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4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10월부터 2023년 9월까지 3년간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필자는 지난해 9월 이를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지난번 칼럼에 이어서 첩약의 조제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원외탕전실'은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한약을 전문적으로 조제하는 시설이다. 첩약 제조과정을 '외주화'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외주업체'들에 대한 질 관리를 위해 2018년부터 원외탕전실 평가인증제를 도입했다. 원외탕전실의 시설·운영·조제 등 한약 조제과정 전반을 평가하고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원외탕전실에는 한의사나 한약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2019년 국정감사 때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원외탕전실 99곳 중 현재 인증을 받은 곳은 7곳에 불과했다. 이를 전담하는 한의약진흥원에서는 원외탕전실 별로 한약사 수와 하루 조제 첩약 수 등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전라남도에 있는 한 원외탕전실의 경우 한약사 1명이 무려 1396곳의 한방의료기관을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한방의료기관 1곳당 하루에 조제하는 첩약이 최소 1포만 되어도 한약사 1명이 하루에 1,396포의 첩약을 달인다는 뜻이 된다. 넉넉잡아 하루 10시간 동안 근무한다고 쳐도 시간당 100포가 넘는 첩약을 달여야 하며, 1분에 1포가 넘는 첩약을 조제해야 한다. 이게 어떻게 과학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필자로서는 도무지 가늠하기 어렵다.
원외탕전실 인증제 자체도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원외탕전실을 인증할 뿐, 인증 후 조제 과정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쉽게 설명하면 약을 제조하는 공장에 대해서 둘러보고 "믿을 수 있다"고 선언한 뒤 손을 떼는 셈이다.
이는 성분과 기전, 최소 3상 이상의 임상 시험의 결과, 시판 후 약물 이상 반응까지 모두 제출해야 하는 '의약품'과 매우 대조적이다.
원외탕전실 인증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의약품과 같은 관리 과정 이 없는 것이다. 원외탕전실에서 조제하는 첩약은 과연 안전할까? 잘 모르겠다.
보건복지부는 인증된 원외처방실만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 참여시키겠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전체 원외탕전실 중에서 인증받은 곳은 채 10%도 되지 않았는데, 1년 사이 인증 받은 곳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지 않은 이상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아무쪼록 국민의 혈세를 써서 도입한 원외탕전실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서라도 최소한 현황을 파악해야 하며, 한의사·한약사 1인당 1일 평균 조제 건수 등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 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현황 조사를 시행 중이며 적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이미 의료기관 공모를 시작했다. 노력의 결과는 도대체 언제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