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한·일축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새 천년 첫 아시아 왕자를 가
리는 2000레바논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이 아시아권서도 ‘2류권’으로 추락할
위기를 맞고 있는 반면 일본은 ‘탈(脫)아시아’의 기세가 드높다.
한국이 무승으로 자력에 의한 8강 진출의 꿈이 사그라든 가운데 일본은 지
난 대회 우승팀 사우디를 4-1,94아시안게임 우승팀 우즈베키스탄을 8-1로 연
속 대파,한·일축구의 극명한 명암을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80년대까지만 해
도 ‘투지축구’의 한국이 외국의 이론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응용력
이 없다고 ‘교과서축구’라고 조롱하던 일본축구가 마침내 새 천년들어 ‘
질높은 축구’로 영롱한 열매를 맺고 있다는 평가.
한·일축구의 격차는 92년이 분수령이었다.92다이너스티컵에서 출현한 일
본의 톱스트라이커 미우라 가즈요시.조기유학으로 브라질 상파울루 유소년클
럽에서 활약했던 미우라의 활약으로 한국은 치욕을 당한 뒤 93년 월드컵 최
종 예선서 일본에 또 한번 펀치를 맞았다.일본은 10년 넘게 하부구조를 다진
뒤 93년 J리그를 출범한 뒤 ‘축구 100년 대계’의 프로젝트를 앞세워 유·
청소년의 클럽 육성과 지도자의 재교육,외국인 명장들의 대거 영입에 따른
축구체질 변화,청소년과 시니어팀의 지도 커리큘럼의 일원화 등의 체계적인
관리로 발전의 틀을 잡았고 지난해 세계청소년선수권 준우승을 신호탄으로
세계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탈아시아’의 비전을 찾고 있다.
반면 한국은 4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안주한 채 목전의 성적에만 급
급하다보니 90년대 이후 급격한 하락세를 면치 못한 채 96아시안컵 이후 대
표팀의 아시아대회 도전에서 8강 이상을 넘어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