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위험성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
<미국의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 1, 2(1835, 1840)
1831년 알렉시 드 토크빌이라는 스물다섯 살의 프랑스 귀족과 친구 귀스타브 드 보몽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신생의 민주주의를 보기 위해 미국을 향해 출항했다. 이렇게 9개월 동안 여행한 결과 토크빌은 고전이 된 연구서를 쓰게된다. 이 연구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탐방기자와도 같은 젊은 저자의 예리한 시선과 사회역사가로서 가진 분석 능력이 결합된 책이다.
토크빌의 조부모는 프랑스 혁명 이후 공포정치 시대에 살해되었다. 그래서 토크빌은 민주주의가 새로운 폭정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으나, 또한 민주주의와 평등주의를 미래의 물결로 받아들였다. 토크빌과 보몽은 말, 카누, 증기선을 타고 열일곱 개 주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미국인들을 인터뷰했다.
토크빌은 이 방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미국의 정신과, 통치 방식으로서 민주주의에 내재한 가능성과 위험성을 통찰력 있게 진단한 대단히 명석한 책을 썼다.
소셜미디어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사일로에 갇히는 현상을 가속화하는 일이 일어나기 한 세기 반 전에, 토크빌은 “비슷한 조건, 습관, 태도로 결속된 작은 사적 영역”으로 물러나 자신들만의 “즐거운 사생활에 탐닉”하는 미국인의 경향에 주목했다. 그는 이런 자기 몰두가 더 큰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을 약화해 “사람들을 압박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침묵시키고, 우민화하”는 부드러운 독재의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물질주의적 성공에 집착하는 사회가 치러야 할 수도 있는 한 가지 대가이며 이런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사소하고 무가치한 즐거움을 구해 그것으로 삶을 채우는 데 집중”하게 되어 시민으로서 가진 책임을 소홀히 한다고 토크빌은 예견했다. “자치의 습관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들이 어떻게 통치자를 제대로 선택할 수 있을지 상상하기 어렵다”고 썼다.
반엘리트주의에다가 입후보자의 자격을 신중히 살피는 열의까지 부족할 때,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떠들어대는“온갖 사기꾼들”에 민주주의가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토크빌은 염려했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한테서 포퓰리즘의 위험성을 볼 수 있다고 하면서 그를 “미국의 대다수 개화된 계급”이 반대하는 “성질이 난폭하고 재능은 지극히 볼품없는 인물”로 묘사했다. 잭슨 대통령은 “자신의 적이 길을 가로막을 때마다” 그들을 짓밟고 심지어 의회 의원들을 “모욕에 가까운 경멸로” 대했다. 연방 정부의 대통령으로서 잭슨의 행동은 “연방 정부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한 가지 위험 요인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토크빌은 썼다.
토크빌은 미국인들이 북미 대륙에서 저지른 두 가지 원죄에 대해 가장 혹독하게 말했다. “정부의 횡포”가 뒷받침하는“이주민들의 탐욕”이 아메리카 토착 부족의 살해와 전멸로 이어졌으며, 노예제는 “인간성의 원칙이 완전히 왜곡되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유례가 없는 잔학행위”를 불러왔다. 토크빌은 노예제가 “가장 끔찍한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고 예측했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했던 많은 예측이 묘하게 선견지명을 보여주었다. 그 가운데 하나를 들자면, 그는 하늘의 뜻으로 앞으로 두 나라가 “두각을 드러내 세계의 두 절반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두 나라는 “사람들의 무분별한 힘과 분별력을 자유로이 발휘하게 하는” 미국과 “사회의 권위가 온통 통치자에게 집중되는” 러시아이며, 전자의 주요 수단은 자유이고 후자의 경우는 예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