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함쟁이 엄마
유타 바우어 글그림, 비룡소
함지슬
<고함쟁이 엄마>라는 제목은 단순하지만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쟁이’라는 표현은 ‘그것이 나타내는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의 뜻을 더한다. 이 엄마는 한두 번 고함을 지르는 것이 아니라 고함을 자주 지르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못할 때, 혹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설 때, 급한 마음이 앞설 때 고함을 지른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대화를 못하고 고함을 자주 지르는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쯤 되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나름대로 어린 시절부터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왔는데, 육아를 하면서 그 규칙은 와장창 깨졌다.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말로 해도 설득할 수 없을 때, 수없이 반복해도 설득이 안될 때 분노하게 되었고, 화내게 되었다. 그런 시기를 거쳐오면서 엄마로서 좌절했고, 이제는 못난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부분도 있다.
이런 화내는 엄마를 이야기로 가져왔다니, 고함치는 엄마의 부당함을 고발하거나 풍자하거나 평가할 것 같은데,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고함쟁이 엄마를 둔 아이의 입장에서 어떤 마음인지 오롯이 보여주고 있다.
먼저 표지의 그림을 보자. 노란 톤의 모래밭 같은 배경에서 엄마 펭귄이 아기 펭귄의 손을 잡고 걸어간다. 엄마의 뒷모습은 무거워 보이는데 반해, 아기 펭귄은 신이 난 것처럼 뛰며 날개도 흔들고, 미소띤 얼굴로 뒤돌아보고 있다. 시선의 방향은 독자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독자에게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즐거운 기분인 듯한 이 아기 펭귄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겼을까?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 아침 엄마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다음 장에서는 “깜짝 놀란 나는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가 버리고 만다. 오직 충격으로 얼어붙어버린 발만 제자리에 남고, 머리, 몸, 날개, 부리, 꼬리는 온 사방으로 흩어진다.
이야기에서 엄마의 분노를 접할 때에 아이들의 반응은 보통 행동으로 나타난다. 아이가 침묵하거나, 달려나가거나, 같이 소리를 지르거나 무언가를 하는 동사로 이야기가 펼쳐질 텐데, 여기에서는 바로 몸이 흩어진다는 사건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상징적 의미를 현실적인 이야기로 가져온 것이다.
신체가 분리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옛이야기에서 팔과 다리를 하나씩 떼어내서 호랑이에게 주는 엄마, 혹은 손가락을 떼어서 열쇠로 쓴다거나 하는 것들은 옛이야기의 특성상 오랜 시간 구전이 되어오면서 이야기의 원형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고함쟁이 엄마>에서는 그 상징적 요소를 현실로 가져오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약자에게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충격을 주는 것임을 말이다.
우주, 바다, 밀림, 산꼭대기, 거리 한가운데에 떨어진 몸의 조각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아이는 당연의 자신의 몸을 찾고 싶어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발 밖에 없으니 그저 달려간다. 신체의 일부가 사라짐으로써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능들이 함께 사라져 버린다. 두 눈이 없으니 볼 수도 없고, 부리가 없으니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날개가 없으니 훨훨 날아갈 수도 없다. 마음이 겪는 심리적인 충격은 몸이 겪는 물리적인 충격과 강도는 같다. 이렇게 작가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문제를 몸으로 이끌어 내어 이해도를 높였다.
그림은 자세한 묘사가 없지만 아이의 심리적인 정황을 잘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머리는 심리적으로 먼 우주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린다. 또 여러 펭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도움을 구하러 걸어가지만 발만이라도 저벅저벅 걸어가지만 입이 없어 소리를 낼 수 없다. 주변에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또 높고 높은 산들, 누구 하나 보이지 않는 높은 산꼭대기에 떡하니 얹혀져 있는 부리를 보면 저렇게 높고 멀리 있는 부리를 대체 어떻게 찾으러 가나 싶어진다. 검푸른 바다에 둥둥 외로인 떠 있는 몸 역시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는 느낌에, 누구하나 도움 요청할 수 없는 무인도만을 작은 배경으로 보여준다. 수평선을 높이 그려, 깊고 먼 바다 어딘가에 몸이 떠돌아 구하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거리 한 가운데 떨어진 꼬리 역시 막막하기는 마찬가지다. 두 날개는 밀림으로 사라졌고, 호랑이의 몸에 붙어 있다.
이 글은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는데, 온 몸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것에 비해,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고 있다. 엄마의 고함으로 인한 상처나 감정은 언급하지 않는다. 이처럼 사건의 강렬함에 비해 담백한 아이의 문체는 대조되어 더 강력한 효과를 만든다.
아이의 심리는 뒤에서 나온다. 내 몸을 찾아보고 싶고, 소리를 질러보고 싶고, 훨훨 날아가고도 싶고,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펭귄의 발만이 사막에서 지쳐있을 때 그림자가 나타난다. 왜 엄마는 걸어서 아기펭귄을 찾으러 오지 않고 배를 타고 나타났을까? 사막이라는 뜨거운 공간에 엄마가 배를 타고 나타나 아이에게 커다란 그림자를 드리워주는 것은 보호자가 주는 위안이자 안식처의 의미와도 같은 것이 아닐까? 엄마 펭귄은 아이의 모든 것을 하나씩 찾아서 꿰매었고, 아이는 흩어진 자기 조각을 다시 모아 회복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엄마는 중요한 한 마디, 미안하다는 사과를 한다.
아무리 어른이어도 잘못은 잘못이다. 누구나 잘못은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권리는 없다. 아이가 상처를 받은 부분에 대해 누군가에게 사과를 받는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인간으로 존중받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그렇게 다시 한 배를 탄 엄마 펭귄과 아기 펭귄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뜨거운 사막 위를 날아가는 배는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황량하고도 외롭고 쓸쓸한 그 사막의 한복판에서 같은 배를 타고 건너는 모습은 사회라는 바탕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가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인다.
<고함쟁이 엄마>는 사건을 단순한 구조와 직접적인 이미지로 보여주어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아이에게는 단순한 이야기를 통한 이해를, 부모에게는 상징적 사건으로 인한 강렬한 의미를 전달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첫댓글 어우 넘나 슬프다요. ㅠㅠ
그래도 꼭 읽어보고 싶어요.
지슬님의 분석 소개글도 넘 즐겁게 읽었습니다.
: )
<고함쟁이 엄마>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엄마의 고함에 아이의 온몸이 조각조각 날아가고, 다시 엄마가 흩어진 아이를 모아서 꼭 껴안아 주는 장면이 너무 좋더라구요. 상처 받고, 속상하고, 너무나 깊이 외로워진 마음과 엄마의 사랑에 또 금방 스르르 용서해 주는 마음이 너무 공감이 되었어요. 아이들은 언제나 부모를 용서하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이 그림책을 접했을 때 책은 작으나 몸이 조각이 나서 흩어졌다 다시 모아지는 엄청난 이야기라서 놀라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온몸이 흩어진 물리적인 분리가 아이의 좌절감 슬픔으로 잘 전해지는 책~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다시보니 반가운 책이네요. 두아이들(정확히 아이는 아니죠^^)에게 읽어주던 책에서 이제는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는 책이 되었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