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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 발표문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은 올해로서 여덟 번째 우리말과 우리 겨레의 얼을 살리고 빛내려는 국민의 소리와 뜻을 들어서 ‘우리말 지킴이와 훼방꾼’을 뽑아 한글날에 맞추어 발표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까닭은 국민의 생각을 모아 전하는 곳에 있을 뿐 어떤 개인이나 단체를 돕거나 헐뜯으려는 곳에 있지 않습니다. 다만, 겨레의 말을 살려서 겨레의 얼을 살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리와 뜻을 기록으로 남겨서 뒷사람들에게 알려주고자 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한편, 우리 겨레의 말이 하루빨리 바람직하게 살아나서 우리가 이처럼 번거로운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좋을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난해 우리는 국회가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을 제대로 심의하지 않는다고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훼방꾼으로 뽑았더니 연말에 국회는 그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또 국회방송에 ‘‘Talk & Law’라는 영문 제목이 있어 훼방꾼으로 뽑고 잘못을 알려주었더니 곧장 바로잡았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어주는 국회가 고마웠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국민의 소리를 알려도 귀를 막고 무시하는 데도 많습니다.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는 대기업과 일류대학과 교육부 같은 곳이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교육부는 나라와 겨레의 앞날을 멀리 내다보고 자라나는 세대를 올바르고 자랑스러운 사람으로 길러야 하는데도 우리말과 우리 문화 교육은 뒷전으로 팽개치고 오직 영어교육만 서두르고 있어서 걱정스럽습니다. 이런 틈바구니에서 영어능력검정시험과 한자검정능력시험이 판을 치며 우리말과 학교 교육을 더욱 힘들게 하고, 외국어 열병을 갈수록 부채질하는 풍토를 걱정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올해는 한글이 태어난 지 오백예순 돌이 되는 해이고, 한글날이 국경일로 드높여진 첫해입니다. 그래서 지난날에는 이 발표문을 누리편지로 언론기관에 보내고 말았지만 올해는 한글회관을 빌려 기자 여러분을 모시고 발표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언론기관에서는 우리가 하는 일을 많은 국민에게 좀 더 자세히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06년 10월 4일
560돌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김경희․김수업․김정섭․이대로
<우리말 지킴이 10>
1. 대한민국 국회(으뜸 지킴이)
2005년 12월 8일 국회(의장 김원기)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지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우리 한글역사에 길이 빛날 큰일이고 잘한 일이기에 2006년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뽑아 우리말 독립운동사에 기록하고자 합니다.
1990년 정부가 공휴일이 많아서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 경제단체의 말만 듣고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버렸습니다.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서 한글사랑, 겨레사랑 정신이 더욱 시들고 우리말과 우리 민족정기가 위기를 맞이했고 외국투기자본의 경제식민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바로 그 잘못을 정부에 알려주고 한글날 국경일 승격운동을 했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끈질기게 애쓴 나머지 지난해 12월 8일에 국회 본회의에서 ‘한글날 국경일 지정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한글날 국경일 지정은 우리말을 살리고 우리 겨레의 자주문화를 꽃피도록 만들어 줄 중대한 일이고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더욱이 지난해 우리가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을 빨리 심의하지 않는다고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훼방꾼으로 뽑았는데 우리 뜻을 무시하지 않고 받아들여 국경일 제정 법안을 심의 통과시켜주었고, 국회방송의 ‘Talk & Law’란 영어 이름을 훼방꾼으로 뽑았는데 바로 ‘신률의 법률 이야기’로 바꾸었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국회임을 보여주었습니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제정하려고 애써주신 모든 정당의 대표 의원들과 행정자치위원회 위원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 한국물리학회
우리 학술용어와 전문용어가 거의 일제 한자말이어서 우리말 발전과 우리 학문 연구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일제가 물러간 지 60년이 넘었는데도 학술용어가 일제 용어를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잘못된 일입니다. 그런데 일찍이 한국물리학회는 어떤 학술모임보다 앞장서서 전문 술어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어 쓰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쉬운 말로 바꾼 게 많이 있지만 그 본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진동(vibration) → 떨기
공명(resonance) → 껴울림, 껴떨기
섭동(perturbation) → 건드림
스펙트럼(spectrum) → 빛띠
형광(fluorescence) → 반디빛
당연한 일이지만 아주 잘한 일이고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힘써야 할 일이기에 많은 분들이 칭찬하고 우리말 지킴이로 추천했습니다. 우리말처럼 사용하고 있는 전문 학술어는 일제 아래에서 사용되던 것이거나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학술어를 우리말로 읽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학술어에는 아직도 일제 잔재가 흠뻑 배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제 잔재를 떨어버리기 위해서도 학술어는 정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대체되어야 합니다. 요즈음에는 학술어에 영어나 독일어 같은 서양말을 그대로 들여다 쓰고 있어 걱정입니다.
