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LE BLUE DOT “
-YOU ARE HERE PALE BLUE DOT
"여기 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당신이 보고 듣고 그 존재를 확인했던 모든 지나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했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범부들, 사랑에 빠진 모든 연인들, 부모와 아이들, 타락한 모든 정치인들, 수퍼스타, 역사속의 모든 성인(聖人)과 죄인들,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들이 저곳-태양 빛속에서 부유하는 먼지 같은 티끌 위에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또 살고있는 것이다."
이 글은 1990년 우주 탐사선인 보이저 2호가 지구 대기권 밖 64억KM 부근에서 지구의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당시 유명한 천문학자였던 칼 세이건 박사가 그 사진을 보고 "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DOT) "이라 명명하고 그 책의 서문에서 썼던 글이다.
당시 인터넷의 한 매체에 올랐던 이 짤막한 기사 한 토막은, 사진에 찍힌 콩보다 작은 한 알의 모래알 같은 지구 ㅡ 즉 <창백한 푸른 점>은 인간의 존재와 인류의 역사,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인가를 우리에게 깨닫게 했다. 그리고 아울러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들의 사소한 욕망이나 분노 따위가 또 얼마나 덧없는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심오한 철학적 의미룰 무언으로 보여주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큰 뒤틀림 없이 이 우주 속을 떠다니며 우리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해주었던 저 <푸른 점> 지구가 무슨 연유인지 저 홀로 허리를 뒤틀며 몹씨 독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화산이 터지고 지진이 일어나고 수만 년을 겹겹하던 설산의 눈과 빙하가 녹아내리고, 때아닌 폭설과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지고 해일이 덮쳐 모든 것을 휩쓸어가고… 사람들은 이런 현상들을 일컬어 "신이 분노해 재앙을 내리고 이제 곧 세상의 종말이 옴"을 알리는 징조라고 두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콩알>보다도 더 작은 이 <창백한 푸른 점> 속에는 그 안에 기생하고 있는 70억이 넘는 인간이라는 동물들과 그리고 그 수천 배의 온갖 생명체들이 서로 얽히고 설켜 매일처럼 복닥복닥 지지고 볶고...또 서로가 미워하고 헐뜯으며 끝도 없는 교만으로 <나>만의 헛된 욕심만을 채우려는 악령이 존재하고 있기에, 그 사악한 기운이 온 지구의 하늘과 땅과 바다 밑까지 뒤덮혀 선(善))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 다분히 종교적인 얘기긴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를 떠나 만약 이 가설이 사실이라 한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우리 몸속에 존재하는 악령의 숙주는 뜨거운 불로 지짐으로서만 그 증오를 통제할 수있다"고 교훈을 주었다. 나는 신을 믿지도 부정하지도 않지만, 그렇더라도 이 <푸른 점> 속에서 한낱 현미경을 통해서나마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미물 중의 미물일 따름인 내 자신에게 어느 날 문득 병든 지구를 구(?)할 수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 핏기없이 창백한 <푸른 점>을 분홍색 혈색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우리들 몸속에 똬리 틀고 있는 악령의 숙주를 어떻게 털어내야 할는지 생각을 모아보자.
괴테의 말처럼 정말 지금까지의 내 속에 있는 모든 증오와 부정의 악령을 스스로 뜨거운 불로 지지기만 하면 정말 사랑과 긍정의 선령(善靈)을 제 몸속에 가득 채울 수 있을까... 글쎄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선 어떤 거창한 생각이나 기획보다는 먼저 내 눈앞에 보이는 물심양면의 공해적인 잔챙이 물건부터 말끔하게 청소해야 함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얼마나 가능할지 또는 실천될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러나 불문율의 하늘 법, 자연 법이 정해준 화살표 규정대로 내 주변의 작은 오염부터 제거해주는 것이 그 <푸른 점>을 지키는 가장 큰 첫걸음이 아닐까...싶다. *
손 용 상 <소설가. 시인 / 한솔문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