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우리 룸으로 자리를 옮겨요. 잠깐 다 잊고 놀아요."
글로리아에게 사죄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통장 잔고 같은 것은 잠깐 잊어버리자.'
"그래 그러자. 글로리아 친구들 오라 그래."
나는 신디에게 지갑을 맡겼다
서너 명의 글로리아와 미친듯이 춤을 추었다. 서너명의 글로리아와 노래를 불렀다. 멈추지 않고 술을 마셨다. 나는 나를 모든 기억에서 떠나 보냈다. 미지의 세계에서 오직 음악만이 익숙했다. 나는 끝없이 웃었다. 그리고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프다. 무엇보다 목이 마르다. 잔뜩 찌푸리며 일어나 앉았다. 헉! 이게 또 뭐야? 신디가 옆에서 같이 일어난다. 그녀는 아웅 기지개를 편다. 그녀는 드물게 흰 피부를 가졌다. 빛나는 뒤태를 보이며 가운을 걸쳤다.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내 내게 건넸다. 그리고 커피를 끓였다. 생수를 들이키고 그녀를 바라 보았다.
"왜요?"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내가 아니라 허니가 무슨 짓을 한 거죠."
"난 하나도 기억이 없어."
"그렇게 술을 먹었으니 기억이 없죠. 그렇게 많이 괴로웠어요?"
"여기는 어디야?"
"호텔. 날 막 끌고 왔잖아요. 나 화 났어요."
"내가 못되게 했어?"
"아니요."
"그럼?"
"나를 글로리아로 알더라고요. 내가 글로리아로 보여요? 허니한테는 글로리아 밖에 없어요?"
"미안. 그런데 왜 자꾸 허니라고 하지?"
"난 첫날밤을 보낸 남자에게 그렇게 불러요."
"첫날밤?"
"정식으로는 처음이죠. 나랑 결혼하겠다면서요."
"뭐라고? 결혼?"
"그럴줄 알았어 하루를 못가네."
"아니 그게 아니라 나 늙고 못생기고 가난한 사람이야"
"흥 거짓말하지 말아요. 허니 사업 얘기는 다 들어서 알고 있어."
이건 또 무슨 오해인가. 불길하다.
"누가 그래?"
"다 소문 났어요. 이 바닥 좁아."
"그건 오해야."
"오해든 아니든 상관 없어. 허니는 날 보살펴야하고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신디가 빤히 나를 쳐다본다. 나를 들여다보고 있다. 눈길을 창가에 둔 채 말한다.
"미안해서 그러는 거죠? 허니 잘못이 아니에요. 무얼 하려는지 알아요. 하지 마세요 그냥 경찰이 하게 두세요. 허니는 이제 나만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에는 지금은 내가 너무 힝들어."
"때로는 스스로 자신을 용서할 줄도 알아야해요. 제발 허니 그러지 말아요."
"내 안에 글로리아가 들어왔나봐.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이리와 바보야. 안 보여? 허니 앞에
있는 건 신디야."
이해가 되지않는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