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8.08 15:39 | 수정 : 2016.08.08 16:00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애플이 외부 연구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내부 연구개발(R&D)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회사 밖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용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후발 주자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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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8월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신제품 공개 행사에 참석해 ‘갤럭시노트7’을 소개하고 있다. / 삼성전자 제공
◆ 갤럭시 외부에 “신기술 찾고 있다” 러브콜…애플, 시리 개발키트 공개8일 모바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지난달 13일 삼성 구매포털(
www.secbuy.com)내 공지사항 게시판에 총 9가지의 신기술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이 글에서 삼성전자는 급속 충전, 지문 방지, 마이크로 리시버, 실내 내비게이션, 방열(放熱), 2차원 스테레오 그래픽, 소셜미디어 이미지 분석, 전력 소모 측정, 백그라운드 프로세스 관리 등의 기술을 찾는다고 밝혔다.
이 9가지는 모두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술들이다. 예컨대 ‘지문 방지’는 스마트폰 화면에 묻는 사용자의 지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셀프 클리닝(self cleaning) 기술로 지문 자국을 억제하는 걸 구현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전력 소모 측정’은 스마트폰에 깔린 각 애플리케이션(앱)의 전력 소모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앱별 전력 소모량을 보여주면 사용자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 신제품에 탑재하려는 기술과 관련해 외부에 공개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인수합병(M&A)을 실시하거나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기술을 확보해왔다. 이번에 외부 협력을 제안한 9가지 신기술은 상용화가 이뤄지는 대로 향후 출시될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2017년 상반기에 공개할 갤럭시S8(가칭)을 한창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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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를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삼성전자는 삼성페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2015년 2월 미국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 역시 외부 개발자들과의 협력을 늘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대회(WWDC) 2016’에서 “음성인식 기능 ‘시리(Siri)’의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간 애플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이유로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해 WWDC를 계기로 애플은 자사 소속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시리를 응용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앴다.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부사장은 “시리가 외부 개발자들을 만날 경우 할 수 있는 일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60% 이상을 아이폰에 의지하는 애플 입장에서는 시리의 경쟁력 강화가 아이폰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프루언트의 조사에 따르면 아이폰 사용자의 42%가 시리 기능이 크게 향상될 경우 차세대 아이폰을 재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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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부사장이 올해 6월 13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WWDC 2016에 참석해 중국 텐센트가 개발한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시리를 연동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애플은 시리의 소프트웨어개발키트를 외부 개발자들에게 개방하겠다고 발표했다. / 블룸버그 제공
◆ “외부와의 빠른 협력이 중국 추격을 따돌리는 비법"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잇딴 개방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지금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려면 고도의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해 흉내내기 어려운 수준의 스마트폰을 개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각 부품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를 이룬 상태이다보니 한때 ‘짝퉁 공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썼던 중국도 지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제품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 입장에서는 아직까지 비교 우위에 있는 프리미엄폰 시장 사수에 더욱 매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1,560,000원▼ 1,000 -0.06%)는 매년 상반기에는 갤럭시S 시리즈, 하반기에는 갤럭시노트를 주력 판매 제품으로 각각 선보이고 있다. 둘 다 고가의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모델이다. 애플이 매년 하반기에 출시하는 아이폰 역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타깃으로 삼는 고가 제품이다.
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플래그십 모델을 전략 제품으로 삼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각종 신기술을 남보다 먼저 확보하려고 항상 노력하는데, 최근 여러 가지 기술 간 융합 추세가 두드러지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모든 신기술을 차지하기 어려워졌다”며 “외부 개발자들의 힘을 빌리면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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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광둥성 선전 화창베이에 있는 오포 매장의 모습. 삼성전자에서 니콘으로 바뀐 매장이 오포 매장 왼쪽에 자리잡고 있다. / 사진=전준범 기자
홍콩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21.4%(7700만대)의 시장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출하량 4040만대로 11.2%를 기록한 애플이 차지했다. 두 회사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약 33%를 장악했지만, 주목을 받은 쪽은 오히려 3~5위에 이름을 올린 중국 제조사들이었다.
특히 이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기업은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한 오포였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오포가 지난 2분기 23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고 전했다. 이는 980만대를 출하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4.7% 급증한 수치다. 3위에 오른 화웨이는 같은 기간 3200만대를 출하하며 2위 애플과의 격차를 좁혔고, 5위 비보는 2015년 2분기보다 61.6% 증가한 160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중국 휴대폰 제조사들은 자국 시장과 인도, 동남아 지역의 보급폰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이) 경쟁사 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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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및 순위(단위:백만) /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