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산 가는 날
오늘은 늦지 말아야지.
어차피 오늘은 집에서 빈 배낭만 지고 나왔으니 편의점이라도 들려야겠다.
초콜릿과 과자 한 봉지 그러다보니 이슬이도 한병 담고 오늘은 쬐께만 먹어야지
나름데로 다짐하며 서현으로 향한다.
35분 서현역 도착인데 서두르다보니 15분에 왔다
포근했던 날이 갑자기 변덕을부려 쌀쌀하고 배낭에 들은 옷을 꺼내기 귀챤아
얼마 안 남았다 애써위안하며 달달떤다.
앙드레님도 여기서 타시는데 그림자도 안보이구 노선버스만 씽씽 잘도 달린다.그러다보니 한분두분
모이기 시작하고 어둠을 밀어내며 우리차가 온다.
얼마나 반갑던지.뛰어가 인사하며바삐탄다.입구에서 부터 낮익은 얼굴들 기사님과 눈맞추고
악수도 하며 눈은 연방 주위를 둘러보고 인사하며 앞으로 나간다.
이 얼마나 반가운 만남인가.
모두 산이 좋아 산에서 만난님들 하나같이 솔바람 냄새가 솔솔 난다.
웃음소리에 산바람소리가 들리는건 나만의 착각일까?
절로 흥겨운 장면이다.
지난번 갔던 장안산 얘기 오늘갈 가리산얘기 얼마를 같이 떠들다 좀 조용해지려니 휴게소다.
오늘은 밥도 안먹고 나와서 얼른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에 먹을 김밥을 먼저 주문해놓고 젤 빨리된다는 가락국수를 한그릇 받아든다.
국물이랑 좀 먹고 싶은데 왜그리 뜨거운지 .
뜨거운거 잘 먹어야 인덕이 있데서 일부러 뜨건걸 빨리 먹다가 입천장이 데인 기억이 난다.
그래서 느림보님들을 만났나보다. 그 보상으루.....
대충 국수가락만 낚시질하고 물도 안마시고 바삐 나오는데
세상에 이런일이 차가 구렁이 담넘듯 슬금슬금 출발을 한다.
워메 놀란가슴 여그서 차 놓치면 나는 어떻하라구. 모자벗어 흔들며 뛰어본다.
맛도 별로던데 국수 한 그릇 먹다가 졸지에 미아가 되는건 아닌지.
그 짧은 순간에 엄청난 용량의 컴퓨터가 연산처리하듯 별의별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지난번에도 산나리님의 애를 먹었는데 오늘도 또다.......
헐레벌떡 차를 타며 그 쑥스러운 순간이라니.
모두 나만 처다보는것 같다.
염치가 없어서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그렇게해서 홍천고개에 도착해보니 산보다 길에 눈이 더 많다.
간단하게 차가 스키타는걸 보고 차안이 술렁거린다.
우측은 산이요. 좌측은 골짜긴데 차가 갑자기 후진한다. 천천히 가는데 왜그리 속도가 빨리
느껴지는지.상황따라 얼마든지 느낄수 있는 사람들의 놀람의 현장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 .괌 비행기 추락사고때의 일이라 들었다.
기체가 요동치며 떨어지는 순간을 한 일본인이 빠른 글씨로 생생하게 적은 메모지가 나왔다는
얘기말이다.정말이지 모골이 송연하다 .그런 순간에도 침착 할 수 있다는게.......
호사다마라 했던가.
느림보를 즐거움을 시샘하는 가리산님의 짖궂음인가.
우여곡절끝에 버스 궁뎅이가 좀 까지고 울님들이 힘을 합쳐 모래도 뿌리며 마지막까지 쫒아간
우리 공주님의 간절함이 통했는지 무사히 차를보내고 우린 아무일 없엇던것 처럼
고개를 오르며 산행을 시작했다.
한 고비 두 고비 넘으며 가루눈이라 불편했지만 맘만은 즐거웠다.
낙엽위에 수북이샇인눈 . 요즘은 산성비가 자주내려.토양 미생물이 살지 못해 이렇게
나뭇잎도 썩지를 못한단 얘길 들었다. 썩어 돌아가야할 땅으로 가지못하구 바람따라 딍구는 모습이
나 처럼 갈곳이 없어 떠도는 이방인처럼 애잔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할 우리들이 자연을 더 황폐화 시키진 않은지.
또 산을 좋아 한다며 산을 다니는 나는 산을 다니며 얼마나 오염을 시키는지 .
