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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공작교 → 공작골 → 문바위골 → 정상 → 안공작재 → 수리봉 → 약소봉 → 궝소출렁다리 → 생태숲 공원 → 수타사'의 13.8km 코스를 7시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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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산[孔雀山]
높이: 887m
위치: 강원도 홍천군 동면
공작산은 정상에서 바라보면 홍천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며, 풍치가 아름답고 깎아 세운 듯한 암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산세의 아름답기가 공작새와 같다 하여 공작산으로 불리는 듯하며, 몇 년 전부터 점차 이산을 찾는 등산객 수가 증가 추세에 있다.
봄에는 철쭉과 가을철에는 단풍, 눈 덮인 겨울 산 역시 등산객들을 매료시킨다. 정상이 암벽과 암릉으로 되어 있으며, 정상 일대의 철쭉군락지에 철쭉이 필 때면 지리산의 세석평전을 방불케 한다.
정상에서 서남 능선 수타사와 노천리에 이르는 약 8km의 수타 계곡은 멋진 암반, 커다란 소, 울창한 수림으로 수량도 풍부하고 기암절벽이 어울려 장관을 이루는 비경 지대다.
수타사
수타사는 홍천군 동면(東面) 덕치리 공작산(孔雀山)에 있는 절로서, 영서지방의 사찰 중 가장 오래된 고찰이다. 공작산을 배경으로 신라 성덕왕 7년(서기 708년)에 원효대사에 의하여 창건되었으며, 당시에는 우적산(牛寂山) 일월사(日月寺)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창건 이후 영서 지방의 유명한 사찰로 꼽히다가 1457년(세조 3)에 현 위치로 옮기면서 수타사(水墮寺)라 칭하였다. 월인석보와 삼층석탑, 홍우당부도 등 지정문화재 이외에도 1364년에 만든 종과 부도 거리 등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수타사 계곡
동면 노천리 공작산에서 발원, 신봉리를 거쳐 덕치리로 이어 흐르는 계곡으로 봄에는 철쭉, 가을엔 단풍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부터 계속 계곡을 따라가 보면, 맑은 물을 끼고 있는 갈대숲이 나온다.
산림청 100대 명산
울창한 산림과 수타계곡 등 경관이 수려한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산의 형세가 마치 한 마리의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하다는 데서 산 이름이 유래. 보물 제745호인 월인석보 제17권과 18권이 보존된 수타사(壽陀寺)와 수타사에서 노천리에 이르는 20리 계곡인 수타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애초 9월 24일 토요일 등산방 정기산행은 관악산 종주를 할 예정 있었다. 그런데 같은 날 연극을 하는 친구들이 참가하는 춘천연극제 공연에 초대받았다. 비록 시간이 좀 빡빡하기는 하나, 공연이 10시부터 10시 30분까지라 연극을 본 후 강촌으로 이동해 구곡폭포를 품고 있는 검봉산을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거 같아 이를 받아들였다. 강촌 검봉산은 정기산행으로 한번 갈 예정이었으나, 참석이 저조할 거 같아 망설이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다! 개인적인 문제는 애초 예정했던 관악산 종주와는 달리 검봉산은 어딘가 부족한 산행이라는 거다. 해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 주중에 갈만한 산이 있나, 평일에도 버스가 출발하는 안내산악회를 뒤적였다. 물론 검봉산에 가는 토요일과는 이틀 이상의 거리가 있는 수·목 중에서. 그래서 발견한 게 강원 홍천의 공작산이다.
홍천 공작산은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중 하나라,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은 진작부터 세워두고 있었으나, 안내산악회라는 마약에 빠져, 혹시나 해서 안내산악회 산행 계획을 찾아보니, 과거에는 방문한 기록이 있는데, 언제인가부터 산행 계획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이유가 궁금해 구글하자, 까만 소 선정 100 명산 초기에는 공작산도 속했으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공작산을 빼고 감악산 넣은 이후 안내산악회에서 찾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런 산이 공작산뿐만 아니라, 서대산을 포함 총 6개 산이다. 그러다, 까만 소와 강원도의 합작으로 ‘강원도 20대 명산’ 인증을 시작하는데, 그 20대 명산에 공작산이 포함되면서, 다시 산악회가 찾기 시작했다. 그동안 버스를 갈아타며, 산을 찾아가는 게 불편해 계속 미루고 있던 안내산악회 중독자에게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합작이다.
