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제 스타일대로^^ 번호 붙여서 적습니다.
1. 주체할 수 없는 설레임, 여자친구를 처음 만난다고 해도 이것만큼 설렐까요?
손열음 씨의 10년차 광팬이지만 그녀를 라이브로 최종적으로 본 건 5년이 넘었네요. 그래서 기대감 게이지가
맥시멈으로 높아져 있었습니다. 공연시작 무려 한시간 전에 차를 팔공홀 주차장에 주차해놓고, 설렘을 달랜다고
혼이 났네요^^
2. 팔공홀의 막장 피아노상태 좀 어떻게 할 수 없느뇨?
문화예술회관은 대체 혈세 받아 먹고 뭐하는지...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상태 안좋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그대로-_-;;;
최악의 피아노 가지고 최상의 소리를 만들어낸 손열음 씨에게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합니다.
3. 50대 S클래스급 연주자들보다도 더 유연했던 쇼팽
물론 첫곡 쇼팽 발라드 2번에서 약간은 그녀의 손이 덜 풀린 듯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진행되어가면서
그녀의 손가락 열 개는 천상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펼쳐보였습니다. 마주르카와 왈츠 몇 곡. 사실 저는 쇼팽을
좋아하지만 마주르카와 왈츠들을 그다지 즐겨 듣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섬세한 터치는 곡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지요. 쇼팽 곡들의 대미를 장식했던 스케르초 2번은 전반부의 압권이었습니다. 보통 젊은
연주자들은 이 곡을 어느 정도 힘으로만 몰아붙이려는 경향이 있게 마련인데(적어도 제가 느껴온 것은 그렇
습니다), 그녀는 완전히 예상을 뒤엎는 스타일의 연주를 보여줬습니다. 참으로 세련되고 품격있다고 해야 하나요?
그녀는 아직 이십대입니다. 중간중간 눈을 감고 듣기도 했지만, 내가 들어본 바 20대의 나이에 동곡에 있어 이렇게
유연하고 세련된 연주를 언제 들어봤나 싶었어요.
4. 알캉, 컴퓨터 게임 주제곡 같은 곡에 혼을 불어넣은 그녀
알캉이라는, 저에게는 전혀 "듣보잡" 작곡가의 "이솝의 향연"이란 곡이 후반부 프로그램 첫번째를 장식했습니다.
사실 호기심에 유투브를 뒤져서 아믈랭의 연주로 예습도 해보았습니다만, 무슨 예전 만화영화 "핑크팬더" 주제곡 또는
컴퓨터 게임 주제곡 따위를 듣는듯한 멜로디라인 전개와 아믈랭의 슈퍼컴퓨터급 초절기교가 더해져서 그냥 컴퓨터같은
곡이라고만 인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손열음 본인의 중앙선데이 칼럼 표현을 빌자면, "흰 가운 입고 실험실에서 써버린 듯한" 기계적인 느낌의 이 곡이
그녀의 혼이 덧입혀지자 엄청나게 멋진 곡으로 변해버렸습니다. 호로비츠를 연상시키는 강력한 베이스와 보는이의
넋을 빼버리는 화려한 기교...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이 곡을 연주하던 그녀의 몰입적인 표정과 연주동작이었습니다.
음악이 핏속에 흐르는 듯한 그 열정적인 손동작 하나하나에, 어찌 그녀를 싫어할 수 있을까요?
5. 손열음표 러시안 뮤직의 진수를 보여주다. 프로코피에프 피소 8번
10년 전부터 한결같이 가져온 생각입니다만, 그녀는 러시안 작품들을 너무나 잘 소화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도 2위까지 갔겠지요. 한 마디로 프로코피에프에서 뽑아낼 것은 남김없이 뽑아낸 것
같아요. 프로코피에프표 화성법은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은 것 같은데, 그녀의
연주는 복잡한 방정식들을 너무나 쉽게 풀어버리는 듯했지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그런 연주였습니다.
6. 나는 음악을 즐기면서 한다. 손열음표 재즈
그녀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재즈피아노를 조금씩 배운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항상 연주회마다 보여주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관객과의 소통. 너무너무 흐뭇했습니다.