3. 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
환경운동단체에서 다달이 내는 잡지 이름입니다. 요즘 나오는 많은 잡지가 이름을 영문으로 짓거나 바꾸는 데 우리말로 지었고 그 내용도 깨끗한 우리말로 가득합니다. ‘차례’라는 한자말 대신 ‘벼리’라는 말을 쓰고, ‘전화번호’는 ‘소리통’, ‘홈페이지’는 ‘누리방’, ‘인쇄소’는 ‘박음터’라고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 부를 때도 ‘글틀지기, 글모음지기, 글매김꾼, 글꼴지기’라고 부릅니다. 1996년에 처음 책을 내기 시작했으니 10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삶을 이루는 작고 사소한 것을 밝은 눈으로 들여다보겠습니다.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재생지를 쓰고 있으며, 우리말을 살려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사랑하는 삶, 환경을 살리는 이야기들을 모아 소개합니다.” 하고 내세우며 책을 펴내고 있습니다. 회사 방침도 우리말을 살리고 지키려고 애쓰기로 한 것입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책입니다. 미국말로 이름을 바꾸는 잡지들이 본보기로 삼기를 바랍니다.
4. 서울 동대문구 의회
올해 ‘5.31 지방선거’ 뒤 개원한 동대문구의회는 의원들 이름패를 모두 한글로 바꾸었습니다. 참으로 마땅한 일입니다. 한글로 이름패를 쓰는 게 당연한 일인데 아직도 많은 지방의회가 한자 이름패를 쓰고 있습니다. 다른 지방의회도 본보기 바라며 이 일에 앞장선 서울의 동대문구의회 신재학 의원과 여러분을 칭찬하고 우리말 지킴이로 뽑습니다.
오늘날은 한자를 쓰는 조선시대나 일제시대가 아니고 한글만 쓰는 대한민국 한글시대입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1948년 대한민국을 세우면서 공문서는 한글만 쓰는 법(법률 제6호 한글전용법)을 만들어 공문서를 한글로 쓰고 관공서 현판과 직인들의 글자를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쓰도록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일부 정부 기관과 공무원이 이 법과 규정을 어기고 한자를 써왔습니다. 일부 얼빠진 정치인과 공무원이 한글세상이라는 것을 모르거나 무시한 것입니다. 그런 표본으로 손꼽을 만한 일이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문으로 쓴 것이었는데 이제 거의 모두 한글로 바꾸었습니다. 경기도의회와 인천시의회는 오래전부터 한글로 바꾸었습니다. 아직 한자 이름패를 쓰고 있는 다른 지방의회도 빨리 한글로 바꾸기를 바랍니다.
