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9일 화요일 맑음. 치과에 다녀와서 몹시 아파하니
오전에는 퇴계학연구원에 나가서 혼자서 붓글씨 연습을 좀 하였다. 큰 글자로 7언율시 1수를 두 번 적고 나니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나갔다. 집에 와서는 몇 시간 동안 《주자대전》 국역본의 시 부분을 계속하여 들여다보았다. 주석이 많기 때문에 원문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나, 주석의 출전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도 있고, 체제도 좀 정비되지 못한 점이 보인다.
치과에 가서 어금니를 2개나 뽑고 임플란트할 수술을 받았다고 하면서, 집사람이 몹시 아파한다. 저녁밥도 먹을 수 없다고 하면서 죽을 좀 사다 달라고 하였다.
7월 30일 수요일 맑음. 주자가 형산衡山에 올라서 쓴 시
낮에는 집에서 오전, 오후 계속하여, 어제와 같이 몇 일째《주자대전》국역본의 시 부분을 드려다 보았는데, 제5권의 앞부분에는 그가 38세 때 겨울에 호남성에 있는 형산에 올라가서 쓴 시가 여러 수 나와서 재미있게 읽어 보았다. 몇 년 전에 우리 동양고전연구회에서도 회원들이 연수차 다녀왔던 곳이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다. 그중에 최고봉인 석름봉石廩峰에 올라가서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일흔두 봉우리 모두 하늘을 찌를 듯한데, 七十二峰都挿天
첫째 봉우리는 석름이라는 옛 이름이 전하네. 一峰石廩舊名傳
집집마다 이렇게 높은 창고 있다면, 家家有廪髙如許
인간 세상 풍년이 든 것 너무 좋으리. 大好人間快活年
번역문은 한국고전DB에서 따왔으나 몇 자를 고쳐보았다. 거기 있는 것을 그대로 여기 옮겨본다.
일흔두 봉우리가 모두 하늘을 찌르는데 / 七十二峯都揷天
한 봉우리가 석름이란 옛 이름 전하누나 / 一峯石廩舊名傳
집집마다 이렇게 높다란 곳집이 있으니 / 家家有廩高如許
인간에 큰 풍년 든 것이 너무도 좋아라 / 大好人間快活年
한양의 삼각산은 푸른 하늘가 닿는데 / 漢陽三角際靑天
노적봉이란 이름이 석름처럼 전해와서 / 露積峯如石廩傳
적름의 사방에서 웃고 노래하는 속에 / 積廩四方謌笑裏
입춘첩 새로 써서 풍년을 기원하누나 / 立春新帖願豐年
뒤에 인용된 같은 각운자를 쓴 시는 우리나라 정조대왕이 삼각산의 노적봉을 읊은 시다. 원시의 장세후 군의 번역도 이 고전번역원의 번역과 비슷하니, 내가 위와 같이 옮겨 보려고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좀 더 “여허如許”라든가 “대호大好”같은 말을 사용한 용례가 어떤지 조사도 하여 보고, 또 주자가 이때 과연 어떠한 마음을 지니고 이 시를 썼는지 생각도 하여 보아야할 것 같다.
만약 그 번역과 같이 된다면, 주자가 고향인 절강성에서 타향인 호남성에 와서 물산이 풍부한 것을 보고서 감탄하고, 또 그러한 지방에 있는 명산을 안내하는 호남성 친구들에게 듣기 좋게 그렇게 표현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듯 하기도 하나…??
첫댓글 주자가 장식을 만나러
악록서원을 찾았을 때,
지은 시인가요?
집마다 고름이 있을 수 없으니,
천하 대풍과 가가부호를 바라는
가정법으로 이해하여,
한구고전 db로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