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일
아침을 먹자 마자 브뤼셀 미디역(중앙역)으로 출발했다. 오늘은 야간열차 때문에 어쩔수 없이 포기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신 브뤼셀 옆동네인 브뤼헤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호텔에서 쇼를 펼쳤다. 이유인즉슨 우리의 호텔에서 우리는 '컨티넨탈' 식이라고 하여 빵 두 개와 커피 혹은 오렌지 쥬스로 아침을 먹어야 했다. 호텔 식당에서는 컨티넨탈 식과 뷔페식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날 아침 우리는 전혀 '그런것'을 알지 못했다.
아마 나와 승한군이 일찍 식당에 온 것 같다. 식당 카운터보이는 우리의 방 번호를 확인한뒤 식사 잘하란다 ^^ 식당에 들어온 나, 으잉? 이야... 갖은 과일과 더불어 베이컨도 있고, 요플레도 있네.... 신나게 주워 담았다. 나름대로 풍성하게? 주워담은 형제는 저쪽에 우리 일행 여성동지들을 확인하고 그리로 간다. 그러나 그때 여성동지들의 얼굴에선 불만이 가득하다. 알아보니 뷔페식 자리에서 먹다가 컨티넨탈 자리로 '강등' 된 것이다. 하하...
당시 그 때의 상황을 적었던 내 다이어리에는 '호텔에서 남녀를 차별하는게 아닐까? ' 라고 TM여져 있다. 다시한번 깨닫는다. 우리 여행일정의 아침은 영국만 제외하고 파리까지 매일 아침 빵 두 개와 커피 혹은 오렌지 쥬스로 때우는 '컨티넨탈' 식이었으니....
한국에 돌아와 어머니나 혹 아는 형님이 빵을 권하실 때 몸서리를 쳤으니.... 역시 한국인에게는 밥에 김치에 반찬이 최고다.
브뤼셀에서 기차를 타고 한 두시간정도 달렸을까? 브뤼헤에 도착했다.
참고로 유럽의 기차역은 우리나라 기차역 시스템과 정 반대다. 기차역에 기다렸다가 오면 잡아타고 출발해야 차장이 와 티켓을 검사한다. 물론 기차역 플랫폼에는 누구나 올수 있다.
영화에서 보는 그 장면 그대로의 기차역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
브뤼헤. 주워들었던 지식으로는 그렇게 아름다운 동네라고 했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구나. 후에 한국에 다시 돌아와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브뤼헤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풍경을 가진 동네이고 드문 '운하'의 도시이다. 도시 전체가 미술관이라는 평을 받는 도시이니 - 사실 도시라기 보다는 시골이다 ^^ - 그 모습, 그 풍경을 이야기 하지 않아도 짐작을 할수 있을 것이다.
노틀담 교회를 갔다. 참 인상적이다. 유럽 특유의 성당을 깊게 느낄수 있다.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마치 내가 영화속 주인공 같다. 촛불도 많이 켜 있고 현지인들은 신상 앞에 앉아 기도도 하고 있다. 그러나 첫 성당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중에 성당은 '지겹게' 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관광객이 정말 많다. 이날 내가 본 관광객만 하더라도 세계 각지 총 집합이다. 또한 브뤼헤는 유럽에서 보기 드문 신혼여행지 1순위에 꼽힐만큼 젊은 부부들에게 사랑받는 도시라고 한다. 참고하시길 ^^
나도 신혼여행으로 꼭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 브뤼헤 역시 운하로 되어 있기 때문에 작은 보트등을 타고 도시를 관광할수 있다. 아쉽게도 이날 날씨가 너무 변덕을 부려 보트타고 관광하는 것은 포기했다. 하튼 유럽의 날씨란.... 쩝..
노틀담 교회에서 천재 미켈란젤로의 '성모자상'을 보았다. 그러나 천재의 그림을 보아도 그런가 보다.. 하고 발길을 돌리니..... 모르는 것이 얼만큼 무지한가를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하긴 나 역시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예기하며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예기하며 곡의 형식과 분석, 부분해석 및 기타 자세한 예기를 하려할 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 역시 사람은 알아야 한다.
알지 못하고 산다는건 그만큼 불행하다. 알고 배워야 할건 너무나 너무나 많다.
