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동기회 모임을 다녀왔다. 왕년에 그 많고 많던 친목회 모임은 다 정리하고 유일하게 3개월에 한번씩 만나는 모임이다. 또 하나의 모임인 회사 다닐 때의 과원 OB 모임도 있지만 멤버들이 전국에 흩어져 경조사 발생시에만 잠시 보고 정례적으로 만나지 않아 유명무실한 모임이나 다름이 없다.
동기회 모임도 정리를 하고 싶었지만 회장단이 너무 적극적으로 활동하여 차마 그만두지 못하고 참여를 하고 있다. 내가 모든 친목회를 정리한 이유는 나의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다. 수십년간 저녁 8시 이전에 취침을 하고 새벽 1~2시에 기상하는 습관 때문에 저녁에 어떤 모임에 참석하면 잠자는 시간을 놓쳐 고전을 면치 못한다.
어제도 1차만 하고 귀가를 했는데 저녁 9시반이였고 잠이 오질 않나 집사람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11시에 취침에 들어가 일어나니 새벽 3시였지만 잠이 부족할 것 같아 다시 자기 시작하여 일어나니 4시반이였다. 그래도 어제 모임은 참으로 유익했다. 동기중 1명이 6개월 전에 피싱을 당한 이유와 대처 방법을 참석한 모든 친구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기 때문이였다.
그전 모임에서도 그런 소문을 다른 친구들로부터 간접적으로 들었지만 피싱을 당한 친구가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느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어제는 본인이 직접 친구들을 위해 피해 금액과 사고 경위를 상세히 설명해 주었고 자신과 같은 전처를 밟지 않도록 간곡하게 대응을 하라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보이스 피싱이 아닌 스미싱에 걸려든 것이다.
전자는 전화로 하는 것이고 후자는 톡이나 메세지로 하는 것이다. 확률적으로 보면 전자는 10% 정도 걸려든다면 후자는 거의 100% 당할 수 있다. 단, 피싱범이 요구하는 것을 응할 경우에 한한다. 전자의 수법은 통상적으로 자녀를 납치했다거나 경찰청 또는 국세청을 사칭하여 돈을 빼가는 것이지만 후자는 톡으로 부고장 또는 청첩장을 날리거나 택배가 왔다는 등의 메신저를 날리는 것이다.
친구의 경우에는 후자의 것으로 걸려든 것인데 그 내막은 동기회 총무를 맡고 있어 동기들이 경조사가 발생되면 즉시 단톡방에 올려 줘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동기로부터 부친이 별세했다는 톡이 총무에게 전송이 되었고 총무는 이를 확인하려고 URL(사이트 주소) 클릭했더니 상세정보는 나오지 않고 삭제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밤 11시에 톡을 날린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부친이 별세했다고 했는데 세부 내용을 알려 줄 수 있느냐고 했더니 나도 다른 사람한테 그런 메세지를 받아 클릭했더니 그냥 삭제되어 버렸다고 하면서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총무는 낌새가 이상하여 통장에 예치된 돈이 문제가 없을까 하고 조회를 하니 아뿔싸 비번이 변경되어 조회가 되지 않아 다음날 은행으로 달려갔다고 했다.
확인해 보니 벌써 모든 은행에 예치된 돈을 다 털어 갔고 거기에 더해 자신의 차와 부동산을 담보로 10%의 금리로 대출까지 해 간 것을 알고는 망연자실하여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지만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빨리 동사무소에 가서 주민등록번호를 바꾸라고 해서 자신과 집사람 모두 주민등록번호까지 바꾸었다고 했다.
문제의 발단은 그런 톡이 와서 URL를 누르는 순간 피싱범에게 자신의 폰번호로 폰이 개설이 되고 그 폰이 접속된 노트북이나 PC에 들어 있는 모든 정보들을 한눈에 보면서 털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폰과 접속기기를 유선이 아닌 와이파이로 연결이 되어 있으면 피싱법이 주인처럼 행사한다는 것이다.
친구의 경우에는 URL를 한번 눌렀고 아무런 정보가 없어 삭제하시겠습니까? 라는 메세지가 나와 "예" 한 이유로 피싱범이 친구의 폰 번호를 가진 3개의 폰을 개설하고 친구의 부인 폰까지도 개설하여 장난을 쳤다는 것이다. 폰은 제3자가 나의 폰번호로 개설이 되고 그렇게 되면 비대면으로도 각 구좌별로 5천만원까지 인출이 가능하고 담보로 대출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가 털린 것은 약 4억 정도나 되고 노트북을 폐기하고 폰을 바꾸고 경찰서 및 은행, 동사무소, 통신사 등을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생고생을 하여 자신이 체중 5kg, 부인이 4kg이나 빠졌다고 했다. 체중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왜 자살을 하는지도 이해가 가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꼭 얘기해 주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자신과 같은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첫째로 일단 경조사 등의 톡이 오면 절대 URL을 열지 말고 톡을 보낸 사람한테 물어보고 대응하라고 했다. 두번째는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폰의 통신사 지사에 가서 본인이 아닌 경우 절대 폰을 신규로 개설할 수 없다고 신고를 하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나중에 내가 폰을 변경할 때도 또 통신사 지사에 가서 신고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꼭 하라고 했다.
세번째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이나 PC는 와이파이로 연결하지 말고 유선으로 하라고 했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자동(와이파이)과 수동(PC)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즉, 자동은 아무나 할 수 있고 수동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점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리까리하다.
네번째는 주민등독증을 다시 발급받아라고 했다. 요즘 발급해 주는 민증에는 구형 민증에 없는 마크와 도용방지장치가 들어 있어 내 PC에 민증이 저장되어 있어도 남이 함부로 도용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명의 도용방지 서비스인 엠세이퍼 앱 또는 경찰청이 개발한 보이스 피싱 방지 앱을 폰에 설치하라고 했다.
그래서 오늘 집사람과 함께 2번째 예방책을 위해 통신사에 가서 1시간이나 기다려 조치를 하려고 했지만 직영 통신사가 아닌 지사 통신사에 가서 해야 한다고 해서 허탕을 쳤다. 다른 것은 몰라도 첫번째 예방책만 알아도 친구와 같은 스미싱에 걸리지 않기에 꼭 명심했으면 한다.
친구도 빨리 스미싱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되찾기를 바라고 소중한 정보를 알려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 아울러 날로 지능화되는 피싱범들도 그 능력을 좋은 일에 발휘했으면 한다. 죽을 때까지 보증을 잘못 서주거나 피싱에 걸려 패가망신하지 않으려면 운의 영역을 떠나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는 현실이 슬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