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7362]두목(杜牧)-(박진회·泊秦淮)=진회강에 배를 대다
노랫가락의 울림[이준식의 한시 한 수]〈345〉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2025. 12. 4. 23:07
물안개 자욱한 차가운 강, 달빛 뒤덮인 백사장.
한밤 진회 강변에 배를 대니 주막이 가까이에 있구나.
가기(歌妓)는 망국의 한 따위는 나 몰라라 하는 듯,
강 건너편에서 여전히 ‘후정화’를 부르고 있네.
煙籠寒水月籠沙,
夜泊秦淮近酒家.
商女不知亡國恨,
隔江猶唱後庭花.
―‘진회강에 배를 대다(박진회·泊秦淮)’ 두목(杜牧·803∼852)
시는 한 시대의 흥망과 인간의 각성을 압축하고 있다. 물안개와 달빛이 어우러진 한밤의 진회강, 그 아래로는 은근히 왕조의 쇠락이 흐른다. 시인이 강변에 정박하자 문득 강 건너에서 기녀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후정화’, 남조 진(陳)의 마지막 황제 진후주(陳后主)가 지었다는 가요다. 미녀의 아름다운 자태를 그린 노래다. 수나라에 멸망되기 직전까지도 진후주가 향락에 탐닉했기에 이 노래에는 줄곧 ‘망국의 노래’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노래에 서린 역사의 비극을 기녀가 알기나 했을까. 그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심코 목청을 돋우었다고 해도 노래를 즐기는 이들이 그걸 몰랐을 리는 없다. 그 비극의 교훈을 알고도 ‘여전히’ 그런 노래에 심취하는 자들의 타락에 시인은 적이 실망했을 테다. 만당(晩唐)의 운세가 저무는 걸 예감한 시인에게 기녀의 노랫소리는 깊은 울림과 슬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 노래를 오래전에 끝난 역사 속의 비가(悲歌)로만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역사에 대한 무감각은 언제나 새로운 얼굴로 되살아나는 법이다. 찬란한 불빛 아래에서 들려오는 오늘의 노랫가락 속에도 또 다른 ‘후정화’가 숨어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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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당(晩唐)의 두목(杜牧)은
‘박진회(泊秦淮)’에서 이렇게 말했다
泊秦淮(박진회 : 秦淮河에 정박하여)
杜牧(두목)
煙籠寒水月籠沙,
연롱한수월롱사,
안개는 차가운 강물을 덮고 달빛은 모래를 덮고,
夜泊秦淮近酒家.
야박진회근주가.
밤에 진회에 정박하니 주막에 가깝구나.
商女不知亡國恨,
상녀부지망국한,
상녀는 망국의 한도 모르고,
隔江猶唱後庭花.
격강유창후정화.
강 너머에서 오히려 <後庭花>를 부른다.
籠=대그릇 롱, 대이름 롱, 젖을 롱.동자(同字)篭.
泊=배댈 박, 잔물결 박.머무를 박, 배 댈 박, 잔 물결 백.
秦淮진회= 남경성(南京城) 안을 흐르는 작은 강.
남경(南京)을 지나 양자강(揚子江)으로 흐르는 운하(運河)의 이름.
진나라(秦--) 때에 만들었으며 양쪽 기슭은 유람지로 유명(有名) 함.
秦=본래 벼를 가리키던 글자, 지금은 진나라와 성씨, 지명에 사용합니다.
淮=물이름 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