브뤼헤를 떠날때에즘에 디카의 메모리가 꽉 찼다.256메가에 사이즈를 1600 FINE으로 찍었는데 아마 380여장정도 나왔나 보다. 유럽온지 4일째 넘어갔는데 금새 380장을 찍었으니 얼마나 많이 찍었는가 느껴진다. 점심을 먹고 우리 일행은 브뤼셀로 돌아가려고 했기에 서둘러 이곳에서 디카 백업을 해야 했다. 이미 점심때가 넘었고 일행들은 근처 페스트푸트 'QUICK'에서 햄버거를 사러 간 상태였다. 헐레벌떡 형제는 디카백업할 사진관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운좋게 하나 발견한 우리...
'메모리 카드 백업 되나요?' '네 됩니다.'
'얼만데요? ' ' 7유로...' 헉 7유로라니... 1400 * 7 = 9800원...
나는 한국에서 공CD 8장을 챙겨갔다. 내 공CD를 보여주며 여기다 백업해줄수 없겠느냐 물어보니 안된단다. 젠장... 눈물을 머금고 CD굽는데 만원을 투자했다. 어쩌랴, 아쉬운 사람이 지불해야하는 것임을...
분명 사진관 아찌도 불어를 구사하는 벨기에 현지사람이다. 그러나 이 사람도 아주 능숙하게는 아니어도 전혀 영어로 이야기하는데는 불편함이 없다. 우리 디카를 달라고 하면서 이리저리 살피며 한국에서 온 낮선 형제에게 디카의 셋팅이 잘못되었다며 나름대로 이야기해주었다 ^^ 아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지...
브뤼헤로 돌아가는 기차안에서 QUICK에서 산 자이언트 햄버거 메뉴로 점심을 때운다.
QUICK도 유럽에선 맥도날드 못지 않게 많은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페스트푸드점이다.
그러나 맛에선 맥도날드보다 뒤진 것 같다. ^^ 값도 비싸다. 버거킹과 가격면에선 쌍벽을 이루는 것 같다. 자이언트 메뉴 가격 5.2유로 = 7280원. 결코 만만한 금액이 아니다. ^^
돌아오는 기차에서 일행이 다시 갈라졌다. 여자 4명은 운하로 관광하는 것을 못해 아쉽다며 남아서 본뒤 저녁에 기차를 타고 브뤼셀로 돌아온다고 했다.
먼저 브뤼셀로 돌아간 우리는 저 유명한 브뤼셀 미술관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러나 미술에 전혀 무지한 나. 이해못할 미술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벨기에를 느끼고 싶어 시내 탐방을 선택했다. 추적추적 가냘프게 이슬비가 브뤼셀 시내에 내린다.
다시 브뤼셀로 온 일행중 남자 3명 우리 형제와 나머지 한명 브뤼셀 시내 탐방에 나선다.
배낭여행의 중점은 발품을 이용한 '끝없는 행군' 이다. 최대한 돈을 아끼며 많은 곳을 다니며 피부로 직접 느껴야 하기 때문에 걷고 또 걷게 마련이다. 개인적으로 걷는 것이라면 누구에게도지지 않을만큼, 훈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별로 문제는 없었지만 ^^
열명중 찢어지고 다시 찢어져 3명이 낮선 이국땅을 활보하니 무척 재미있다. 아마 나 혼자였더라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 여기서 조언 : 여행은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일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의견 충돌이 일어나며 서로와 서로에 대해 깊은 상처의 샘이 남게 된다.
여행, 특히 해외 여행은 가급적 둘 정도가 다니는 것이 좋다. 특히 야간에는 위험한 면이 많이 있으므로 ^^ 물론 간큰여자들 혼자서 밤거리를 유유히 활보하는것도 많이 봤기는 했다 ^^ -
나와 승한, 홍준영 metro를 타고 레오폴드 공원에 내렸다.
- 유럽에서 절대 지하철을 subway라고 안한다. metro지... -
분수가 짱이다. 하늘을 찢듯이 너무나 웅장하게 이슬비 내리는 하늘을 향해 뿝어내는 광경이란.... 기분이 정말 좋다. 관광가이드북에서 나오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명소'를 찾았을때의 느낌이란... 해본 사람만이 그 기분을 안다. 너도나도 다 '알려진 명소' 만 찾다보니 북새통을 이루는데, 나름대로 경치 좋은 '낮선 명소'를 찾아 사진도 찍고 쉬어 보기도 하고...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벨기에는 유럽지역에서 그다지 언어의 벽이 없는곳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브뤼셀에 EU- 유럽연합-의 본부가 있다고 했다. EU를 찾아가는 길에 갑자기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이런~! 소나기가 아니라 거의 반 폭우에 가까울만큼 땅바닥을 뚫을것같이 강렬히 쏟아진다. 황급히 근처 레스토랑 앞에 뛰어들어가 쭈그리고 앉는다.