5. 우리은행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은 제 나라의 말로 된 회사 이름을 버리고 영문으로 바꾸기에 혈안인데 우리은행은 우리말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간판도 옥외관리법에 한글로 쓰기로 한 표기규정을 잘 지켜서 한글 글씨는 크게 영문은 작게 썼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이름을 짓고 법을 어긴 영어간판을 단 다른 기업이 본보고 따라 하기를 바라며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일제시대는 일본이 우리 겨레를 말살하려고 강제로 우리 성과 이름을 바꾸게 해서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한 일이 있는데 오늘날 대한민국 기업은 스스로 미국식 창씨개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영어 숭배 기업들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을 부끄러워하는지 아니면 간도 쓸개도 없이 얼이 빠진 사람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령 제13조 간판 표기규정에 간판은 한글로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외국 회사나 기관 등 어쩔 수 없이 외국어를 쓸 때는 한글과 함께 같은 크기로 쓰도록 되어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름도 우리말이지만 그 규정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6. 부영아파트 이름 ‘사랑으로’
지금 많은 건설회사가 아파트 이름을 영문으로 짓고 있습니다. 건설회사만 그런 게 아니고 기존 아파트도 우리말 이름을 버리고 영문이름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한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건설회사가 그렇게 얼이 빠진 게 아닙니다. 중견 건설업체인 ㈜부영은 우리말로 된 아파트 이름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고맙고 잘하는 일이라 우리말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부영은 이미 있던 아파트 이름인 ‘이 좋은 집’을 없애고 새로운 상표와 아파트 이름으로 ‘사랑으로’를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부영이 공급하는 임대·분양 아파트에 통합적으로 사용하는 이 브랜드는 최근 회사가 분양 중인 강원 강릉 연곡 1, 2단지 아파트에 처음 썼으며, 앞으로 모든 아파트에 쓸 거라 합니다. ‘사랑으로’는 ‘사랑으로 지은 집’, ‘사랑으로 가득한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고 부영아파트 입주자들이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정을 이루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회사 쪽은 설명했습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사랑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라고 회사 또한 사업이 잘되길 바라고 빕니다.
7. 대한주택공사 - 국어검정시험
대한주택공사는 올해부터 신입사원을 뽑을 때 국어능력시험 성적만 내도 응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대부분 회사가 영어능력시험인 토익이나 토플 성적만 반영함으로써 영어 열병을 부채질하고 학생과 젊은이들이 영어에 지나치게 시달리게 해서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택공사가 국어능력시험도 신입사원 뽑을 때 반영하기로 한 것은 참으로 마땅하고 잘한 일이기에 칭찬하고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영어나 중국어 때위 외국어도 잘하면 좋지만 한국인이라면 한국어를 먼저 잘하고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데 그동안 기업과 대학이 영어를 중요하게 여기고 우리 국어를 업신여겼습니다. 한국인이나 한국기업은 한국말을 더 많이 쓰게 됩니다. 그러니 한국인과 한국기업은 한국말을 외국말보다 더 잘 알고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합니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는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지 못하는 사람과 기업이 많았습니다. 우리말 속에 일제 용어와 외국 말투가 뒤섞여 있어서 문제였는데 오늘날엔 영어까지 마구 섞어 씀으로서 우리말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겠다는 얼빠진 기업들이 대한주택공사를 본받아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지키는 데도 힘써주면 좋겠습니다.
8.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중앙일보는 한문으로 된 제호 ‘中央日報’를 1995년에 한글 ‘중앙일보’로 바꾸었으며 요즈음에는 신문기사에도 한자는 거의 쓰지 않고 있습니다. 또 회사 안에 어문연구소를 두고 우리말을 바르게 쓰고 살리기에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말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여러분이 고마워하고 지킴이로 추천했습니다.
우리말과 한글로 돈을 벌고 사업을 하는 신문사는 그 어느 기관이나 국민보다 더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하고 바르게 쓰고 지키려고 애써야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한글과 우리말을 더 혼란스럽게 만드는 신문사가 있어 국민의 원성이 높았습니다.