뭐든 지속하기 위해서는 달성 가능한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등산은 '한국의 산하'가 '인기 명산 100'이라는 걸 선정하며 붐이 일기 시작해, 산림청, 잡지사, 기업 등에서 제각각 명산 100을 선정 공표하며 불이 붙었고, 와중에 사기업답게 마케팅 전략으로 까만 소가 “인증”이라 걸 만들면서 기름을 부은 상황이다. 덕분에 대중교통으로 힘들게 가야 했던 전국의 산을 아주 쉽게 갈 수 있어, 늘 까만 소에 감사하고 있으나, 반대급부로 등산이 아니라 인증이 목적인 인증꾼이 나타나면서 산행 계획이 꼬이기 시작한다. 인증꾼이란, 조망이나, 산행 재미는 관심 없고, 인증 장소 즉 정상석 또는 특정 표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등록하는 게 목적이라, 가능하면 인증 장소가 많은 산행을 좋아한다. 해서 그들 인증꾼에게 부합하는 상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는 안내산악회는 짧은 코스의 산, 두 개를 묶는 소위 1일 2산 계획을 내놓기 시작했고, 공작산은 까만 소 100 산 중 하나인 홍천의 가리산과 묶어 판매하는 중이다.
능선으로 이어진 두서너 산을 연계해 달리는 산행이라면,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나도 대환영이지만, 조망이나 산행 재미는 다 버리고 최단 거리로 정상 찍고 내려와 버스로 이동 후 같은 방법으로 산 하나를 더 다녀오는 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해서 안내산악회의 1일 2산으로 이미 다녀온 가리산과 묶여 있는 공작산은 가고 싶지 않아, 대중교통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안내산악회의 9월 22일 목요일 산행 중에 "홍천 공작산<강원20명산>+수타사계곡+맛기행"이라는 타이틀을 발견했다. 해서 계획을 자세히 살펴본바 내가 원하는 딱 그런 산행이다. 한 산의 모든 걸 즐긴 후 맛집을 찾아 하산주를 마시는! 프로젝트가 없어 개점휴업인 상태가 아니면, 휴가라도 내고 다녀와야 할 산행으로, 이런 산행을 기획한 (평소 유심히 지켜보던) 인솔 대장에게 무한히 감사할 따름이다!
현재 일기예보에 의하면 산행 당일, 맑은 날씨에 기온은 24도 내외라 수영을 즐기기에는 좀 추울 수 있으나 산행에는 최적 날씨로 보인다. 해서 수영할지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만약에 대비해 갈아입을 옷을 가져가고, 점심은 양재역 청과물 가게표 김밥으로 할 예정이다. 그리고 산행 때는 물 한 통과 김밥 한 줄만 들고 갈까 생각 중이다.
2 - 1
일요일 백두대간 지기재~화령재 산에 비하면, 무게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6시 40분경 양재역에 도착해, 개찰구로 나가 청과물 가게가 영업 중인지 확인했다. 다행히 영업 중이라, 바로 가서 점심으로 먹을 김밥 훈 줄을 사서,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12번 출구로 나가 국립외교원 앞으로 갔다. 오늘이 평일이 맞나 궁금할 정도로 많은 등산객으로 붐비고 있는 외교원 앞에 도착해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서초구청 주차장 석축에 앉아, 먼저 차에 가지고 탈 것을 꺼낸 다음, 주머니에 있던 김밥을 디팩에 넣었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등산객은 어디 소속일까 궁금해, 국립외교원 앞에서 양재역 1번 출구에서 출발하는 안내산악회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없다. 그렇다면, 폐쇄산악회라는 건데, 폐쇄 산악회가 평일 산행을? 혹시 회사 동호회?
건너편 등산객 소속이 어디일까 추측하며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6시 53분에 6시 50분 출발 예정이었던 여수 '돌산도'행 버스가 도착해, 승객을 태우고 떠나자, 7시 정각에 마곡사행 버스를 선두로 7시 출발 버스가 속속 도착하고 출발했음에도, 공작산행 버스는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번 대간 산행 때와 같이 혹시 버스 앞 유리의 목적지를 잘 못 보지 않았나, 고민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남은 등산객은 예닐곱에 불과했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다 공작산행으로 보여 일단 내가 실수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안심했다. 그런데, 7시 10분이 가까워짐에도 버스가 보이지 않자, 주변의 등산객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자, 등산객 중 한 명이 공작산행을 기다리냐고 묻더니, 사당에서 6시 50분에 출발해야 하는 버스가 문제가 생긴 지하철을 타고 오는 등산객을 기다리느라 늦게 출발했다고 늦는 이유를 설명한다. 어차피 지각한 등산객을 기다리느라, 버스가 늦는다는 걸 다 알고 있는 등산객들이라, 굳이 설명이 필요 없지만, 지하철에 문제가 생겼다고!?
