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 구도에서 소련(러시아)은 동구권의 맹주로서 다양한 무기체계를 개발했다. 특히 소련이 내놓은 가장 대표적인 보병무기체계가 바로 AK-47 소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볼트액션이나 반자동소총이 주력이었던 보병에게 ‘개인용 기관총’으로 막강한 화력을 부여했던 것이 전쟁 중 나치 독일이 개발한 ‘돌격소총’의 개념이었다. 이런 혁신적인 보병연발무기인 StG-44는 전후 소련의 보병무기체계 개발에 심오한 영향을 주었으며, 미하일 칼라시니코프(Mikhail Kalashnikov)가 AK-47 자동소총을 등장시켰다.
AK-47은 1944년에 등장한 7.62x39mm 탄환을 채용했는데, 이는 1970년대까지 동구권의 표준탄환으로 활용되었다. 특히 이 탄환은 유효사거리가 무려 800m에 이르렀던 7.62x51mm 나토(NATO) 표준탄과는 달리 유효사거리가 400m 정도에 불과한 중단거리 탄환이었다. 그러나 적절한 파괴력과 반동, 그리고 휴대성으로 인해 보병무기체계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 AK-47(1949년)
AK-47 소총은 모두 80여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데, 그중에서 가동부품은 8개에 불과하다. 이렇게 구조가 간단하다 보니 생산단가도 저렴하고 운용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명중률은 애초에 소련군이 요구한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명중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실전에서 믿을 수 있는 총기를 당장 선정하자는 것이 소련군의 결정이었다. 이런 AK-47은 동구권 각국에서 복제 생산되었으며, 물론 중국이나 북한에서도 생산되어 전 세계에서 약 1억 정 이상 생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AKM(1959년)
AK-47은 무게가 무려 4.8kg에 달해 보병의 개인무기로서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AK-47의 개량형인 AKM(Avtomat Kalashnikova Modernizirovanniy)은 무게가 1kg 정도 감소되었다. 또한 절삭 방식이 아니라 프레스 가공 방식으로 바뀌면서 총기의 생산성 또한 높아졌다.
● AK-74(1974년)
한편 AK-47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는 명중률과 제한적인 사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5.45x39mm 탄환을 사용하는 AK-74가 등장했다. 새로운 탄약을 채용함으로써 AK 소총은 탄약의 휴대가 더욱 간편해졌으며, 유효사거리는 600m 이상으로 증가했다. 1991년 AK-74M이 등장하면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
● AK-12(2012년)
AK-74를 25년 가깝게 잘 활용해온 러시아군이지만 불만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총구의 격심한 앙등현상이나 인체공학적이지 않은 총기 설계, 구형 탄젠트식 가늠자,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의 부재로 인한 현대식 조준경의 부착 불능 등 다양한 불만들이 높아져만 갔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AK-12다.
AK-12는 완전히 새로운 총기가 아니라 AK 계열의 최신형으로, 그간의 개선요구사항을 반영했다. 러시아군은 2012년 1월에 당장 새로운 소총을 도입할 예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년 11월부터 AK-12의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러시아군은 AK-12와 A-545 소총을 놓고 2015년부터 야전 테스트를 실시해왔다. 아직 양자 중에 어느 모델을 선정할지 러시아 국방부는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AK계열 소총을 만들어온 칼라시니코프 콘체른(Kalashnikov Concern)의 AK-12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델타포스 교관 출신 마이크 페논의 AK 소총 사격술 교육 영상<출처:밀에어로코리아>
중국
러시아의 AK 시리즈를 모방생산하여 주력 소총으로 채용해왔던 중국은 점차 독자적인 무기체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특히 95식 소총을 채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던 중국은 최근에는 거리낌 없이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시도하면서 보병의 전투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방 신기술 채용에 목말라 있는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도 더 빨리 디지털 보병체계와 함께 차기 소총을 채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성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 56식 소총(1956년)
중국도 다른 공산권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AK-47 소총을 국산화하면서 자국군의 현대화를 추구했다. 초기의 56식 소총은 AK-47의 복제품이었으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스파이크식 총검의 채용이다. 56식 소총은 전체적으로 소련의 생산품보다 품질이 낮은 저가품으로서 제3세계에 수출되었다. 이후 56식 소총은 1960년대 중반 AKM의 개량사항을 적용하여 경량화되었으며, 개머리판이 접이식인 56-2식 소총이 1980년부터 생산되어 해외시장에 널리 수출되었다.