미끄러지지 말라고 아이젠을 착용하지만 이 아이젠의 작은 이빨이 얼마나 산을 할퀴고 물어뜯을지.
이런생각 저런생각에 자꾸 가던길이 더디어진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길게 내려가는 봉우리에 올라선다.
앞서 달려가던 님들의 웃음소리가 내 상념을 깨고.
두 팔을 벌리며 뛰어가는 맨 앞의 양귀비님 그바루 뒤에 아모르님 .아모르-2님.맨 뒤에 산나리님.
네분이서 야~~~하며 신나게 달리신다.
그 웃음소리 능선을 타고 하늘가를 절렁거리며 달리는 천마의 방울소리처럼 청량하게 사라지고
그 뒤엔 철부지 변덕쟁이 행복이 뎅굴뎅굴 따라 굴러간다.
나는 맨 뒤에서 행복해 하는 님들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영화보듯 보며 따라 행복해 본다.
담에 가리산에 또 온다면 저 웃음소리들 이 가지 저 가지에서 놀다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낙엽을 들추면 숨어있다 나올까? 까르르하며............
이제 점심시간이다.
먼저 가셨던 반쪽짜리 오인방 눈위에 자리를 잡고 우린 그옆 작은 공간에 식단을 펼친다.
먼저 오신 진권님 누룽지를 맛있게드시고
나는 눈총받으며 휴게소에서 산 김밥을 꺼내어 님들의 반찬을 함께 나누며
산행의 행복을 맘껏 누리는 시간이다.
어찌 산상에서 이슬이가 빠질 수 있으리오(아마 나만의 생각?)
별로 안좋아 하시는 분에게도 강권을 해서 조금 팔고 남은 반병을 다시챙긴다.
이렇게 반나절이 또 간다.
이제 조금더 오르니 다른 봉우리에 가려 안보이던 가리산3봉이 나란히 보인다..
마치 삼치창을 들고 서 있는 장수처럼 밋밋한 능선에 한발을 올려놓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오늘 가야 할 젤 하일라이트~
저곳을 가기위해 버스 궁뎅이도 까고 왔다.
빨리 가고싶다.
더디게 산허리로 이어지는 산로를 따라 조심하며 전진한다.
드디어 정상밑.
위를 올려다보니 .
바위로된 커다란 관을쓰고있는 형상이다.목에서 귀밑까지 작은 파이프 손잡이가 구불구불
걸려있고, 귀에서 정수리까지 아슬아슬하게 눈길속에 늘어서 있다.
멀리 소양호가 손에 잡힐듯 산골짜기 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산들이
서로 어께를 부벼데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기 바쁘다.
가리산 특유의 까마귀 울음소리가 계곡의 바람을 타고 정상으로 올라온다.
가리산 1.2.3봉.이산에서 사방으로 흘러내리는 능선들 그 능선의 나무들이 말 갈기처럼
바람에 기웃거리고 부끄러움도 잠시 잊었나 눈과 낙엽으로 발등만 살짝덮고 하늘로 가야할 선녀가
옷을 찾는 시간인지그렇게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머쟌아 움이 트면 이쁜 본 모습가리겠지.
이 순간이 영원히 머물길 바라는 우리님들.
소중한 시간을 추억으로 남기시려 여기저기 사진찍기 여념이 없다.
이 멋진 추억들을 영혼에 담으며 가슴으로 보고 눈으로 인사하며 하산한다.
멋쟁이 연지평님의 하늘빛 얘길들으며.
소년처럼 씨익~웃으시는 흑마탄님~
항상 다정다감하신 캠비 성님
차마 두고가기 아쉬워 자꾸 뒤 돌아본다.
캠비 형님 그냥가기가 넘 서운한지 젤 뒤로 쳐진 흑마탄님 아모르-2님 나 이렇게 병아리 눈물 만큼
조금씩 곡차 한 잔씩하고 그윽한 향 온몸으로 녹이며 하산한다.
휴양림에 주옥같은 시들이 우릴 반긴다.노천명님의 시가 있었다는데 아마도 이 시가 아니었을까?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관이 높은 너는 몹시도 향기로운 족속이었나보다.........
여기 관이 가리산의 봉을가리킨듯.....ㅎㅎㅎㅎㅎ
이 육사님의 청포도. 소월님의 못잊어 .진달래. 소싯적에 줄줄 암송하던 그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듯하다.
오두막의 이름도 하나같이 정겨웠고 그러다보니 도 닦고 하산하신 울님들 하산주 자리에 끼어본다.
