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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구 교수 |
겨울에는 인대나 근육 긴장으로 인한 근육통이 쉽게 발생한다. 특히 여성은 기온이 떨어지면 생리통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런 탓에 통상 겨울에는 진통제 사용량이 증가하는 양상을 띤다. 그런데 여성은 상당기간 생리통을 겪고, 남성보다 편두통이나 두통 빈도가 높아 진통제 복용 횟수가 많으면서도 진통제를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진통제 내성이나 부작용을 우려해 무조건 기피하거나, 반대로 너무 익숙해 정확한 정보를 구하기 보단 경험에 의존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본교 학생을 대상으로 '진통제 복용실태'를 조사해보니 통증이나 성분 구분 없이 진통제를 복용한다는 학생이 48.9%를 차지했고, 생리통이 있어도 '진통제 내성걱정 때문에 그냥 참는다'는 답변이 31.6%에 달했다. 비단 우리 학생들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진통제에 대한 상식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2014 갑오년 새해에는 여성의 안전한 진통제 복용을 돕는 복약상담의 고삐도 다잡아 보면 좋겠다. 여성은 진통제 복용률이 높음은 물론 '가임'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복약상담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관련 복약상담에 도움이 될만한 기본적인 3계명을 제시해본다.
첫째, 가임 가능성 확인하고 안전한 성분에 대해 도움말 건네기여성의 진통제 복약상담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임신 가능성'이다. 가임기 여성으로 보이면 다소 불편해하더라도 안전을 위한 절차로써 임신 가능성을 물어봐야 한다. 또, '약은 무조건 안 먹는다'고 공공연히 외치는 가임기 여성들이 있는데 약을 무조건 복용하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므로 이들이 약사와 상담해 올바른 건강 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임신 초기 태아의 기관이 형성될 시기에 약물 사용은 신중해야 하고, 최소화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무조건 참는 것이 답은 아니므로, 임신 중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복용할 수 있는 약에 대해 교육하는 역할 역시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소비자를 위한 열린마루' 웹진 을 통해, 임신 중 산모가 의약품에 노출될 경우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알고 대비하라고 소개했다. 진통제 중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은 태아에도 비교적 안전해 임신 중에나 수유 중에도 의학적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미국식품안전청(FDA)에서 총 5등급 중 B등급 의약품으로 분류한 아세트아미노펜은 임부와 태아에게 미칠 위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입증돼 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한 산모가 수유할 경우 모유를 통해 0.1~1.85% 정도의 아세트아미노펜만이 전달되고 그 중 아이가 받는 영향은 2%이하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는 임신 3기에 사용시 태아의 동맥관을 폐색시킬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둘째,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 구분하여 복약상담통증에 따른 진통제 복용은 진통제의 오남용·과복용 예방에 기여한다. 진통제 복용이 잦은 여성들일수록 '해열진통제'와 '소염진통제'를 구별하는 인식부터 키워야 한다.
연령별로 차이는 있으나 여성의 주된 진통제 복용 이유는 두통, 생리통이므로 이부프로펜이나 아스피린과 같이 위장관에 영향을 미치는 소염진통제보다는 소염작용이 필요 없는 가벼운 통증에 적합한 해열진통제를 권장하는 것이 좋다. 잘 알고 있듯이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진통제로 위점막 및 위장관계 손상에 대한 부작용이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으며, 공복에도 복용이 가능해 즉각적인 통증 대응에 유리하다. 소염진통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라면 위가 약하거나, 신장이 좋지 않은지 살피고 '식후 30분 복용'을 반드시 강조해야 한다. 두 진통제의 차이를 모르면 복용 상 주의사항에 대해서도 혼동하기 쉽다. 생리통은 경우에 따라 위나 장의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해열진통제가 낫지만 자궁수축으로 인한 통증이 심하다면 소염진통제를 추천할 수 있다.
셋째, 생리통 진통제 찾는 여성에겐 내성 정보 바로 전하기 여성이 진통제에 대해 가장 오해하는 부분이 바로 '내성'이다. 약사와 상담해 내성 걱정이 적은 진통제를 택하고, 설명서에 따라 복용하면 내성 없이 진통효과를 볼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특히 생리통 진통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복용하는 것이어서 내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전할 필요가 있다. 약을 복용하면서도 내성걱정이나 진통제는 몸에 좋지 않다는 오해 때문에 정량보다 적게, 또는 쪼개서 복용하는 경우가 심심찮다. 어떤 경우든 진통제는 권장 용량 및 용법에 따라 복용해야 효과적이고 안전함을 명심하도록 돕자. 권장량이 1회 1~2정으로 표시된 진통제가 많으니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여성에게는 몸무게에 맞는 1회 복용량을 안내하는 것이 좋겠다.
한편, 앞서 말한 본교 학생 대상 설문조사에서 생리통 진통제를 '생리 시작 직전이나 직후 복용한다'는 응답은 5명 중 1명에 그쳤고, 45% 정도가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참았다가 복용한다'고 답했다. 생리통 진통제는 최소 생리 예정일 1~2일 전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아는 여성이 많지 않았다. 생리통 진통제를 구매하는 여성들에게는 적절한 복용 시점에 대해 조언하는 것도 필요하다 싶다.
말의 해인 갑오년의 '갑'은 청색을 의미한다고 한다. 신호등과도 같은 약사들의 안전한 복약상담을 통해 여성을 포함해 모든 국민의 건강에 늘 청신호가 깃드는 한 해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