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
유성규
엄마의 손등에선
고소한 냄새가 나고,
우리 아가 콧등에선
코코질 냄새 난다.
이 냄새
땅에 뿌리면
무슨 꽃이 필까요.
(4학년 2학기. 국어 읽기)
표현의 통일성이나 일관성이 없고
이 시가 의도하는 바가 뭔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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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림 그리기
이상인
하늘은
파랗게
칠해서 높여 주고
산은 오색 물감
풀어서 그리고요
몇 마리
고추짱아도
하늘 날게
해 줄까?---행 구분이 지나침
과일은
빨갛게
주렁주렁 매달고요
들판은 황금색을
색칠해 보았더니
야! 정말
그림장 안에
갈바람이
솔솔 부네
(4학년 2학기. 국어 읽기)
고추짱아....교과서 동시니 만큼 표준말로 쓰는 게 맞을 것 같다.
그림장...시는 현대시인데 스케치북을 -그림장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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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마
정진숙
눈이 크고 얼굴이 까만
나영이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고,
알림장 못 읽는
준희 엄마는
베트남에서 왔고,
김치 못 먹어 쩔쩔매는
영호 아저씨 각시는
몽골에서 시집와
길에서 마주쳐도
시장에서 만나도
말이 안 통해
그냥 웃고만 지나간다.
이러다가
우리 동네 사람들 속에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그래도 할머닌
걱정 말래.
아까시나무도
달맞이꽃도
개망초도
다 다른
먼 곳에서 왔지만
해마다 어울려 꽃피운다고.
(4학년 2학기. 국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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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박필상
바다는 엄마처럼
가슴이 넓습니다.
온갖 물고기와
조개들을 품에 안고
파도가
칭얼거려도
다독다독 달랩니다.
바다는 아빠처럼
못하는 게 없습니다.
시뻘건 아침 해를
번쩍 들어 올리시고
배들도
갈매기 떼도
둥실둥실 띄웁니다.
(4학년 2학기. 국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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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 편지
김한룡
물 위에 동동
은행잎 한 잎
띄워 보내자.
이사 간 순이에게
편지 보내자.
네 살던 집
앞마당
은행나무에
요렇게
노오란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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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 권오삼
탑
돌탑,
울퉁불퉁
못난 돌멩이들
서로 꼭 껴안고
멋진 탑이 되었네.
삐뚜름해서 더 정이 가는
탑, 돌탑. 나도 세워 보았다.
올통볼통 요 작은 돌멩이들로
요렇게 빼또롬하게 세워 보았다.
(4학년 2학기. 국어 듣기. 말하기. 쓰기)
이 동시도 말놀이 동시에 가깝다.
초등학교 동시에 말놀이 동시가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시는 시 속에서 어떤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는 것
시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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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이주홍
더 크게 더 크게
불어 봐 얘 풍선
난 터져도
겁이 안나 얘
그렇지만 속으로
쬐끔은 겁이 나.
더 크게 더 크게
불어 봐 얘 풍선
난 터져도
겁이 안나 얘
그렇지만 속으로
쬐끔은 겁이 나.
(4-2 국어 듣기 .말하기. 쓰기)
----쬐끔이라는 말은 거의 쓰여지지 않는 단어인데, 유독 한국동시문학회 회원의 동시
교과서에 실린 동시에서만 많이 쓰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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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름종이
김소운
서로들다투고 토라진 마음
서로를 미워하는 마음
질투하는 마음 모두모아
걸러
보면
방
울
방
울
마알간 사랑의 단물
또옥똑 떨어질꺼야
미워하는 마음을 거르면 사랑의 단물이 떨어진다는
이해가 잘 안되는 어거지 이론 방정식이다
새로운 이론은 언제나 읽는 이의 동조가 필요하다.
그 새로운 표현이 무릎을 칠만큼 절묘할 때 좋은 시가 된다.
이 시도 3학년 교과서의 기린이란 동시와 비슷하다
시의 형식을 흐트려서 재미삼아 써보는 시를 초등학생용 교과서에 다량으로 싣는 게 타당한지...
좀좀좀좀
한상순
잠 좀 자라
공부 좀 해라
제발,
뛰지 좀 마라
게임 좀 그만해라
텔레비전 좀 그만 봐라
군것질 좀 그만해라
엄마 잔소리 속에
꼭 끼어드는
좀좀좀좀.
(4-2 국어 '듣기.말하기. 쓰기)
원만한 마무리나 반전으로 이끌어내야 어른이 써야할 동시의 바람직한 형태가 아닐까싶다.
동시도 하나의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좀'이라는 부사 대신에 '빨리'라는 말을 써서 똑같은 형식의 시를 썼다고 가정해보자.
반전을 위한 마지막 한 연이 부족한 것 같다.
