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석일지(2022년 7월 24일, 일요일, 비 / 24583일째)
학위, 자격증과 진짜
바보에게 '이 바보' 하면 몹시 기분 나쁘고 화를 낼 것이다. 마찬가지로 못생긴 사람에게 '참 못생겼다'고 말하면, 매우 언짢아 할 것이다. 그러나 잘 생긴 사람에게 '이 못생긴 놈' 하면 그는 화를 내는 대신 웃을 것이다. 자신은 잘 생긴 것을 알기에 그 말에 오히려 위안감을 얻기 때문이다.
대학교를 가고 싶었으나 집안 사정 때문에 가지 못한 사람에게 '공부 안하는 것이 좋아'라고 말하면 불쾌하게 생각할 것이다. 다석 유영모는 출세하여 남 위에 군림하며 자기는 일하지 않으면서 남을 부려먹거나 손 하나 움직이지 않고 편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을 경멸하였다. 입신양명入身揚名 하기 위해 공부해서는 안된다고 하여 아들 딸 4명을 대학에 보내지 않았다. 당시 서울의 일류 고등학교를 다녀 좋은 대학을 갈 수 있었고 재산도 충분히 있었지만 자녀들을 고등학교만 다니게 하였었다. 이마에 땀 흘리지 않고 편하게 살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경향이 있는 지식 사회를 보고 다석은 대학 무용론을 말하였다.
네 자녀의 이름은 의상, 자상, 각상이고 마지막 딸은 월상이다. 상자 돌림이므로 상자를 빼면 의자각월(宜自覺月)이다. 풀이하면 '마땅히 스스로 깨달아 달처럼 빛나게 살아라'는 뜻이다. 지식보다는 지혜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아들 딸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으로 여겨진다.
다석은 증명서나 학위증이 아니라 사람의 됨을 보았던 것이다. 다석은 당시에 누구보다도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대학 무용론을 말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학을 가지 못해 원과 한이 맺힌 사람에게 이 말을 했다면 바보에게 바보라고 말했던 것처럼 '자다가 무슨 봉창 뚫는 소리 하시냐고' 불쾌한 반응을 했을 것이다. 다석의 말은 공부를 실컷 해보고 공부에 원도 한도 없는 사람에게는 위안감을 줄 것이다. 잘 생긴 사람에게 볼을 꽂으면서 이 못생긴 것 하고 말하는 것처럼...
진짜에게는 자격증, 학위증이 별로 의미가 없다.
"새가 노래하는 것을 들을 귀가 있다면, 그 새의 노래 자격증을 볼 필요가 없다."
아래 사진은 김종일 작가가 찍은 고창 반암마을의 두락암(존좌암, 전좌암이라고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