추적추적.. 후두둑 후두둑...... 하하 재미있다. 우리모두 낮선 이 이국땅에서 대한민국 반대편에 있는 이곳에서 쭈그리고 앉아 하늘만 바라보며 어여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앉아 있으니 참 재미있다. 재미가 없을것이라고? 천만에....
젊다는 이유 하나로 모든게 가능하다. ^^
레스토랑 주인이 안에서 힐끔힐끔 문밖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우리를 본다. ^^
브뤼셀 시내를 돌아다니는 동안 비는 계속 왔다. 여기 현지인들처럼 비 맞고 돌아다니는것도 참 재미있다 ^^ 정말 유럽 사람들 신기하지....
분명히 이 사람들도 우산 잘 쓰고 다녔겠지... 근데 하도 날씨가 우후죽순 지 마음대로인지라.... 조금있다가 해떴다가 또 비오고.....
대한민국 코리아가 날씨에선 기 막히다. 진짜 하나님이 축복한 날씨임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낮선 이국땅에서 비 맞으며 거리를 활보하고 건물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쉬어가보기도 하고 배낭여행 특유의 재미를 만끽했다 ^^
유럽사람들의 또 하나의 특징중 하나는 거침없는 무단횡단이다.
뭐 종로 사거리 시청앞 광장 같은 큰 대로가 아닌 이상 이들의 무단횡단은 거칠것이 없다.
맨처음 나는 무단횡단 하는 현지인들 따라하려다 '아니지, 내가 하는게 다 나중에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으로 남게 되는것임을.,,,,' 하며 스스로를 자위했으나.....
ㅎ ㅎ ... 나중엔 나도 무단횡단의 도사가 되었으니....
한국에 돌아와 사흘정도는 빨간불이 들어와도 전혀 스스럼없이 몸이 움직였으니... 적응이 무섭고 아울러 습관은 더 무섭다. ^^
신기한 것은 유럽 사람들. 무단횡단을 하려다 갑자기 건넌 사람을 보고 차가 급정거를 하여도 절대 이들은 머리를 문밖으로 내밀며 욕을 한다던지 빵빵대지 않는다. 기다렸다가 건넌뒤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간다. 우리나라같으면 당장 뛰쳐내려 이런말을 했겠지...
'야 이 XXXXXXX야... 죽을려고 환장했나? 이런.. XXXXXXXXXXXX.....'
고작 이틀의 일정으로 어떻게 벨기에를 이해할수 있을까 하지만 나름대로 느껴본 벨기에
상당히 우리나라 틱했다. 런던에서본 모든게 우리나라와 반대인 문화를 보다가 와서 였는지는 모르겠지만 ^^
드디어 오늘 밤 야간열차 쿠셋을 타고 뮌헨으로 향한다. 서둘러 짐을 찾고 역에 모였다.
역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우리의 뮌헨행 야간열차를 기다리는데 우리 바로 옆에서 젊은 연인 둘이 뜨거운 키스를 나눈다. 거짓말 전혀 안보태고 성인영화속 장면 그대로이다.
한 40여분을 했을까? 옆에 앉아 있던 우리 일행 여자들. 미치고 팔딱 뛴다.
우리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기에 마구 그들을 향해 말한다.
' 아 짜증나 그만좀해, 애인 없는 놈 서러워 살겠나... 아 씨...'
그러나 이상하게 난 전혀 아무런 느낌이 없다. 왜 그러지? 정말이다. 아무런 느낌이 없다. ㅋ ㅋ
어여 솔로의 생활을 청산해야 '느낌'이 오는 것일까? 하하..
야간열차 방배정은 한 방당 6명이 정원이다. 근데 뮌헨행 열차는 6명 4명으로 되었다. 나와 승한 4명 방으로 배정되었다. 이런젠장 외국인과 같이 타게 되는구나~! 라고 슬퍼했으나 한국인 여자 2명과 같이 타게 되었다. 알고보니 이 객차 98%가 한국인이다.
차장이 와 여권과 유레일 패스를 가져갔다. 어찌 야간열차에서 편안히 씻고 잘 생각을 할까
잠이 오지 않는다. 하룻밤 그냥 꼬박 샐 것 같은데.... 불편하기도 하고...
그러나 잠은 들고 두 나라를 지나 내일 우리는 Germany , 게르만 민족의 나라 독일로 간다.
첫댓글 브뤼헤...제 기억에도 참 아기자기 예쁜 중세마을 같아서 좋았던것 같네요..^^ 글구....음.... 빨리 솔로 탈출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