● 81식 소총(1983년)
81식 소총은 AK-47 소총과 외형이 유사하지만, AK 소총뿐만 아니라 드라구노프(Dragunov) 저격소총이나 SKS 반자동 소총 등을 참조하여 새롭게 설계된 소총이었다. 81식 소총은 애초에 수출용 총기로서 개발되어 해외시장으로 판매되었다. 그러나 신형 국산 보병 소총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낡은 56식 소총을 대체하는 제식소총으로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실전배치되었다. 보병용 기본 모델인 81식 소총 이외에도 접철식 개머리판을 채용한 81-1식 소총, 드럼탄창을 채용한 분대지원용 기관총 등의 변형이 생산되었다.
● 95식 소총(1997년)
중국 인민해방군은 1970년대 초반부터 자국산 소총의 개발을 시작하여 1970년대 말까지 다양한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런 연구결과에 따라 중국은 러시아의 5.45mm 소총탄과 서구의 5.56mm 소총탄보다 우수한 5.8x42mm DBP87이라는 새로운 규격의 소총탄을 개발했다. 한편 국영총기제작사인 노린코(NORINCO; 北方工業)가 선보인 바 있던 86식 불펍(Bull-pub)형 소총*의 개발 경험을 적용하여 신형 소총인 95식 소총을 선보였다.
95식 소총은 고강도 폴리머 플라스틱 소재와 함께 알루미늄합금을 채용하여 경량화를 이루었으며, 기본형 이외에도 특수부대용의 카빈형과 분대지원을 위한 경기관총형의 변형도 생산되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 중국군이 이 소총으로 무장하여 그 존재가 전 세계에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 불펍형 소총이란 급탄과 격발 등 동작이 방아쇠 뒤쪽의 개머리판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소총의 종류를 말한다. 이런 불펍 방식은 총기의 작동부를 개머리판에 수납하게 되어 재래식 총기와는 달리 낭비되는 공간이 없게 되고, 이에 따라 같은 총열 길이에도 총의 전체 길이가 짧으며 무게 또한 줄어들게 된다.
● 03식 소총(2003년)
혁신적 디자인의 95식 소총이 전군에서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56식이나 81식과 같은 일반적인 형태의 신형 소총이 개발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03식 소총이다. 03식 소총은 공수부대나 국경경비대 등에 이미 실전배치가 되었지만, 여전히 95식 소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북한
한국전쟁까지 모신나강(Mosin-Nagant) 볼트액션(bolt-action) 소총이나 PPSH-41 “빠빠샤” 기관단총을 사용해왔던 북한군은 이미 1950년대 말에 AK 소총을 도입하여 당시 M1 개런드(Garand)나 M1/M2 카빈(Carbine)이 주무장이었던 한국군에게 위협을 가했다. 북한은 소총이라는 용어 대신 보병이 사용하는 총기라고 하여 보총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 58식 자동보총(1958년)
58식 자동보총은 AK-47 소총을 북한에서 1958년부터 복제생산한 것으로, 총몸 오른쪽 조정간에 한글로 “단–련”이라고 씌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58식 자동보총은 보병용 기본형인 가목식과 휴대가 간편한 접철식, 두 가지로 생산되었다. 대량생산되어 전후방의 각 부대에 배치되었으며, 해외수출도 이루어져 베트남전이나 이란-이라크 전쟁, 산디니스타(Sandinista) 혁명 전쟁 등에서 사용되었다.
● 68식 자동보총(1968년)
기존 58식 자동보총의 경량화 개량형인 68식 자동보총은 소련의 AKM을 복제한 것으로, 특수부대 및 행정지원부대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68식 자동보총의 접철식 모델은 개머리판 부분에도 무게 감량을 위해 금속을 깎아낸 것이 특징으로, 가장 가벼운 AKMS 모델에 해당한다.
