋아하고 왠만큼 노래 잘하는 사람들은 싸그리 제 앤들.
채송화의 아픔을 그 누가 알랴 슬포..
제 스스로 측은하다 못해 비참해.ㅠ.ㅜ
^^가인님, 미친듯이 살자구여.. 으이그 또 그넘의 미치는 야그여요
머리에 꽃 꽂은 놈 있습니다. 사진 올릴게요.
가인님께서 머리에만 안으면 된 다 혔는디== > 이미 을 꽂은 님이 계시다니 이를 우짜야 하는겨
미쳐부렁.
채송화.. 과감하고 정열적이구 저돌적이구마... 얼로 튈지잡을 수 없당께
아리수에서 '공'이란 노랠 불렀는디~~~참, 좋던디요..한때 쌍벽을 이루었던 그 진과 함께..그 분두요~`, 10월엔 봉평으로 떠납니다..이효석도 만나고 박경리도 만나불고~~..문학기행형식으로 둘러둘러보러 갑니다..가을들이로~~~^^
죽은자 보다 산자에게 가까이 오라! ㅋㅋㅋ 고로 광주도 들려주시소예. 광주에는 지가 있구만이라. ^,.^
^^ 산자여 ,, 그대 이름은 금강이로다. 내일 서울로 상경할 싸나이 중으 싸나이
캬 멋진분이죠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얼굴을 내밀어서 뭇여성들에 마음을 흔들어 놓는, 사나이다운 매력이 넘치는... 같은 노래를 불러도 나훈아 형님이 부르면 그 맛이 몇배로 되는 것을 느낍니다. 그는 진정 프로입니다.^^
연님 맞습니다여. 연님의 형님은 프로입니다여.
으메~ 결론은 나훈아 였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