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엿뉘엿 지는해를 바라보며 강화도를 향하는 토요일 오후는 가슴이 홀가분하다못해 하늘로 붕~ 맨몸으로 나는 느낌이다.
친구엄마가 살고 계시는 하점리마을을 그냥 휘익 지나쳐 창후리 해안선을 따라 둑길을 걸으며 난 자유. 자유라고 나에게 말한다.
길앙옆에서 흔들거리는 억새와 갈대 또 샛노란 가을 민들레는 얼마나 아름다운 색의 조화인가....
또한 바다는 역광 속에 거무스름한 빛으로 반짝인다.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서서 교동도를 바라보며 난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싶어진다.
사르르 사르르 해안을 스치고 지나는 물결이 오늘따라 왜이리 귀여운 발자국소리처럼 느껴질까....
난 이곳에 올때에야 진정으로 숨을 쉬는 느낌이 든다.
어둑해질 무렵에 친구의 어머니가 혼자 살고 계시는 오두막으로 들어가니 늙으신 노모는 어둠속에 불도 켜지않고 누워 계시다가 반겨 주신다.
일요일 아침
친구의 어머니는 바로 옆집인 교회에 가시고 난 산책을 나섰다.
간밤에 내린 비로 아침 숲속은 활홀하다. 이게 바로 자연의 축제이지.
밤나무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숲은 보물 창고다. 도토리와 밤이 널려있어 모자를 벗어 밤을 줏어 담았다. 뭔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돌아봤더니 밤이 떨어지는 소리다. 전에 친구가 있을 때 밤송이에서 밤을 꺼내는 방법을 가르쳐 준게 오늘따라 잘되어 모자가 금방 넘쳐난다.
하하하...
이렇게 많은 밤을 땅에서 줍다니...
어제밤에 어머니께서 진작 와서 도토리 좀 줍지 하시면서 아쉬워하시길래 도토리를 사람들이 다 줏어가면 다람쥐는 뭘먹어요 하니 그래도 다 먹고 살기 마련이야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그래 지금 나도 먹고 사는 마련을 하고 있는 중이지.
이만큼만 가지고 겨울잠을 자고 일어나서 봄을 맞이한다면 난 아무것도 더바랄게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