무언가 해명이 마음에 안 들지만, 그러려니 하고, 사당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빨간 버스가 보인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외교원 앞에 정차했다. 7시 출발 버스가 7시 12분에 도착하는 순간이다. 일단 배낭을 짐칸에 싣고, 갈아입을 옷과 버스 내에서 사용할 장비가 든 파우치를 들고 탔다. 그런데, 버스를 기다릴 때 주변의 등산객에게 해명했던 사람이 인솔 대장과 통화한 산꾼이라 생각했는데, 인솔 대장 본인이었다는 사실에 잠깐 놀랐다. 어쨌든 버스는 계획보다 13분 늦게 양재 국립외교원 앞을 떠나, 막힘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8시 19분에 가평 휴게소에 도착했다. 가평 휴게소에서 신선한 공기를 들이켠 후 다시 버스에 타서, 인솔 대장이 준비한, 들고 가봐야 쓰레기밖에 되지 않는, 산행 지도를 사진으로 찍었다. 역시 예상대로 지도에는 우리가 가야 할 식당의 메뉴도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자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는데, 마지막 봉우리에서 귕소 방향으로 정확히 가야 한다고 몇 번 강조한 거 외에 별다른 건 없다. 그리고 식당 메뉴에 관해 얘기했다. 산행 날머리 식당이 다 그렇듯이 주 메뉴가 백숙인데, 도착 전에 미리 주문해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어진 1 시간 내에 먹고 갈 수 있으므로 중요하다. 미리 주문이 필요한 백숙과 능계탕 먹을 사람 손을 들어보라는데, 백숙을 원하기는 하나, 3명을 포섭해야 가능한 메뉴라, 포기하고 인삼 대신 능이가 들어간 능계탕에 손을 들었다. 해서 총 28명의 인원 중 일행으로 보이는 8명이 백숙을 11명이 능계탕, 나머지는 현장에서 알아서 하기로 했다. 물론 식당에 가지 않을 인원도 파악해 날머리인 수타사에서 관광을 하고 있으면, 식사가 끝난 후 다시 돌아오겠다고 했으나, 한 명도 없었다. 애초 공지된 산행 계획에 맛기행이라 못을 박았으니!
비록 예정보다 13분 늦게 양재 국립외교원 앞에서 출발했지만, 평일이라 그런지, 들머리인 공작현에는 계획대로 9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인솔 대장의 마지막 언급을 끝으로 산행 안내가 끝났다. 마이크가 꺼져 다시 책을 읽다가, 버스가 급경사를 오르기 시작할 때 등산화로 갈아 신는 등 등산 준비를 마쳤다. 역시 예상대로 정확히 9시 30분에 버스는 공작현에 도착하자, 이미 차에서 준비를 마친 등산객은 산행을 시작했으나, 그렇지 못한 승객이 등산 준비하는 동안,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입고 있던 바람막이를 벗어 거기에 넣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계단으로 올라가 지도를 기록으로 남긴 후 당연히 산불감시 초소라 생각한 건물을 보고 의아했다. 공작산 "등산 안내 센터"다. 그리고 지도 앞에 우리 일행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 나를 포함 몇 사람이 지도를 보고 있으려니, 갑자기 막대를 들고 공작산 코스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등산 안내원이다. 물론 같이 가는 건 아니고. 웬만한 대한민국의 산은 거의 다 가봤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같은 홍천에 있는 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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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했던 설명의 반복이라 새로울 건 없으나, 그래도 성의를 봐서 끝까지 들어주고 9시 34분에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다. 아주 당연히 급경사로 시작하는 등산로지만, 길의 상태는 좋아, 경사에 비해 체력 소모는 적었다. 그렇게 공작현에서 2.7km의 공작산 정상으로 향해 9시 56분에 문바위골 갈림길을 통과해, 10시 9분에 공작산 정상 1.2km의 거리에 있는 작은 봉우리에 도착해 앞을 보니, 울창한 숲사이로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공작산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깝게 보인다. 해서 긴가민가했는데, 결과적으로 맞다! 숲 사이로 보이는 정상을 사진으로 남긴 후 다시 길을 재촉해 10시 18분에 정상으로부터 730m 거리에 있는, 안골 사거리를 통과했다.
