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트 바이어런트, 2015]
감독: J.C. 챈더
배우: 오스카 아이삭, 제시카 차스테인
줄거리
범죄율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81년 뉴욕, 젊은 사업가 아벨(오스카 아이삭)과 아내이자 사업파트너 안나(제시카 차스테인)는 오일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큰 부지를 사들인다. 하지만 오일 운반 트럭 강도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며 손해가 극심해지고, 그들을 2년간 추적하던 검사는 16개의 범법행위를 근거로 기소한다. 급기야 부지 잔금 150만 달러 대출을 약속한 은행마저 이를 취소한다. 남은 시간은 단 3일, 궁지에 몰린 아벨에게 마피아의 딸인 안나가 은밀한 제안을 해오는데…
미국 역사상 가장 높은 범죄율을 자랑했던 1981년의 뉴욕. 성공을 눈앞에 둔 남자에게 위협이 다가온다. '정직'을 신념으로 여기며 살아가려 하던 주인공은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살기 위해서는 부정한 길을 가야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신념을 저버리는 행위다. 정직하게 살고 싶었지만, 현실은 정직했던 주인공을 부정한 길로 인도하고 있다.
전작 [마진 콜] [올 이즈 로스트]를 통해 치밀한 이야기 전개, 인물간의 관계, 인간의 심리적 변화를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로 완성시킨 J.C 첸더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위기 상황에 놓인 인간의 심리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드라마를 완성한다. 하지만 그가 완성한 캐릭터는 전작의 주인공들과 차원이 다르다. 범죄율이 가장 높은 시대에 그것도 보이지 않는 차별과 조롱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민자 부부가 그들이다.
주인공 아벨과 안나 부부는 남다른 사업수완을 기반으로 성공한 중소석유회사 경영자로 상류층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냉정한 미국 사법 체계와 자본 사회는 그들의 이러한 신분 상승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검찰은 빠르게 성장한 부부의 회사에 범법행위를 이유로 기소하고, 경쟁사들은 그들을 견제한다. 이 와중에 석유 강도들이 석유 수송 차량을 급습해 회사 매출액에 타격을 입히고, 은행은 약속한 대출금을 취소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아벨이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연이은 난제들의 등장으로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 구성이지만, 그의 도덕성과 현실적 이익이 충돌하는 딜레마적 구조를 선보이며 흥미를 높이려 한다.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하는 아벨의 모습은 긴장감과 함께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살인자 카인의 동생에서 빌린 주인공 아벨의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죄인 카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또한, 그의 본명이 '아벨 모랄레스'임을 밝히며 아메리칸 드림을 간절히 꿈꾸는 이민자의 후손임을 전해주고 있다. 결국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미국식 자본주의 사회의 원천과 그로 인해 악이 되어가는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였던 셈이다.
하지만 영화는 이 악의 길을 걷게 되는 인물을 비난하려 하지 않는다. 관객의 눈에 아벨은 한 집안의 가장, 직원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 CEO인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악의 길을 걷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보일수 밖에 없다. 인물에 대한 냉철한 관점을 유지하던 J.C 첸더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는 악인이 되어버릴것 같은 한 인물에 대해 애정어린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이 때문에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갱스터 영화는 아니지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를 연상케 한다.
자신만은 절대로 아버지와 형이 걷고 있는 마피아가 되지 않겠다 맹세했지만, 위기의 가족을 구하고자 마피아가 된 [대부]의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는 [모브트 바이어런트]의 아벨로 환생한다. 아벨을 연기한 오스카 아이삭은 [대부]의 알 파치노에 비견되는 카리스마와 인간미를 동시에 지닌 캐릭터를 완성하며 영화 전체를 이끌어 나간다. 한 여자의 남편, 세 아이의 아버지 그리고 회사 직원들을 직접 챙기는 그의 모습은 '가장'이라는 책임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절로 느끼게 한다. 아벨은 그들의 기대와 사랑 속에 꿈을 이루게 되지만 그 이면에는 추악함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두운 미래와 같은 씁쓸함이 담겨 있다.
제시카 차스테인은 예상보다 비중이 적은 편이지만 매혹적인 관능미, 사랑스러움 그리고 살벌한 기운을 동시에 지닌 그의 아내 안나를 훌륭히 소화하며 오스카 아이삭과 환상의 호흡을 완성한다. 오스카 아이삭이 아벨이 카인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제시카 차스테인의 안나는 남편 아담을 죄악의 길로 인도한 아내 이브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물론 이브가 뱀의 유혹에 의해 그러한 죄를 지었던 것처럼 안나 또한 자본 사회의 추악함으로 인해 그러한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인물로 설정된다. 그녀 또한 악인일 수도 있지만, 남편의 부담감을 덜어주고자 하는 좋은 아내의 전형이기도 하다. 이처럼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주인공들의 갈등과 선택적 상황에 중점을 두며 관객에게도 어떠한 결정을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그로인해 영화의 분위기는 어둡고 메시지는 무겁게 느껴진다. 그 때문인지 평범한 전개 속에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했던 J.C 챈더 감독만의 스타일은 전작에 비해 많이 약해졌다. 메시지, 상징적인 화면, 강렬한 연기력을 통해 완성된 드라마지만 이를 뒷받침한 전개가 느린 점은 조금 아쉽다.
그럼에도 의미심장한 주제와 질문을 던지며 보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오랫동안 기억할 수 밖에 없는 '자본주의 사회'의 우화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도 주인공처럼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 상황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4월 2일 개봉한다.
작품성:★★★☆
오락성:★★★
연출력:★★★
연기력:★★★★
총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