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금붕동은 금북마을(일명 검듸)과 붕래마을(일명 버줄)의 이름이 합해지면서 만들어진 동 이름이다. 정읍 시내권이 멀지않아 귀촌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이며 곳곳에 전원주택이 들어서 있는 한적한 마을이다. 그런 곳에 최근 내장산 캠핑장을 조성하고 스파월드 건물을 짓기위해 포크레인을 비롯한 중장비가 공사를 시작하였다. 멀쩡한 산에 있던 푸른 소나무가 잘려나가고 황토가 드러나며 그야말로 살풍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슨일인가 깜짝 놀라 오늘 마음먹고 현장을 가보았다. 전형적인 난개발로 보인다. 특정한 누군가를 위한 개발이 아니고 정읍시민 다수를 위한 개발이라면 저렇게 멀쩡한 산을 마구 파헤쳐도 되는지 모르겠다. 행정마을은 뒤쪽으로 낮은 산이 있고 앞에 정읍천이 있으니 배산임수형의 지리적 조건을 갖춘 곳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시설은 평지에 지어져야 마땅하건만 평지의 비싼 땅값을 피하고 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탈진 임야를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여름철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아래쪽 마을 사람들은 많이 불편하고 불안해질 것 같다. 특히나 이곳은 몇년 전 새로 놓은 도로가 산 뒤쪽에 위치한 금북마을 일명 검듸 마을로 연결되는 초입이다. 공사때문에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뿐만아니라 교통혼잡까지 고스란히 이곳 마을사람들이 견뎌야 할 고통인 것이다. 말년에 조용하고 공기좋은 곳을 찾아 귀촌한 분들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지는 상황일 것 같다. 몇 년 후 스파장과 캠핑장이 완성되면 이곳의 땅값은 분명 또 급상승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런 상황이 기다려질 수도 있겠다. 개발로 인한 변화는 같은 마을에서도 입장에 따라 그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니까.
마을 주민들은 현수막을 붙이며 저항을 하였지만 허사였나보다. 주민들은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싶었겠지만 그들의 환경권 보호보다는 개발에 따른 다수의 편의성과 이 사업과 관련된 분들의 개발이익이 더 우선이었나보다.
개발이 이루어지는 곳은 행정구역상 금붕동 산107번지에 해당한다. 나지막하며 길다란 이 산은 검듸마을이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기도 한다. 풍수지리상 이 산의 모습은 이른바 옥녀탄금형에 해당한다고 한다. 예쁜 여자가 다소곳이 앉아 거문고(또는 가야금)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그 거문고에 해당하는 산 뒤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거문고의 뒤, 즉 검듸가 되었고 그것을 한자로 금북으로 옮겨쓴 것이다. 풍수지리상 좋은 형국을 무너뜨리면서까지 개발을 한다면 행정마을 주민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보겠지만 그 뒤편에 거주하는 다수의 검듸마을(금북) 주민들 입장에서도 뭔가 찝찝한 느낌은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행정마을에 조성되는 내장산 스파와 캠핑장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는 개발이겠지만 최소한 이곳 주민들을 포함한 시민들의 의견도 들어서 진행되었더라면 이런 무모한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이다. 자연도 지키고 다수 시민들의 편리함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망가뜨리는 것은 한 순간이지만 그것을 복원하는데는 그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생각하면서 속살을 드러낸 산자락이 보는 이의 마음을 한없이 울적하게 만든다.

행정마을 개발현장에 세워진 공사 안내판.

공사현장.

행정마을 도로명 표시.

공사를 반대하는 현수막.

멀리서 바라본 공사현장. 옥녀탄금형에 해당하는 곳이다. 이제 더이상 옥녀가 부서진 거문고를 타지 않을 것만 같다.

지도에서 가운데 표시된 곳이 공사현장임.
첫댓글 마을 쪽 공사를 왜 하는가 했네요.. =ㅅ =;;
멀리서 보니 느닷없이 산을 파헤쳤더군요. 전에는 유스호스텔인가 무언가 진다고 산을 파헤치더니 이번엔 캠핑장!
캠핑장이 유행이다보니 이런 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