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로 공석이 된 당 대표직을 원내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이 대표가 반격카드를 모색하고 있으나 도덕적 치명상을 입은 이상 마땅히 꺼낼 카드가 없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6개월간 윤핵관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을 장악하게 됐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윤핵관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 측에서는 윤핵관들이 조기 전당대회를 열어 당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당내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마친 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2022.07.14. 뉴시스
- 김용태최고, “작년말부터 윤핵관 이준석 내치는 시나리오 돌아” -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속 당헌.당규 개정 11월 전대 개최설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이런 이야기들이 이미 연말부터 나왔던 시나리오다. 여의도에서 흔히 말하는 지라시로 들리던 소문이다.”
이 대표 측 인사인 김용태 최고위원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한 발언이다. 그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윤리위를 통해 지난주 금요일부터 ‘징계해서 당 대표를 궐위시킬 거다’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굉장히 아쉽다. 당 지도부는 정말 대선을 이기려고 모든 것을 다 걸고 했는데 이런 공작을 했다면 저는 굉장히 정치가 잔인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당대표가 징계를 받자마자 3일 만에 사퇴하라고 요구하면서 조기 전대나 비대위를 말하는 것은, 너무 군사작전 하듯 나오는 게 너무 잔인하다고 생각된다”면서도 “개인의 억울함을 푸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혼란을 수습해야 할 필요가 있다. 6개월 동안 당대표도 그동안 못했던 것들, 성찰한 것들 좀 하고 다시 돌아오면 된다”고 덧붙였다.
당 장악한 윤핵관, 권성동 차기 당권 수순?
이 대표 중징계 결정 후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에서는 당대표 당원권 정지는 ‘사고’ 상태란 해석을 내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6개월 후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윤핵관으로서는 한시적이지만 이 대표를 몰아내는 데 ‘절반의 성공’을 한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이른바 ‘윤핵관’의 맏형 격으로 여겨지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으면서 당을 장악했다. 특히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은 권 직무대행의 당권 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권 직무대행은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도전이 유력시되고 있다. 권 직무대행은 6개월간 당대표 직무대행을 수행한 뒤 이 대표가 복귀하면 내년 4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2개월간 전당대회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대로라면 권 직무대행은 당대표로서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손에 쥐게 된다.
직무대행 기간 조직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실제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60여 곳의 당협위원장 자리가 비어 있다. 이중 14곳은 후보자가 내정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나머지 48개 지역구는 6월 공모를 진행했지만 당협위원장 후보자 심사 작업을 미루고 있다. 이에 당내 일각에서는 권 직무대행이 당협위원장 후보자 심사와 의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인사는 “60여 개 당협위원장에 권 직무대행에 우호적인 인사들을 임명한다면 이들이 지역 조직을 장악해 전당대회 당원투표에서 유리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도 권 직무대행에 더 쏠려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권 직무대행과 윤핵관들과 서울 모처에서 만찬을 하며 이 대표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권 직무대행 체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동의를 받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권 직무대행과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 간 교통정리 역시 끝났다는 말도 나온다. 윤핵관과 교감이 있는 국민의힘 한 인사는 “장 의원이 권 직무대행을 형님이라고 부르지 않느냐”며 “윤핵관 내에서도 서열이 있다. 장 의원이 액션을 취하는 순간 윤핵관 측근 그룹에서 장 의원에게 경고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직무대행이 당권을 잡고, 장 의원은 원내대표에 나설 수 있고, 그 이후에 차차기 전대 등을 노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그는 “언론에서 권성동-장제원 불화설을 거론하고 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권 직무대행은 “장 의원과는 사이가 좋다. 또 수시로 통화하고 있다”고 갈등설에 선을 그었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친윤계에서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권 직무대행을 적극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조기전대 변수 여전, 상황 따라 전략 수정도
물마시는 이준석 대표. 뉴시스
다만 변수는 남아 있다. 이 대표의 자진사퇴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윤리위의 중징계 결정 이후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최고위원들이 총사퇴를 해 지도부가 ‘궐위’ 상태를 만들면 조기 전대가 가능하다. 이 역시 현 최고위 구성을 보면 권 직무대행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낮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른 검찰의 기소 여부 및 시점이 윤핵관 당 장악 시나리오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결과를 받아 기소하면, 무죄로 확정판결 받기 전까지 당원권 정지가 연장될 수 있다. 그럴 경우 조기 전대를 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당권 주자들 입장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결과가 빨리 나오는 게 권 직무대행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 측도 남은 경찰 수사가 이 대표의 정치 운명을 가를 변수령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가 경찰 조사에서 무혐의를 받는다면 6개월 뒤 당무에 복귀할 가능성이다. 게다가 당대표 임기 완료 후 2024년 공천권을 행사하며 당내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 측 주변에서 공공연하게 차기 전당대회 재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대표 측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무혐의를 받는다면 당대표에 복귀한 후 차기 전당대회에 재출마할 수도 있다”며 “다음 총선 때까지 정치권의 이벤트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반면 혐의가 입증되면 정치 생명은 끝이 난다고 볼 수 있다. 당헌·당규상 성범죄로 기소되면 당내 경선 출마가 불가하다. 당연히 2024년 총선 도전도 어렵다. 이를 대비해 이 대표 측 인사들이 혹시 있을 변수에 대해서 전대 출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원권 6개월 정지 기간 중 검찰이 기소한다면 조기전대가 개최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윤핵관을 견제하기 위해 이 대표 측근 인사들이 전대에 출마하겠다는 계산이다. 나아가 윤핵관들이 전국위원회를 열어 당헌 당규를 바꿔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대표를 선출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성동 당대표론’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됐던 윤핵관도 조기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권 직무대행이 중도하차하고 당권 도전에 나서기에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이냐 장제원이냐 돌고돌아 ‘윤핵관’
환하게 웃는 장제원 의원. 뉴시스
그 대안으로 권 직무대행 대신 장 의원이 내년 차기 전당대회에서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지지모임인 여원산악회 회원 1천100여 명을 이끌고 함양 농월정에 다녀온 사진을 공개했다. 장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멈춰 섰던 여원산악회가 2년 7개월 만에 다시 출발했다”며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더욱 열심히 달려가겠다”고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