중앙일보는 2003년부터 ‘우리말 바루기’ 고정란을 만들고 잘못 쓰는 우리말, 바른 우리말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으며 그동안 ‘우리말 바루기’에 연재한 글 ‘한국어가 있다.’ 하는 제목으로 네 권째 책을 펴낼 거라 합니다. 앞으로 더욱 우리말을 살리고 빛내는 데 힘써주길 바라며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9. 두산주류 ‘처음처럼’
‘처음처럼’은 술 이름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상품 이름이 영문으로 바꾸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표도 있습니다. 두산주류에서 나오는 소주 이름을 ‘처음처럼’이라고 우리말로 지어서 칭찬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름도 아름답고 상표 글씨도 아름다워 지킴이로 뽑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력도 세계 10위권이고 인구도 그 정도입니다. 아주 작은 나라도 아니고 우리 상품들도 이제는 국력에 못지않게 훌륭합니다. 그리고 우리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글자입니다. 우리 상품에 세계 최고 글자인 한글로 이름을 지어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이걸 부끄러워하는 한국인과 한국기업이 아직도 많으니 답답합니다.
이제 우리 상품과 우리말과 우리 자신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 이름을 우리답게 우리말글로 지어서 써야겠습니다. 지난날 영어로 상표를 달고, 영어로 회사이름을 바꾸어서 모두 잘되었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신문에 못된 짓으로 나오는 회사의 이름들이 거의 외국말로 된 회사들입니다. 이제 줏대 있는 나라, 자랑스러운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그 나라의 말 속엔 그 나라의 정신이 들어 있습니다. 그 나라의 말이 살아야 그 나라의 정신도 살아납니다. 회사 이름도, 상표도 아름다운 우리말로 지어서 아름다운 기업을 만들고, 좋은 상품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듯이 한 상품의 이름도 그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10. 식물학자 이유미
식물학자 이유미 박사는 경기도 포천 광릉 숲에 자리한 국립수목원의 연구관으로 산림생물표본관 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1960대까지 벌겋던 우리 산은 이제 푸르게 되어 제 모습을 찾아가지만 일반인의 숲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폭넓지 않은 풍토에서 우리나라의 산과 들, 도서벽지를 찾아다니며 나무와 풀에 관해 연구를 하고 당신이 아는 지식을 쉬운 말글로 국민에게 알리는데 힘썼습니다.
숲을 통한 공동체 운동을 전개하는 시민단체인 (사)생명의 숲 국민운동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봄철 우리 땅에 자라는 키 작은 풀처럼, 차분히 겨울을 준비하는 키 큰 나무처럼 나직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강의와 글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신문에 글을 쓰고 책을 냈는데 국어학자도 아니면서 전문 지식을 쉽게 잘 쓴다고 독자들이 칭찬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해 한자말로 된 전문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어 <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풀 백과사전><어린이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과사전><쉽게 찾는 우리 나무>들 책을 냈는데 많은 학자와 전문가가 본받아야 할 글쓰기 방법입니다.
일본 한자말, 전문용어를 그대로 베껴 쓰거나 영문 학술용어를 그대로 빌려 쓰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이유미님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글을 쓰면 우리말이 더 빛나고 학문도 발전할 것입니다.
<우리말 훼방꾼 10>
1. 교육부(으뜸 훼방꾼)
교육부는 올해 초에 “국가인적자원개발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는데 2008년부터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와 인천, 부산 경제특구 등에 초․중등학교에서 수학과 과학 같은 교육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 몰입교육‘을 시범 실시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2008년부터 초등학교 1,2학년까지 영어 조기교육을 확대할 생각으로 올해부터 시범학교 50곳을 뽑아 시행하겠다고 했으며, 앞으로 10년 동안 903억 원을 쏟아 넣는 ‘영어교육 혁신방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교육단체와 국민이 지금 시행하는 영어 조기교육이 영어열병을 일으킨 주범이고 실패한 정책이라고 지적하는 데 교육부는 그 걱정을 더 심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시민이 교육부를 우리말 으뜸 훼방꾼으로 추천했습니다.
2005년 12월 13일치 ‘매일경제’를 보면 “경제특구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방식의 교육 국제화도 추진된다. 정부는 13일 중앙청사에서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차 서비스산업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으로 교육 보육 의료서비스 등 사회 서비스분야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교육 분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경제특구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원어민 교사 활용을 확대해 교육 국제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하는 보도가 실려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 교육부는 앞으로 우리말을 버리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기로 할 셈으로도 보입니다.