늦잠 자면 빨리 일어나라
학교 늦으면 빨리 가라
내가 늦을 때
끼어드는 엄마의 말
빨리 빨리
(예/그때마다 나도
맞장구치고 싶은 말
좀좀좀좀
조금만 봐주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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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이상교
후룩후루룩
뜨끈뜨끈 무국.---뜨끈뜨끈 어른식 표현
깍둑깍둑
알맞게 익은 깍뚜기.----1행과 2행 사이가 매끄럽게 연결이 안 됨
똑똑 딱딱
젓가락질.
식탁은 한 상 가득 차려 놓고는
꿀꺽꿀꺽 침만 삼켜요.
(4 - 2 국어 듣기. 말하기. 쓰기)
교과서에 실리기에는 뭔가 부족한 동시
초등학생이 썼다고 해도 그리 좋은 동시는 아님
식탁이 침만 삼킨다는 표현이 조금 기발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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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오는 소리
정완영
별빛도 소곤소곤----봄 이라는 이미지와 결부가 안 됨(시가 짧기 때문에 반드시 이미지 결부가 필요함)
상추씨도 소곤소곤---땅속에 심어진 상추씨 소리가 들릴까..아무리 시적인 표현이라고 해도
물오른 살구나무
꽃가지도 소곤소곤
밤새 내
내 귀가 가려워
잠이 오지 않습니다.-----1연과 2연은 실제적인 소리가 아니라 시적 표현이기 때문에 들리지 않는 소리 때문에
귀가 가렵다는 표현은 어패가 있음(동시에서 1차적인 허구 위에 2차적인 허구를
세워선 안 됨)
(4학년 1학기. 읽기)
새는 새는
전래동요
새는 새는 나무 자고
쥐는 쥐는 구멍 자고
소는 소는 마구 자고
닭은 닭은 홰에 자고
돌에 붙은 따개비야
나무 붙은 솔방울아
나는 나는 어디 붙어
꺼부꺼부 잠을 자나
우리 같은 아이들은
엄마 품에 잠을 자지.
(4학년 1학기. 읽기)
빗방울
권오삼
어, 어
나뭇잎 위에 떨어졌네.
그럼
또르르
구슬 되어 굴러가지
어, 어
빨랫줄에 걸렸네!
그럼
어디 한번
매달려 볼까
대롱대롱대롱대롱
아이고
힘 빠졌다
톡.
(4학년 1학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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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남호섭
진주에서 통일호를 타고
선암사에 갔습니다.
통일호는 아무리 작은 역에도 서는
기차 이름입니다.
선암사는 백제 때 지은 옛 절입니다.
누워서 크는 소나무도 있고
밑이 뻥 뚫려 엉덩이가 시원해지는
뒷간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바람에 닳아서
제 빛깔을 잃은 단청이
오히려 편안하고,
절집을 다정하게 감싸고 있는
야트막한 돌담도 편안합니다.
고속철이 씽씽 달리는 요즘
느릿느릿 달리는 통일호를 타고
한 사람이라도 소중하게 태워 주는
작은 역들을 지나면
거기 선암사가 있습니다.
(4학년 1학기.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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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설악산(어린이시)
양욱(학생)
휴가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얄미운 비 꼭 이럴 때만 내리잖아.’
휴가 때 오는 비는 너무 싫다.
비 오는 설악산
우비 입고 우산 쓰고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설악 풍경 잘 보이는 자리로 갔다.
병풍처럼 구름이 내려앉아 있다.
세찬 비 때리는
창문만 바라본다.
뾰족한 하늘에
구름 하나 걸쳐 있다.
산이 구름을 업은 것 같다.
멋진 풍경 바라보며 먹는
산채비빔밥
최고의 성찬이다.
흠뻑 젖어 울산바위 오르며
“비 오는 날이 더 멋있네.”
“정말 멋있어.”
구름이 껴안은 산
우리도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4학년 1학기. 읽기)
어린이가 쓴 동시치고는 행 구분만 적당해 해놓았지 산문형 글이다.
산문형 시로 쓸 경우에는 반드시 한 연 안에 새로운 의미의 발견이 담겨 있어야
시의 요건이 갖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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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노래 1
전래동요
솔개 떴다
병아리 숨어라
어미 날개 밑에
아비 다리 밑에
꼭꼭 숨어라
날개가 나왔다
(4학년 1학기. 듣기 ․ 말하기 ․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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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잡기 노래 2
전래동요
꽁- 꽁- 숨겨라
꽁- 꽁- 숨겨라
벼룩이 물어도 꼼짝 말아라
빈대가 물어도 꼼짝 말아라
이가 물어도 꼼짝 말아라
(4학년 1학기. 듣기 ․ 말하기 ․ 쓰기)
우리나라 전래 동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전래동요를 많이 싣다 보니 별 의미없는 글이 많이 실린 것 같다.
국어책에 실리는 것만큼 음악책에도 전래 동요가 실리는지도 궁금하다.
전래 동요라면 음악책에 우선적으로 실리는 게 맞지 않을까?
물론 전학년 교과과정을 통해서 세 편 정도는 무방할 것 같다.
동시는 효시는 동요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