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廣場] 의사들은 의협 때문에 망하고 있다
기자명 정기수/前 경향신문·시사저널 기자/ 자유일보
2024년 의정 갈등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의사 쪽 2인을 꼽으라면 소아과 임현택과 신경과 홍승봉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임현택은 거친 입으로 투쟁을 주도하며 화를 부르고 있다. 반면 뇌전증(간질) 지원 병원 협의체 위원장 홍승봉은 투쟁을 설득력 있게 비판해 흥분한 의사들 김을 확 빼 버렸다. 두 사람의 말은 정부가 ‘이기는’ 길을 열어 주고 있다.
의협은 국민에게 "의사들이 이런 사람들이었나?" 하는 놀라움을 준다. 말을 할수록 점수를 잃는다. 수많은 범죄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잡범을 대표로 뽑고 대선 후보로 옹립한 어떤 정당과도 같다.
임현택은 정치꾼 노조위원장과 유사한 말버릇을 구사한다. 의학 교과서보다는 투사들 어록을 탐독하지 않았나 싶다. 지난 봄 총선 국면에서 "의협 손에 국회 20~30개 의석이 결정된다"고 정부 여당을 겁박했었다.
이번 의사 증원에 대해서는 "정부가 전공의들을, 이 땅의 모든 의사들을 노예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로서 존중할 때까지 싸우겠다. 정부는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고 사직한 전공의들을 도망간 노예 취급하며 다시 잡아다 강제노동 시키겠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한 일은 의사가 부족하니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게 노예 취급인가? 정부의 계산이 잘못된 것일 수는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그 잘못된 근거를 대고 자기들이 생각하는 숫자를, 증원이든 감원이든, 제시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1명이라도 늘리면 죽어 버리겠다고 드러눕는다. 상식 있는 국민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다. 다른 이들도 아니고 전국의 전교 1등들이 간다는 의대 졸업자들이 이러고 있다.
그들은 수재의 겸손보다는 오만을 더 보인다. 환자 손을 들어 줘 의사에게 불리한 판결을 한 여성 판사에게 "이 여자 제정신이냐?"라고 폭언을 한 임현택이 최악인데, 이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전 의협 회장 노환규는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얼마나 오만방자한 사고방식이고 집단이기주의인가?
그는 의사가 언제나 이기는 게임이 안 되는 쪽으로 상황이 돌아가자 말을 바꿨다. "내 말이 틀렸다. 의사를 악마화하고 있는 지금 정부가 최소한의 양식과 양심은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노무현·문재인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의사가 이런 비상식적인 정부를 이기기는 힘들다."
말장난이다. 현 정부를 비교하고 비난하기 위해 제 말이 틀렸다고 너스레를 떤다. 영화배우, 조폭처럼 선글라스 끼고 경찰서에 출두했던 또 다른 의협 회장 주수호는 "의사 알기를 정부 노예로 아는 정부"라고도 했다. 의사 밥그릇에 손끝 하나라도 대는 정부는 의사를 죽도록 일만 하라는 노예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에 의협의 휴진 운동에 불참한 홍승봉이 점잖게 한마디 했다. "10년 후 의사 1% 늘어나는 문제가 지금 환자보다 중요한가?" 촌철살인이다. 그의 이 말로 의협과 정부의 대회전 승부는 사실상 결정됐다. "후배 동료 의사들의 휴진 결정에 의사로서, 국민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의사가 부족해서 환자가 죽는 것이지 의사가 너무 많다고 환자가 죽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강직한 선배 의사의 질타에 ‘밥그릇 사수’ 의협 간부들이 꿀 먹은 벙어리다. 지역의들과 전공의들은 투쟁 일변도 의협에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다수 국민과 정부를 설득하지 못하는 리더들이 이길 방법은 없다. 의사들에게 진 과거 정부는 해야 할 일을 잠깐 해보려다 뚝심 없이 저항에 굴복해 버리고 말았을 뿐이다.
그들 편에는 자기 자녀들 전교 1등 자부심에 충만한, ‘의대생 학부모 모임’이라는 꼴불견 카페 회원들이나 붙어 있는 정도다. 그들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에 "지금은 행동(휴진) 해야 할 때"라고 반정부·반환자 운동 동참을 촉구했다. 의사의 격을 낮추는 이들에 의해 의사들은 이번 투쟁에서 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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