모국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밀어붙이는 영어교육 확대는 국어교육을 파괴하고 영어교육은 문자 교육 중심으로 변할 수밖에 없어 영어 학습부담 가중, 사교육비 증가, 영어 교육에만 교육예산을 편중하는 일도 걱정거리입니다. 교육부가 지나치게 영어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영어 공용화 바람과 지나친 영어 교육바람을 일으켜서 우리말이 영어에 밀리고 짓밟히게 만들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외국어를 잘하면 좋다는 원칙에서 그런 정책을 강행하고 많은 돈을 쓰지만 우리말에 엄청난 타격과 상처를 준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10년 뒤에 우리말이 더 몸살을 앓고 100년 뒤에 우리말을 사라지게 만들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게 되면 그 주범은 오늘날의 교육부가 되리라는 생각을 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2. 한자능력검정시험
조선시대나 일제시대는 한자를 쓰는 시대였지만 오늘날은 한글을 쓰는 한글세상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조선시대 서당식 공부와 한자 글살이를 고집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한자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일본어 같은 다른 나라의 말과 글을 공부하는 데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으면 많이 하고 많이 알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능력은 한계가 있고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이 남의 나라 말을 잘해서 저만 출세하겠다는 것은 말릴 수 없겠지만 우리말부터 먼저 잘 알고 잘 써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지나치게 한자와 외국어를 강조하고 그 바람을 일으켜서 우리말 교육에 지장을 주고 또 우리말을 우습게 아는 풍조를 조장하고 있어 걱정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글자는 학문과 지식정보를 얻고 주고받는 도구요 수단이지 교육의 본질이고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말과 우리글로써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며 학문에 문리를 트게 하고 많은 지식을 얻고 연구하게 하는 차례가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한자능력검정시험에 나오는 한자를 보면 보통 쓰지도 보지도 못하는 글자가 수두룩합니다. 교육의 낭비요 국력의 낭비입니다. 이런 한자능력검정시험을 일부 대기업과 대학과 학자들이 부추겨서 많은 학생이 이 공부에 지나치게 시간과 돈을 쓰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글세상이 자리 잡는 일을 가로막아 우리말 발전을 어렵게 하고 무엇보다도 한 사람의 인격 형성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 그 뜻을 알려줍니다.
3. 영어능력검정시험
얼마 전 신문에 세계에서 미국 영어능력검정시험인 토익을 가장 많이 보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인구가 많은 미국이나 일본, 중국에 견주면 우리는 영어능력시험에 너무나 지나치게 열심이며 나라 돈을 거기에다 날리고 있습니다. 이런 토익이나 토플이란 영어능력검정시험은 기업과 정부가 직원을 뽑을 때 지나치게 반영하고 대학들도 갖가지로 부추겨서 열풍을 일으킵니다. 보름 전엔 국립대학인 서울대가 입시에 토익을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가 국민의 비판과 저항으로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한자 공부와 마찬가지로 영어 공부를 하는 걸 반대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시험을 보는 것도 개인 자유입니다. 그러나 이게 너무 지나쳐서 겨레의 말과 겨레의 얼에 깊은 상처를 낸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이런 바람은 마침내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분위기를 만들며 겨레의 뿌리를 뽑으려는 곳까지 내달리려 합니다. 이처럼 위험한 풍조를 걱정하는 국민의 소리를 전하는 뜻에서 우리말 훼방꾼으로 뽑았습니다.
4. 서울메트로
‘서울메트로’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입니다. 본래 회사 이름은 ‘서울지하철공사’였는데 영어 열병에 들어서 지난해에 ‘지하철공사’란 우리말을 버리고 ‘메트로’라는 외국말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 회사는 공기업으로서 서울시 세금을 쓰는 국가기관이나 마찬가지 기업입니다. 이 회사가 이름을 바꾼다고 할 때 그 회사 직원들도 회사 살림이 어려운데 많은 돈을 들여서 이름을 바꾸는 건 잘못이라고 한글단체에 막아달라고 부탁까지 했고, 한글단체에서는 바꾸지 말 것을 건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겐 우리말은 보이지 않고 영문만 보였습니다. 회사 직원과 이용하는 손님을 편하고 안전하게 모시기보다 이름만 영문으로 바꾸면 회사가 좋아질 것으로 아는 모양입니다. 공기업이 앞장서서 우리말을 버리고 더럽혔다는 사실을 한글사랑의 역사에 기록하며 훼방꾼으로 뽑았습니다.