● 88식 자동보총(1988년)
AK 소총의 소구경화가 이루어져 AK-74 소총이 등장하자, 북한도 AK-74의 모방생산에 돌입하여 88년식 자동보총을 생산했다. 88식 자동보총은 5.45x39mm 경량 고속탄환을 채용함으로써 유효사거리가 550m까지 증가했다. 북한은 구형인 58식과 68식 자동보총을 모두 88식 자동보총으로 교체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현역 부대에 모두 배치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88식 자동보총으로 무장한 북한군 특수작전부대원 훈련 영상<출처 : 밀에어로코리아>
● 98식 자동보총(1998년)
88식 자동보총은 이후 개량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렇게 88식 자동보총의 개량을 거쳐 탄생한 것이 바로 98식 자동보총이다. 특히 접철식인 98식 자동보총은 개머리판이 과거 AK계열이 옆으로 접히는 것과는 달리 총몸 위쪽으로 접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최근 김정은의 호위부대나 특수부대 등에서는 98식 자동보총에 75~100발이 수납될 것으로 추정되는 헬리컬(helical) 방식의 탄창을 채용하고 있다. 다만 실제 헬리컬 탄창(helical magazine)의 기능성이나 연사 능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지거나 입증된 바 없다.
일본
현대적인 군대 창설 이후 독자적인 무기체계를 추구해왔던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자위대를 창설하면서 M1 개런드 소총 등 미제 화기를 사용했었으나, 이후 독자적인 소총을 개발하여 사용해오고 있다.
● 64식 자동소총(1964년)
일본 방위성은 1957년부터 신형 자동소총의 개발에 착수하여 스페인 CETME 소총을 기반으로 64식 자동소총을 만들었다. 64식 자동소총은 당시 미군의 신형 제식탄환인 7.62x51mm 나토(NATO) 소총탄을 채용했으나, 탄환의 장약량을 90%로 줄여서 작은 체구의 일본인도 쉽게 사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더하여 연사속도까지 낮춤으로써 64식 자동소총은 미군의 M14 소총보다 집탄 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되었지만, 생산가격이 높은 데다가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해 고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운용상 많은 문제점을 보이면서 ‘세계 최악의 소총’이라는 평가까지도 듣고 있다.
● 89식 5.56mm 소총(1989년)
64식 자동소총의 운용주기인 25년이 다가오자, 일본은 돌격소총의 채용을 결정하고 미국 아말라이트(ArmaLite) 사의 AR-18 소총을 참조하여 89식 소총을 개발했다. 89식 소총은 5.56x45mm 나토(NATO) 탄환을 채용하여 소형·경량화되었으며, 3점사 기구를 채용하고 있다. 89식 소총은 특이하게도 “안전-연발-3점사-단발”의 순서로 조정간이 구성되어 있다.
자위대의 89식 소총 사격훈련 모습 <출처: 유튜브>
미국
냉전 시절 서방의 맹주이던 미국은 1950년대 말 M14 자동소총으로 7.62x51mm 나토(NATO)탄의 시대를 열었지만, 베트남전에서 한계를 실감하고 1960년대에 5.56x45mm 구경의 M16 소총을 채용함으로써 돌격소총의 시대를 개막했다. 1961년에 처음 채용된 M16 계열의 소총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한 개량을 통해 현역을 지키고 있다.
● M16 돌격소총(1964년)
M16 돌격소총은 1964년 베트남 파병 미군에 실전배치된 이후, 베트남전을 거치면서 M16A1으로 재탄생했다. 한편 1982년 미 해병대를 필두로 전군이 M16A2를 채용하면서 M16의 두 번째 세대교체가 시작되었다. M16A2는 나토 표준의 5.56mm 탄환인 SS109탄을 발사하도록 설계되어 유효사거리가 550m까지 늘어났으며, 탄환의 낭비를 막기 위해 연발 기능 대신에 3점사 기능을 포함시켰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서는 다양한 부가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피카티니 레일 시스템을 장비한 M16A4가 개발되어 M4A1과 함께 M16의 세 번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M16A4는 미 해병대에 의해 채용되었다.
