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문이 열리고 엄마랑 아기가 들어온다.
지하철 한 칸 넓은 공간에 아기는 한 명뿐이다.
"여기 앉으세요."
중년 아저씨가 아기 엄마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한다.
"감사합니다. 괜찮은데..."
아기 엄마의 인상도 좋아 보이고 예의도 바르다.
"감사합니다." 또랑한 목소리로 아기가 인사를 한다.
주변의 시선이 쏠린다.
"아고~~ 말도 잘하네. 몇 살이야?"
"세 살이에요." 손가락을 세 개 펴 보인다.
똘똘하고 잘 생겼다.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잘 생긴 것 같다)
"세 살? 진짜 말 잘한다. 누구를 닮아서 그렇게 말을 잘하니?"
"너무 귀엽다. 잘 생겼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며 기특해한다.
"안녕히 가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리는 승객에게는 인사도 한다. 어디서 배웠남? 대견하고 귀엽다.
이 땅의 아이 엄마는 모두 애국자다.
저출산이 국가적인 문제인 상황에서 출산한 부모에게 감사해야 한다.
(작은) 집 한 채씩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귀하고 귀하도다.
출산율이 한 명이 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 한 아이 한 아이가 너무 소중하고 귀한 존재들이다.
엘리베이터에 유모차를 끌고 한 여자(젊은 엄마?)가 탄다.
아기가 타고 있겠거니 짐작하고 유모차 뚜껑이 열리면 얼굴 한번 볼까 싶었는데..
아뿔싸~ 유모차 뚜껑이 열리고 빼꼼히 보이는 얼굴은 강아지다.
이런 민망함이!
아기인 줄 알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유모차에는 아기보다 강아지가 더 많이 타고 있는 것 같다.
60년대생 우리는 소위 말하는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
형제가 4~5명은 기본이었고(부모님 세대는 8~10남매가 보통이었다)
한 반에 학생수가 60명이 넘었고 교실 안은 복작복작했다.
산아제한정책이 있었고 웃픈 포스터도 많았다.
'무턱대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먹고살기 힘들어 출산을 제한하던 시절 얘기다. 아~ 옛날이여!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폐교도 늘어나고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인구소멸, 국가소멸 등 끔찍한 말도 들린다.
TV 프로그램에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하러 간 아빠(배우 심형탁)를 보고 놀랐다.
우리가 아이를 낳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제도들이 많다.
첫 만남 이용권 (첫째 자녀는 200만 원, 둘째 이상 300만 원)
출산출하금 (100만 원), 산후조리비(50만 원), 부모급여(50만 워~100만 원), 아동수당(10만 원)
지자체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다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요?
아이를 낳지 않는 세대의 진짜이유는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것 같다.
주거비용은 폭등하고 양육비와 교육비에 대한 압박도 크다.
하나 낳아 기르기도 어렵다고 한다.
맞벌이가 필수인 시대에 양육부담 또한 크다.
여성의 경우는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의 두려움도 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많이 보았다.
개인의 가치관도 변했다.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20대부터 30대인 우리 2세들을 봐도 그렇다.
우리 집 아들 둘과 조카 8명 등 총 10명 중에 결혼은 한 명만 했다.
31살에 여자조카가 스타트를 끊었지만 출산은 아직이다.
집안에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다.
손주를 간절히(?) 원하는 오빠는 30대 중반인 큰 조카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어서
애를 태우고 있다.
예전에 비해 출산에 대한 복지정책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이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크다.
"돈 몇 백만 원 준다고 애를 낳을까?
단기적인 현금지원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보육, 교육, 주거안정 등 돈이 아니라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작년에 호주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왔다.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1위가 호주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보였다. 부러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호주도 출산율 감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가족지원정책이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유급육아휴직제도와 보육비, 아동수당이 지원되고
임신 때부터 국가가 관리하고 지원을 해준다.
복지와 환경이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임신부터 출산, 양육까지 국가가 지원을 해주니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고
치열한 입시경쟁도 없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랄 수 있으니 호주 아이들의 행복감도 큰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게 할 수 없는 여건이 안된다. 많이 부족하다.
"34살 먹은 딸이 결혼할 생각을 안 해서.. 걱정이네요.
좋은 회사 다니는 것보다 신랑감 데리고 오는 것이 더 반가운데.."
34살, 29살 남매를 데리고 사는 지인의 하소연이다.
자녀들이 결혼을 안 해서 걱정이라는 부모가 많다.
대학교 보내고 취업하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이젠 결혼이 문제다.
출산은 그다음 일이고.
자식 걱정은 언제나 끝이 나려는지?
"결혼은 너희들이 선택할 문제야. 결혼해도 좋고 안 해도 상관없고..
아들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하면 돼. 굳이 남들과 똑같이 살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쿨 한 척 아들들에게 얘기를 했지만... 살짝 걱정이 된다.
만약 40. 50살이 되도록 결혼을 안 하고 노총각으로 늙어가는 모습을 본다면?
신경이 쓰일 것 같다.
예전에 어른들이 그러셨다.
아기들이 예뻐 보이면 시집갈 때가 된 것이라고!
아기들이 예뻐 보인다.
손주 볼 때가 되어서 그런가?
아기들 보기가 귀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까?
아마도 둘 다 일 것 같다.
귀하고 귀하도다.
우리 자녀들이 결혼과 출산을 하기에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면 좋겠다.
할머니 소리 한 번 들어볼 수 있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울 것 같다.
너무 귀하고 소중할 것 같다.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가슴이 벅차다.
언제쯤 만날 수 있으려나? 나의 손주는...
지금 행복하자.
happy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