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문화’와 ‘잡초인간’
경 송
최근 한국에는 이른바 ‘댓글문화’가 난무하고 있다. 초기에는 댓글달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하게 확산되어 붐으로 유행되었는데 얼마 전에는 대통령까지 가세해 여론의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필자는 이 ‘댓글문화’를 ‘잡초문화’라고 명명(命名)한다. 그것은 익명(匿名) 속의 ‘주인 없는’ 댓글들이 주로 서로 헐뜯고 공격하고 비방하는 잡담들로서 읽을 가치가 없고, 점차 아름다운 우리말들을 훼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터넷 네티즌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는 댓글들은 주로 약칭과 부호, 일부만 알아먹는 최신유행어를 사용하기에 한글의 건전한 발전을 위협하기에 이르렀고, 곡물의 주위에서 자라면서 곡물의 성장에 영향을 주고 곡물의 자양분을 빨아먹으면서 자라는 이름모를 잡초(雜草)들과 같은 존재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저질문화’의 댓글들을 읽노라면 상호공격과 비방 속에 나타나는 살벌한 분위기와 더불어 분열과 갈등 및 반목질시로 팽만한 우리사회의 현실을 보는 것만 같아 진절머리가 나는 것을 주체할 수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현재 일부 불순한 목적을 가진 자들이 이 ‘잡초문화’에 가세해 본문과 관계없이 작자와 관련 민족 · 국가를 모독하고 악담을 퍼붓는 것으로 변태성적인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평소에 자기가 당한 기시와 사회에 대한 불만 및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익명이란 댓글의 특점과 구속성과 큰 규제가 없는 특징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타인에 대한 중상과 ‘불만분출구’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상불 ‘잡초문화’의 신드롬과 창궐함은 또 하나의 한국사회를 갉아먹는 부조리 문화현상으로서 문명사회의 사회악으로 부상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최근 한국의 모(某)사이트가 중국동포사회를 한국인들에게 잘 알림으로써 갈등과 불신 해소 및 교류와 합작의 증진을 취지로 중국동포사회의 관련뉴스와 지성인들의 작품을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잡초문화’의 침습과 극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작정 동포사회와 동포지성인들의 작품을 비하하고 물고 늘어지는 ‘잡초문화’의 만연과 ‘번성’함을 보면서 필자는 동병상련(필자역시 관련 사이트에 졸문을 발표했다가 ‘잡초’들의 공격과 비방을 당한 적이 있음)으로 이름모를 ‘잡초’들에게 까닭 없이 짓씹기는 동포지성인들이 불쌍하고 슬프기만 하다. 그 내용이 하도 상스럽고 저질적인 것들이어서 본문에 옮기지 않는다. 그리고 ‘잡초문화’의 익명 속에 숨어있는 불순한 무리들이야말로 우리사회의 건전함과 올바른 문화의 발전을 가로막는 한줌도 못되는 인간쓰레기들로서 곡식의 성장을 방해하는 잡초와 같아 영원히 재생하지 못하도록 근절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더욱 질력 나고 역겨운 것은 잡초 같은 인간들의 추접스러운 언행이다. 이른바 ‘잡초인간’이란 ‘잡초문화’를 만들어내는 악질인간들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잡인(雜人)들 즉 자기와 크게 상관없는 일에 주책없이 나서서 주제넘게 참견하고 횡설수설하는 소인배(小人輩)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천부당만부당한 요설로서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타인과 타민족, 그리고 이데올로기와 제도가 다른 나라의 국민들에 대해 모욕하고 중상하는 특별한 기호(嗜好)를 가지고 있다.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인 파렴치한들은 타인의 눈길을 전혀 의식하지 않으며, 독선과 독설로서 자기를 무장하고 오로지 독선주의에만 집착하고 있다. 이 같은 얄궂은 ‘잡초인간’들에 의해 건설적인 모임의 분위기와 판은 깨어지고 초지(初志)의 목적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따라서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필자는 인천광역시에서 열린 중국동포 관련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불행히도 본문에서 서술한 ‘잡초인간’들의 불미스러운 언행을 목도하고 또 한번 진저리를 친 적이 있다. 본 세미나는 “인천차이나클럽”에서 주최하고 인천시청의 관련부서에서 후원한 <현대 조선족사회 이해를 통한 韓 · 中 교류 증진 세미나>라는 명제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관련인사들과 현지 중국동포들의 참가 하에 성대하게 열렸다. 발표자는 2명으로서 중국 대련대학의 중한문화교류연구소 소장인 유병호 교수가 “현대 조선족사회에 대한 이해를 통한 韓中 교류 증진”이란 주제를 약 한 시간 동안 발표하였고, 중국동포타운 신문사(서울) 김용필 편집국장이 “국내에서 바라보는 조선족동포에 대한 시각”이라는 주제로 이어서 발표하였다. 회의장에는 참가자들로 빈자리가 없었으며, 세미나 전 과정이 주체 측에 의해 녹화(錄畵)되었고 회의는 줄곧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하지만 폐회 전의 질의응답시간에 회의장 분위기는 묘하게 돌변하였다.