7. 사람 들었다 놓는 앙코르, 차이코프스키 비창교향곡 3악장 피아노편곡(파인버그 편곡)
아마 제가 보기엔 그녀가 노린 이 리사이틀의 메인이 이것인 것 같아요. 할 말을 잃게 만드는 화려함.
점잖고 보수적인 대구의 청중들도 그녀의 명품기교에는 브라보를 외치지 않을 수 없었지요.
게중에 저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8. 사인회, 10년 교감의 세월, 서로의 마음을 열다.
리사이틀 후 사인회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너무나 반갑게 절 맞이해주었습니다.
그녀와 저는 연주회에 갔을 때 항상 짧게나마 이야기를 나누고, 10년 전부터 SNS를 통해서(싸이월드->페이스북을 거치며)
꾸준히 소통해왔었지요. 그녀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호주 가셨다더니, 한국엔 언제 오셨어요? 너무 오랜만이에요^^"
"한 2년 쯤 됐지요"
저는 사인만 받고 끝내기가 싫었습니다. 사인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녀에게 인증샷을 부탁했지요.
그녀가 귀엽게(?) 말씀하십니다.
"어? 이거 셀카로 찍으면 안되요?^^"
그런데 매니저로 보이는 주위사람들의 눈초리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_-;;;
결국 그들 중 한 사람에게 제 휴대폰을 맡기고,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그녀의 너무나 뛰어난 연주로 받은 감동은 기본이요,
10년의 세월 동안 소통해오면서 "셀카를 찍자고 할 정도로" 마음을 연
위대한 뮤지션과 그의 골수팬으로서의 자부심이 주는 감동은 플러스 알파였습니다.
열음씨, 다음 연주회에서 만나면 그땐 셀카 꼭 찍어요 알았죠?^^
고마워요 손열음씨!!
팍팍하기만 했던 내 삶에 미소를 되찾아줘서...
오래오래 피아니스트로서 남아주세요.
그리고 저와 오래오래 교감해요.
당신을 평생 응원할께요.
지금까지 지나왔던 10년보다 더 열렬히....
뮤지션으로서 고달플 때가 있을 때면,
당신을 전적으로 응원하는
당신의 오래된 골수팬이 있다는 것만 꼭 기억해주세요^^
p.s 인증샷도 첨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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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회 아마 할 겁니다. 손열음씨가 팬들을 잘 챙기는 스타일이거든요
우와....팔공홀의 정경에 눈앞에 그려지는듯 멋진 후기 잘 보았습니다...
그 열정이 살짝 부러워지네요.누군가에게 열광할수있고.변함없는 마음을 준다는거..
참으로 기쁜일이고 행복한 일이지요..^^
제가 누군가의 팬이 되면 그 충성도의 유효기간이 좀 깁니다^^
사겨라! 사겨라!를 외쳐주고 싶은 마음이...ㅎㅎㅎ 준호님의 행복한 심정이 절절하게 전달되는 글이네요^^
완전 좋으셨겠습니다!! ㅎㅎ 저는 전주공연이 하이팅크랑 겹쳐서 못간다는...ㅠ.ㅠ
그자리 제가 채워버릴까요!? 전주에 친구도 좀 만나고ㅋㅋ 열음씨 같은 애인 있다면야 업고라도 다니겠죠ㅜㅜㅜㅜㅜ하지만 그녀는 예술인이고 저는 생활인이라는 냉엄하고도 불편한진실ㅜㅜ
아 너무 아름답네요!!
감사합니다^^
우와...부러울따름임다^^
ㅎㅎ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꼭 가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팬에 대한 순수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진정한 마음이 느껴지는 글인데요....저도전주 날짜좀 확인해보고~...아무래도 다른 공연과 겹쳤던것 같은데요~..
꼭 가보세요^^
안녕하세요?반트님~^^
위대한 연주자곁에 이렇게 든든한 팬이 계시니, 손열음님도 넘 행복하시겠어요~^^
저도 기회가 되면 꼭 손열음님 연주를 찾아가고싶네요~
인증샷도 훈훈한 감동도 넘 감사해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