5. 우리말답지 않은 방송제목
문화방송에 ‘가족愛발견’, ‘개그夜’란 방송 제목이 있습니다. 한국방송에 “생방송 세상의 중심”이라는 프로에 작은 제목으로 “클릭! 세상事”가 있고, "러브人아시아"란 프로도 있습니다. 영어에다가 한글과 한자를 섞어서 이상한 글꼴을 만들어 유행시키고 있습니다. “이슈NOW”란 제목도 있습니다. 또 9월 22일에 방영된 한국방송 “주부 세상을 말하다.”에서도 소제목에 ‘파워우먼女’란 말이 나왔습니다.
우리말에 한자말과 영어가 뒤섞이고, 한글에 로마자와 한자를 섞어 쓴 괴이한 글쓰기 모습들입니다. 우리말답지 않고 우리말을 어지럽게 만드는 부채질일 뿐입니다. 시청자의 관심을 더 끌려고 하는 것인가 싶지만 방송 내용을 좋게 해서 시청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방송이 우리말을 더 바르고 깨끗하게 씀으로서 우리말글살이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더욱 뒤틀리고 어지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6. 대한민국 학술원
국어기본법 14조에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한글로 쓰게 되어 있고, 공문서는 공공기관에서 발행하는 회의 자료나 보도자료, 또는 광고와 공고문, 관보 등과 현수막 글씨도 싸잡힙니다. 개인 일이 아니고 공공기관의 일을 나라의 세금으로 내는 글은 모두 공문서에 포함이 됩니다. 공문서 관리규정에도 공문서는 어문규정에 따라 한글로 쓰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국가기관은 이 법과 규정에 따라서 현수막을 걸거나 문서를 작성할 때 한글로만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최고 학술기관이 내는 문서나 현수막이 이 법과 규정을 어기고 한자로만 쓰거나 혼용하고 있습니다. 한글을 짓밟고 나라의 법을 무시한 일입니다. 학술원은 지난해 학술원 시상식 때도 그래서 훼방꾼으로 뽑은 일이 있는데 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고 반포하려고 할 때 끈질기게 반대하던 집현전 학사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나라 학문의 상징이라는 학술원이 언제까지 한자의 멍에를 쓰고 가는지 온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7. 국민의 피인 세금을 허비하는 ‘영어마을’
경기도가 처음 ‘영어마을’을 만들고 선전을 하더니 이제 서울과 지방은 말할 거 없고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다투어 ‘영어마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어마을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이름 그대로 조그만 영어 나라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곳에서는 우리말을 버리고 영어만 쓰기 때문에 영어마을은 우리 말과 우리 얼을 죽이는 암세포와 같습니다.
교육부나 교육단체도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그렇지 않아도 빚더미에 앉아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수백억 원씩 들여서 영어마을을 만들고 있는 것은 결코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 돈을 중, 고등학교 영어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쓰는 게 좋고 바른 길입니다. 이 영어마을은 영어 조기유학을 덜 가게 하기 위함이라지만 오히려 그 분위기를 더 부추기고 제 나라의 말보다 영어를 더 숭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글자나 말을 배우는 건 학문을 하고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과 도구를 갖으려는 것이지 학문의 본질이 아닙니다. 우리말로 지식과 정보를 많이 얻고 학문의 문리를 터득하는 노력이 중요하고 시급합니다. 지금 우리말로 공부를 해도 알아야 할 것을 다 알기가 힘들고 시간이 모자랍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삶을 드높이기 위하여 할 일도 태산입니다. 영어마을은 스스로 후진국임을 나타내는 꼴일 뿐이고, 나라와 겨레의 앞날과 겨레말을 병들어 죽게 할 암세포 덩어리라고 여기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8. KTF
대한민국의 회사이면서 회사이름을 영문인 ‘KTF’로 지었습니다. 케이티에프라는 이 회사는 국가기관이었던 체신부 전화국이 공기업인 한국통신으로 이름을 바꾼 기업입니다. 회사 이름뿐만 아닙니다. 광고문을 “Have a good time"이라고 만들어 방송과 거리간판에 선전하고, 사회공헌 선전 구호도 ”THINK KOREA“란 영어로 써서 광고하는 것도 우리말을 무시하고 짓밟는 짓입니다.
