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데오칼럼 부활, 그날 이후의 삶 이동광 목사 파주 태평양교회
부활절은 한국의 봄과 잘 맞는 절기이다. 세상이 봄기운으로 가득하고 곳곳에서 생명들이 꿈틀거린다. 어김없이 봄소식과 꽃소식처럼 부활의 소식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부활절을 맞으며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 1856~1900, 영국시인, 소설가) 가 쓴 ‘그날 이후’ 라는 글을 소개하며 부활의 의미를 짚어본다. 예수님이 지상에 계실 때, 은혜를 받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어느 날 지상에 내려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내용이다.
그날 이후, 지상에 내려오신 예수님은 한 술주정꾼을 만났다. 거의 폐인이 되어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손발을 심히 떨고 있었다. 예수님은 술주정꾼에게 가까이 가서 어깨에 두 손을 얹으며, “형제여, 어쩌다가 이지경이 되었소?” 하고 물으셨다. 그는 예수님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아, 나를 고쳐준 바로 그분이시군요. 내가 절름발이였을 때, 당신이 건강한 다리로 고쳐주셨지요 그런데 절음발이일 때는 구걸하며 살아도 부끄럽지 않게 살았는데, 이제 두 발로 뛰면서는 얻어먹을 수도 없고, 마음에 맞는 일자리도 없고 해서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이렇게 되고 말았습니다.”하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예수님은 또 다른 한 여인을 만났다. 그 여인은 창녀가 되어 뭇 남성들의 희롱 속에 파묻혀 있었다. “자매님은 어쩌다 이렇게 타락하게 되었소?” “오, 예수님 아니십니까? 제가 바로 귀신 들렸던 여인입니다. 당신은 나를 새사람으로 만들어 주셨죠. 그러나 귀신들려 있을 때는 행복과 불행을 전혀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 제 정신으로 돌아와 행복과 불행이 무엇인지 알고 보니, 나를 위한 행복은 그 어디에도 없더군요. 저는 희망도 미래도 없이 하루하루 살다보니, 어느새 이렇게 깊은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었답니다.”하고 신세타령을 했다.
예수님은 이제 안타까운 마음으로 갈릴리로 가 보았다. 거기서 한 불량배가 선창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싸우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아니, 여보시오 대낮에 무슨 일로 그러시오?” “당신은 예수님이 아니십니까? 저는 바로 소경이었던 사람입니다. 전에 제가 앞 못 보는 소경이었을 때, 당신은 진흙을 발라 제 눈을 뜨게 해주셨지요. 그 때는 정말 날아 갈듯이 기뻤고, 온 세상이 다 내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눈을 뜨고서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있어야지요. 차라리 소경으로 있는 것이 나을 걸 하고 후회도 해보았답니다. 그러다가 결국 저는 세상을 비관하며 살다보니, 이 모양이 되고 말았습니다.”하고 흐느껴 우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이번 부활절에 한국교회에 찾아오셨다. 방산비리로 구속된 일광공영 이○태 회장은 삼선동의 본교회 장로이다. 조○진 담임목사도 일신공영의 대주주라 한다. 체포된 정○근 전 해군참모총장도 교회 장로이다. 그들도 아마 한 때는 은혜를 받았을 것이고, 그 은혜가 차고 넘쳐서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인가. 통탄할 일이다.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나라와 사랑과 정의’를 가르쳐 주셨으나 오늘의 한국교회의 모습에는 그것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면 필자만의 생각일까.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의 신앙이나 삶을 어지럽게 만들어 놓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을 ‘대전환’시켜 주는 사건이다. 신앙생활 중에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그 은혜를 내 삶에 적용하며 사는 것이 귀하다. 내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면, 예전에 주님을 만났던 막달라 마리아나, 제자들이나, 바울처럼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후의 삶, ‘그날 이후’의 삶을 ‘역사의 참 주인이신 하나님 앞’에서 과거의 삶을 뿌리치고 바르게 사는 것이 바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의 삶이 아닐까.
칼 야스퍼스(Karl Theodor Jaspers,1883-1969,독일)는 “역사는 예수그리스도에게서 나와서 예수그리스도에게로 돌아간다.”고 했듯이,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바르게살기를 힘쓰는 것, 부활의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사람의 삶이 아닐까.* 2015.3.25. e뉴스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