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주민인 민 모(42)씨는 벌써부터 내년 하반기가 기다려진다. 울릉도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위그선 운항 사업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위그선이 운항하면 울릉도와 포항의 바닷길이 1시간 이내로 줄어들 전망이다 ⓒ 아론산업
현재는 울릉도에서 포항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빠른 여객선을 타더라도 3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위그선이 도입된다면 1시간 정도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민 씨는 위그선이 운항하면 울릉도 관광 활성화 및 지역 경제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길래 기존 여객선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위그선은 비행기와 선박의 융합체
위그선이란 비행기와 선박을 융합한 하이브리드형 수송기기로서, 날개를 달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비행기형 선박이라 할 수 있다. 위그(WIG)라는 명칭도 ‘수면 위를 비행하는 날개(Wing In Ground)’라는 표현에서 따왔다.
물 위에서 시속 150~200㎞ 정도로 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선박들보다 최대 3~4배 정도 빠른 속도를 낼 수 있고, 자동차의 평균 속도인 100km보다도 1.5배에서 2배 정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위그선이 이처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까닭은 보통의 선박들처럼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형태가 아니라, 수면(水面) 위를 1~5m 정도 뜬 채로 날기 때문이다.
선박의 경우는 물의 저항이 커서 속도를 빠르게 내고 싶어도 낼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위그선은 수면과 접촉하는 면적을 최소화하면서 비행기처럼 공중으로 운항하는 까닭에 선박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위그선의 제원 ⓒ 아론산업
수면 위를 스치듯 전진하는 특징으로 인해 위그선은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 민간 항공 기구(ICAO)의 협약에 의해 배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원리는 오히려 비행기와 닮은 점이 더 많은 수송기기다.
특히 선체가 공중에 뜰 수 있도록 날개가 양력(揚力)을 일으켜 수면 위를 날아가는 동작은 비행기의 원리를 그대로 땄다. 여기에 더해 위그선은 ‘해면(海面) 효과’를 활용하여 수면 위에서 얼마 되지 않는 낮은 높이에서도 날 수 있다.
해면효과란 날개가 해수면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날개와 수면 사이의 양력은 증가하고, 항력은 줄어드는 물리적 법칙을 말한다. 만약 비행기도 수면이나 지면 가까이 낮게 날게 되면, 위그선처럼 해면효과의 도움을 받아 훨씬 효율적으로 공중에 뜰 수 있다.
다만 비행기는 물 위에 닿을 경우 다시 하늘로 날아오르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수면 위나 지면 위에서 멀리 떨어져 높게 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중에 뜨는 기본원리는 위그선이나 비행기나 모두 비슷하지만, 애초에 물 위를 다닐 수 있는 목적으로 설계된 위그선과 하늘을 날도록 만든 비행기는 비행방법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군사용으로 개발됐으나 현재는 해상구조나 레저 목적 활용
위그선의 역사는 지난 1960년대 거슬러 올라간다. 구 소련이 군사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10여년 정도는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1976년에 미국의 첩보위성이 바다를 떠도는 괴물체를 발견하면서 그 정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발견 당시만 해도 괴물체의 정체를 놓고 과학자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왜냐하면 당시의 괴물체는 물 위에 낮게 떠서 시속 200km 정도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는데, 배로 보기에는 너무 빨랐고, 그렇다고 비행기로 보기에는 너무 낮게 떠서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
전 세계가 괴물체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자 구 소련은 이를 위그선이라 공개했고, 군사용이 아닌 해상구조용으로 개발된 특수 선박이라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이를 그대로 믿는 나라는 없었지만, 실제로 위그선은 지금까지 군사용보다는 해상구조나 레저 목적으로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 위그선이 소개된 것은 약 20년 전인 1993년경이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간 과학기술 교류 사업을 통해 처음 소개됐는데,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사업이 진행되면서 2002년에 해양연구소가 4인승 규모의 소형 위그선 시험운항에 성공했다.
해상구조나 레저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위그선 ⓒ 아론산업
내년 하반기부터 추진될 포항과 울릉도 간 위그선 운항 사업은 위그선 제조업체와 운영업체가 제휴를 맺고 추진하게 된다. 제조업체인 ‘아론비행선박산업’과 운영업체인 ‘위그코리아’가 그 주인공들로서 사업 초기에는 5대 정도가 투입될 예정이다.
위그코리아의 관계자는 “위그선은 연료 소모량이 동급 선박이나 항공기의 30~50%에 불과하며 수면을 활주로로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접안 시설이 필요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라고 소개하며 “위그선이 상용화된다면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운송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유는 위그선이 항공기의 단점과 선박의 단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항공기 운송비용과 저속으로 운행할 수밖에 없는 선박의 속도를 보완할 수 있는 것.
이 외에도 위그선은 선박의 운항 면적보다 4~5배나 넓은 지역을 다니며 바다 위의 순찰차 역할을 할 수 있고, 응급환자 발생 시에도 선박보다 훨씬 빨리 구조 활동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헬리콥터나 선박보다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