● M4 카빈(1994년)
통상 20인치(508mm)에 이르는 M16의 긴 총열과는 달리 14.5인치(370mm)의 짧은 총열과 접철식 개머리판을 채용한 M4 카빈이 1990년대 중반부터 제식으로 채용되기 시작했다. 원래는 특수부대나 전차병, 헌병 등을 위한 휴대용 총기로 M3 그리스건(grease gun) 기관단총이나 M9 권총 대신 지급하기 위해 발주되었다. 그러나 피카티니 레일 시스템이 통합된 M4A1은 2001년 대테러전쟁 이후 미군으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어 미 육군은 M16A2 소총을 M4A1 카빈으로 교체했다.
미 육군의 사격훈련 장면 <출처: 유튜브 AiirSource Military>
대한민국
광복 직후 국방경비대 시절, 우리 군은 일제가 남기고 간 38식과 99식 볼트액션식 소총이 주무기였다. 한마디로 근대화되지 못한 낡은 구식 무기로 무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M1 개런드 소총, M1/M2 카빈 등의 총기를 공여받아 사용하면서 최소 수준의 전력을 구축했다. 이후 M16 소총의 면허생산을 거쳐 기술을 습득한 우리 군은 독자개발한 K시리즈 소총을 선보이면서 미래 전장을 준비하고 있다.
● M16A1(콜트 603K 모델) 소총(1974년)
우리 군은 베트남 파병을 계기로 미국으로부터 M16 소총을 공여받아 M1 개런드 소총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카보 소총으로 무장을 강화한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군은 미국 콜트(Colt) 사로부터 M16A1 소총의 면허생산권을 사들여 1974년부터는 약 60만 정의 콜트 603K 모델을 국내에서 면허생산했다. 현재 M16A1 소총은 일선에서 물러나 예비군용 총기로 훈련에 활용되거나 치장물자로 보관되고 있다.
● K2 소총(1984년)
M16의 면허생산이 끝나가자 우리 군은 드디어 국산 소총을 개발하여 K1A 기관단총과 K2 소총을 주무장으로 구축했다. 특히 1984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K2 소총은 M16 소총의 가스직동(gas直動, Direct impingement)방식 대신에 AK-47 소총의 가스피스톤 방식을 채용하여 야전 신뢰성을 향상시켰다. 한마디로 K2 소총은 M16과 AK-47 소총의 장점을 조합하여 만든 소총이다. 한편 현대적인 소총에서 요구되는 피카티니 레일 시스템을 통합하여 만든 K2 소총의 개량형인 K2C1은 2017년부터 일선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 K11 복합소총
K11은 5.56mm 돌격소총과 20mm 공중폭발탄 발사기를 결합한 복합소총으로, 정확히 개인화기라기보다는 K2/K201 유탄발사기를 대체하는 공용화기에 가깝다. 미군이 포기한 OICW(Objective Individual Combat Weapon: 차기보병개인화기) 개념을 한국에서 실용화시켰다고 하여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러나 조준경과 통합된 사통장치를 포함하면 무게가 10kg이 넘는다는 점과 사통장치의 고질적인 성능 미비로 인해 여러 차례 문제가 된 바 있다. 현재는 사통장치를 개량한 모델이 완성되어 일선에 배치될 예정이다.
맺는말
가장 기본적인 무기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는 것이 소총이다. 그럼에도 교훈은 명백하다. 가장 익숙한 총기를 수십 년의 경험을 축적해 계속 가다듬는 노력이 있어야 우수한 소총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 무려 3세대에 걸친 교체를 이뤄왔고, 심지어 북한도 헬리컬 탄창을 채용하는 등 우수한 소총 개발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우리 군도 최근에서야 K2C1을 보급하면서 피카티니 레일을 제식으로 채용했으나, 아직 일선 보병들이 사용하는 소총에 장착되는 장비는 AN/PVS-11K 단안 무배율 조준경 등 제한된 수준이다. 강한 육군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병과 소총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