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그물 / 장승진

[김도솔(김동희)]

보이지 않는 그물

장승진

극성스러운 참새 떼가 벼를 쪼아먹어
수확량이 감소한다는 보고를 받고
전국의 참새 박멸운동을 지시했다는
중국의 지도자 마오쩌뚱
벼 수확량 증가와 반대로
수천만이 굶어죽는 대기근이 왔다는데

벌레를 잡아먹는 참새가 사라지자
해충이 창궐하여 벼를 공격했기 때문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경이 폐쇄되고 공장들이 멈춰서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 아우성쳤지만
파란 하늘색 돌아오고
꽃들 더욱 영롱해져 신기했잖아

뒤늦게 알게 되었던 거야
보이지 않는 그물로
촘촘하게 연결된 생명공동체
자동조절 복원기능을 가진 지구가
몸살을 앓다가 극약처방을 했던 거야
그랬던 거야
'멈출 줄 모르는 욕망으로 번식하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
이렇게 자꾸 반복해 보여주는데도
인간들이 미련하게 모른단 거야

*영화 <매트릭스>(1999년 개봉)에서 스미스 요원이 인간을 규정한 말


ㅡ장승진 환경시집《인간 멸종人間 滅種》도서출판 북인. 2023.88~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