산에서 못 뵙던 분들 바람처럼 날아오셔서 벌써 분위기가 무르익고 제법 해가 기울어져
아쉬움을 뒤로 하며 산행을 접을 시간이다.
오늘도 아침에 별로 좋지않은 출발이었지만 울 님들 무사히 산행 마칠 수 있어서 무엇보다 반갑고
또 음식 준비 해주신 울님들에게 항상 막차로 내려오는 저는 이번에도
빚만 잔뜩지고 갑니다.울님들 덕분에 활짝웃는 하루되어서 감사드리고
여러님들 가정이 두루 행복하시길 바라며 꽃 한아름씩 택배로 보내드리니 잘 받으세요~~~^*^
1월 15일 가리산 산행을마치며.......
첫댓글 같이 걸은 5시간의 산길이 주르륵 펼쳐집니다.사심없이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곳이 산 말고 또 어디일른지요?산길에만 들어서면 즐거워지는건 모두 '산에미쳐서'라고....그래서 더욱 즐거웠습니다.
ㅎㅎㅎㅎ정말이지 미치고싶네요. 그런디 미쳐도 산이 이렇게 이쁘게빌까요? 그걸 못믿어 미치던 못하것구.미친듯이 한번 바져봐야것어요~~~^*^
그렇게 힘든 산행은 아니었으나 긴 여운이 남아있는 가리산 산행이었습니다 총무님께서 결석하시니 인원 파악이 잘 안돼서리 하마트면.......
언제나 칠칠맞은 제가 문제지요. 그런 위기가 저한데 더 가리산이 정답게 다가왔나 봅니다.연지평님의 자상하신 말씀도 많이 듣구 참 뜻깊은 하루 였답니다. 건강하시구 즐거운 산행 많이 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산에 미쳐서..." 그래서 산에만 가면 내 입가에 미소가 실실... ㅎㅎ
계주님 ~무언가에미친다는건좋은 겁니다. 열정이 있으니 미치고 또 미친게 실실웃고 나사좀 풀리면 어때요. 집에와서 조이면 되지요. 별로 웃을일이 없는 일상에서 탈출 산에서라도 맘껏 웃으며 스트레스 확~날려봐요........^*^
오랫만에 함께 산행하면서 발을 맞추자고 다짐을 했건만 먼저 앞으로 내달리기만 했으니...그놈의 조급증이 또 도져서리..산행초반에 아이젠 매느라 조금 지체해서 선두를 놓쳤답니다..해서 급한 마음에 겨우 겨우 따라잡고보니 "등고선님이 오실때가 됐는데???.."생각했지요...조금뒤에 오신 보뜰형님께서 "아니 언제 앞으로 왔냐고???"등고선님이 묻길레 뒤에서 올거라고 말씀하셨다고..정말 미안합니다~~~~문학작품같은 생생한 산행길 가슴깊이 새기고,잘 읽고 갑니다~~~감사~~항상 안전산행하시길요~~~
모리안님~어께를 같이하며 도란도란 얘기도 하며 산행하면 더 좋았겠지만 같은 공감대ㅡㄹ 가지고 산을 타면서 비록 서로 다른 산을 타드라도 지금어느 산구비를 돌아나갈 님을 생각하며 산을 타면 같이 한것과 별반 다르지않을듯 합니다. 그 날은 참 즐거웠습니다. 언젠가 또 만나서 같이 산행 할 날이 있겠지요.건강하시구 안녕히 계세요~~~^*^
집에서 가리산 산행을 등고선님과 함께겁게 다녀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귀뚤님 안오시면 같이 결석 하십니까? 그 날은 누가 출석도 안부르고 정기 수업없이 야자만 하구 왔답니다.한 사람의 자리가 이렇게 큰줄 몰랐걸랑요? 거기다 북극곰님도 안오시니 온산이 눈때문에 하얀게 아니라 머릿속이 하했답니다.감사합니다. 감기는 다 나으셨는지 감기 조심하세요~~~^*^
등고선님 서현에서 뵐때 어찌나반가운지 항상 쉽지안는 눈~웃음~~ 등고선님에 방울모자가 어린아기모자같이 귀여웠어요. 담주에도 뵐수있읍~~~~~~~~~감사함니다
앙드레님 ~저도 포근한 앙드레님의 미소를 뵐때마다 감동입니다.울님들을 위해 항상 애쓰시는 앙드레님 언제나 고맙구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걸음이느려 ?아 가진 못해도 언제나 안산하시고 즐겁게 사시길 바랍니다. 이쁘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가까운 시일에 산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