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해전 승리의 길 탐사기행록(17) (해남 송지 - 해남 황산 32km)
- 대규모 간척지와 철새 도래지를 지나다
3월 17일(목), 종일 흐리고 쌀쌀한 날씨다. 아침 6시 반에 숙소를 나서 식당으로 향하였다. 이른 아침에 문을 연 식당에 손님이 붐빈다. 일찍 일터로 나가는 단골이 많은 듯. 음식이 정갈하고 맛도 좋다. 입구에 써 붙인 구호, '한결같은 맛과 마음으로 정성껏 모시겠습니다'를 준행하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다.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모두 그랬으면.
오전 7시 반에 식당을 나서 화산 방향으로 연결되는 곡창지대의 전용도로에 진입하였다. 직선으로 4km쯤 이어지는 도로의 좌우가 모두 논, 해남에서 많은 쌀이 생산되는 현장을 확인하는 노정이다. 벼 경작지를 지나니 대규모 태양광 발전단지로 이어지고 다시 큰 염전이 나타난다. 6km쯤 걸어 이른곳은 백포방조제, 길이가 1,300여미터나 되는 제방의 관문에 이르러 시공년도를 살피니 1925년이고 유역의 면적이 8,600여 핵터나 되는 생업의 터전이다. 어느새 성지면 지나 현산면에 들어선 것을 방조제의 위치 표기를 보며 알았다.
좌우가 논인 곡창지대를 길을 걷고 있는 모습
백포방조제 지나 마을 길을 한참 걸으니 바닷물이 닿는 작은 둑에서 그물망 형태의 키를 물속에 던져 무언가를 열심히 채취하는 아낙들이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 살피니 실장어를 건지는 중이란다. 쌀톨보다 약간 큰 치어가 꼼지락, 한 마리에 3천원이 넘는데 운이 좋으면 하루에 수십마리를 건진다네. 걸으면서 확인하는 삶의 현장이다.
실장어를 채취하는 아낙들의 모습
현산면 경내를 한참 걸으니 화산면에 들어선다. 번잡한 도로를 피하여 농로 길을 따라 걸으니 정오가 지났는데도 식당을 찾을 수 없다. 건빵 등으로 허기를 채우고 계속 걸으니 오후 1시를 지나 철새 도래지 고천암과 그 앞의 방조제에 이른다. 고천암 옆은 광활한 평야, 해남 곳곳에 넓은 들녘이 많구나.
철새 도래지 '고천암'의 모습
고천암 방조제의 중간쯤에서 화산면을 지나 황산면으로 경계가 바뀐다. 방조제를 지나니 드디어 식당이 보인다. 식당에 들어서니 오후 2시가 지났다.
늦은 점심을 들고 오늘의 목적지인 황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곧 비가 내릴 듯, 바람이 거세고 날씨가 을씨년스럽다. 고천암 방조제를 지나니 23km, 황산까지는 8km 남짓이다. 잠시 걸으니 대규모 태양광발전소가 다시 보인다. 발전소 입구에 '전국 최대 규모'라고 적혀 있다. 이를 살피며 태양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기술개발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황산을 앞에 두고 비가 내린다. 우장을 갖추고 열심히 걸어 황산면 소재지의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지났다. 걸은 거리는 32km. 예보로는 비올 확률이 높았는데 걷기 중에는 소강 상태이다가 도착 후에 계속, 밤새 내릴 태세다.
'열심히 걸은 일행, 수고 많았습니다. 푹 쉬고 대장정의 마무리 잘 하십시다.'
* 황산면 소재지에서 2km쯤 떨어진 우황리에 유명한 공룡 화석지가 있다. 일정상 가볼 수 없는 상황, 다음을 기약하며 황산면 소재지 초입에 세워 놓은 조각상을 폰에 담았다.
** 해남이 고향인 지인이 보내온 메시지, '제 고향 해남을 걸으셨군요. 송호해수욕장은 자주 갔던 곳입니다. 한여름 소나무숲이 참 시원한 곳이지요. 선생님의 걷기를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보낸 답글, '해남, 넉넉하고 아름다운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