두 분의 발표가 끝나자 사회자의 장악 하에 발표자에게 질문하는 시간이 되었다. 질문마이크의 우선권은 대개 앞자리를 차지한 어르신들에게 차려진다. 처음 질문자는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이었는데 질문은 안하고 중국동포에 대한 비하적인 발언으로 횡설수설한다. 듣다못해 사회자가 중단시키고 질문을 하라고 재촉하자 한다는 이야기가 한국에 시집오는 중국동포들이 수준이 차하므로 중국 관련당국에서 잘 교육해서 보내라고 한다. 그다음 질문자는 교회의 목사이었는데 중국동포에게 베푼 본인의 자랑을 한참동안 장황하게 늘여놓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또다시 사회자에게 질문을 재촉 받았지만 결국은 유야무야해지고 말았다. 세 번째 질문자는 더욱 악의적이다. 교수이며 ‘중국通’이라고 자처하는 그는 조선족들은 믿지 못할 양면파이며, ‘동부공정’에 대한 조선족의 입장을 밝히라고 발표자에게 공연한 트집을 잡는다. 어불성설이다. 주제파악을 못해도 유분수다. 분명히 韓中 역사학자들의 학술모임도 아닌데 그런 발언을 하는 그의 저의가 못내 의심스럽다. 그리고 참가자 대부분의 중국동포가 생활난으로 고국에 돈벌러 왔다는 것을 그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의 행위는 엄연히 중국에서 온 전문가에게 걸고드는 생트집이자 시비(是非)다. 그날 저녁 이 ‘잡초’가 중국교수한테 망녕을 부리다가 엄청 혼쭐났는데, 본문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불가사의한 것은 발표자 두 분 모두가 중국과 한국의 동포문제 전문가이고 또한 세미나 모티프(motif)가 동포사회에 대한 이해와 韓中 교류 증진인 만큼 관련주제에 대한 질문을 통해 허심하게 전문가의 견해를 청취하는 것이 예의인데 이 ‘잡초인간’들은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고 판을 망친다. 필자도 몇 번 손을 들었으나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당시 많은 중국동포들이 참석했는데 사회자가 당사자인 그들에게 발언권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웠다. 더욱 한심한 것은 세 번째 질문에서 ‘동북공정’에 대해 발언한 그 인간이 저녁만찬에서도 한국과 중국의 외교문제는 전쟁을 통해서만 해결해야 한다고 지껄이는 것이었다. 마침 맞은편에 앉은 그 ‘잡초인간’을 관찰하다가 필자는 중대한 발견을 하였는데, 연신 소주잔을 기울이는 그의 바른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제야 그가 분위기파악을 못하고 횡설수설하는 까닭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후에 주최 측의 한국인한테서 들은 이야기이지만 매번 진행하는 관련세미나마다 그런 불청객들의 자진참여와 후과에 대해서는 미리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곡식밭에 저절로 자라나는 잡초를 방관하듯이 우리사회의 ‘잡초’ 같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서 ‘속수무책’으로 묵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외국인’으로서 좀처럼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화단에 자란 잡초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꽃이 아름답게 자라지 못하고, 곡식밭에 자라는 무성한 잡초를 뽑아버리지 않으면 곡물이 건실하게 자라지 못하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다. 우리사회에 난무하는 ‘잡초문화’를 방관하고 문명사회의 사회악인 ‘잡초인간’들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한민족의 국제이미지와 갈등과 불신, 대립과 분열 속에서 방황하는 우리들의 현실은 영원히 개변되지 못할 것이다. 더욱이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한국으로서는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된 부조리현상(‘잡초문화’ 등) 및 사회발전과 민족화합의 걸림돌(예컨대 ‘잡초인간’)들을 제거하지 못한다면, 바야흐로 21세기 선진국진입과 더불어 민족통일의 대업을 이루는 데 커다란 부담과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부터 ‘잡초인간’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자칫하면 나도 잡초 같은 인간쓰레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2006년 7월 18일
첫댓글 사이버 세상을 사는 사람의 기본 인격은 투명인격이다. 그럼에도 익명으로 투명치 못한 말을 하는 풍조는 없어져야 한다. 세상에 무식한 사람이 하도 많아 부끄러움이나 수줍음을 모르는 철면피 같은 잡초가 제거되어야 하는데 큰일이다. 공부하자. 세계평화와 세계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인간은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진화해온 오늘인데 아직도 전쟁을 벌이는 어리석음은 길가에 잡초만도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