그런 간판과 광고를 보는 사람의 99%가 한국인일 것입니다. 한국인이 보고 들으라고 한국에서 하는 광고문은 당연히 한국말로 하는 게 상식이고 바른 행동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말과 우리 글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영문으로 하는 까닭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국과 한국말과 한국인이 키운 기업이고 한국인과 한국과 한국말을 바탕으로 돈을 버는 기업이 이런 짓을 하고 있으니 이런 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루빨리 국민에게 사과하고 회사이름을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기를 바라며 올해의 훼방꾼으로 뽑았습니다.
9. 영어 공용어 추진하는 사람들
버젓이 제 나라의 말이 있는데 회사이름을 영문으로 바꾸고, 회사 안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LG전자란 회사가 앞장서고 많은 기업이 그런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영어를 우리의 공용어로 해야 한다고 떠든 소설가 복거일은 얼마 전 한 언론에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미국 돈인 달러도 우리 돈으로 써야 한다."는 소리를 거침없이 했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개인이나 기업만 그런 게 아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어느 신문에 "인천과 부산 등 경제특구와 국제자유도시인 제주도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이 지역에서 학교수업을 영어로 가르치는 새로운 수업방식을 추진키로 했다. LG전자는 2008년부터 전사에 영어 공용화를 시행한다고 발표해 두고 있다. 그 뒤에 임직원들은 영어 과외를 받는 등 영어 능력 향상에 골몰하고 있다. 연구개발, 생산 등 전 세계적 공유가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각종 공문이나 보고서, e메일 등을 영어로 작성하는 등 영어 공용화 준비를 착착 해나가고 있다." 하는 보도 기사가 있었습니다. "인천의 영종도 송도 청라지구, 부산·진해 및 광양만 일대 세 곳의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공문서가 영어로 접수 처리된다. 각 경제자유구역의 초등학교 2곳에서는 2008년부터 수학, 과학 등을 외국어로 가르치는 ‘영어 몰입교육’이 시범 실시되고 있다. 평가를 거쳐 2010년부터 확대된다." 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어서 훼방꾼으로 뽑았습니다.
10. 영어 강의 추진하는 대학
고려대학교와 포항공대가 영어로 강의하겠다고 먼저 하더니 서울대, 한양대,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 이렇게 전국의 대학들이 영어로 강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세계화시대에 국제화된 대학을 만들려고 그런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대학의 학문과 교육을 빈 껍데기로 만들 뿐 아니라 우리말을 짓밟고 학문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전국 70여 개 인문대학 학장들은 오는 26일부터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에서 사상 첫 ‘인문주간’ 행사를 열고 인문학 경시 풍조를 질타하는 공동 성명서를 내기로 했다." 하는 보도를 하면서 이에 앞서 고려대 문과대 교수 121명 전원은 이날 고사상태에 빠진 국내 인문학의 위기를 고발하는 ‘인문학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그런 선언문 발표 뒤에 마련한 심포지엄에서 이승환 철학과 교수는 “어윤대 총장의 영어 강의 정책이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죽이고 있다”면서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이 대학 총장에 출마해 학문의 전당을 시장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대학 영어강의가 영어 공용어를 조장해 우리말을 죽일 뿐 아니라 학문을 죽여서 우리 교육 전반과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