하늘을 뚫을 거같이 쭉 뻗은 조림지를 지나, 계속 올라가자, 밑에서 본 대로 암봉이라, 등산로는 그나마 안전한 9부 능선을 따라 나 있고, 지자체에서 안전시설로 밧줄을 매어놓아 잡고 갈 수 있게 했다. 그 구간을 통과해 올라가자 안부다. 왼쪽은 무명의 암봉이고, 오른쪽이 정상이다. 등산객은 가지 않는 왼쪽의 암봉이 전망대로 공작산 정상의 모습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올라갔지만, 널찍한 바위 정상이라 전망대로는 제격인데, 주변의 숲이 너무 울창해 공작산 방향은 전혀 볼 수가 없고, 그 반대편인 홍천 방향만 간신히 볼 수 있었다. 크게 실망하고 전망대라 생각한 암봉에서 내려와 안부로 가서 보니, 삼거리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40m다.
공작산이 바위 봉우리니, 당연히, 안부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바위 능선이고, 안전시설로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어차피 기어가기는 마찬가지인데, 밧줄이 있을 필요가 있나? 생각하며, 올라가자, 앞을 작은 암벽이 가로막고 있으나, 쉽게 올라갈 수 있는 모양새다. 물론 등산로는 우회하고 있다. 해서 등산로를 무시하고 암벽으로 기어 올라가는데, 밑에서 올라오던 여성이 ‘전망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 말을 듣고 위를 보니, 숲에서 떨어져 나온 전망대가 보인다. 해서 그 여성에게 '전망은 좋아 보입니다.'라고 답해 주고 계속 올라가 그 전망대에 서 보고, 감탄했다. 역시 산은 이 맛에 오른다. 전망대에서 주변을 감상하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소음이 들려 뒤를 보니, 그 여성이 벌써 도착해, '따라오기 잘했다!'라고 한마디 해 전망대를 양보하고 정상 방향으로 갔다.
10시 45분에 정상을 찍고 돌아와야 하는 약수봉 갈림길에 도착해 배낭을 두고 갈까 하다가, 내려놓고 다시 메고 하는 절차가 귀찮아 배낭을 둘러메고 정상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갈림길에서 정상까지의 바위 능선을 타는 재미가 쏠쏠하다. 물론 등산로는 안전하게 느껴지는 우회로를 따라 안전시설을 설치했으나, 정규 등산로가 아니라 바위 봉우리를 기어오르는 재미가 좋았다. 물론 바위 봉우리에서 내려가는 재미도. 멀리서 정상을 봤을 때 두 바위가 마주 보고 있는 거처럼 보였는데, 정상이 오른쪽이고 왼쪽은 우회하게 등산로가 있었으나, 꾼들은 외쪽 암봉도 올라갔다. 그 왼쪽 바위 봉우리에서 내려가자, 다시 등산로는 정상을 우회한 후 반대쪽에서 올라가게 만들어졌으나, 정면에서 치고 올라가도 될 거 같아, 등산로를 무시하고 올라가자 바로 정상석 뒤로,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고 있어, 방해가 되지 않게, 밑에서 기다리다가 정상석이 비었을 때 올라갔다.
정상에 등산객이 몇 사람 없고, 공작산이 까만 소 인증처가 아니라, 붐비지 않아, 등산객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물결처럼 뻗어 나가는 주변의 모든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산세를 사진으로 남기고, 등산로가 아니라, 왔던 방식 그대로 리지로 10시 57분에 다시 약수봉 갈림길에 도착해 보니, 몇 명의 등산객이 이정표 주변에서 쉬면서 간식을 먹고 있다. 아직 이른 시간이나, 아침을 먹고 오는 경우가 드문 안내산악회 산행이라면 이해가 되는 모습이다. 삼거리에서 약수봉으로 향해 하산하는 등산로는 암릉으로 약간 위험하기도 했으나, 오랜만의 바위 능선 산행이라 마음껏 즐기며 내려갔다. 물론 우회하는 등산로를 버리고 바위 능선으로. 하산주 마실 시간이 따로 책정된 산행이라, 날머리에 일찍 도착해봐야 할 일도 없어, 등산로를 벗어난 곳에 있는 전망대 또한 빠트리지 않고 방문했다.
약수봉으로 향해 암릉을 내려가며 보니, 산성의 흔적으로 보이는 곳이 몇 군데 있어, 이 글을 쓰며 홍천의 산성을 구글링해보니, 대미산성이라고는 있는데, 공작산에는 산성에 관한 얘기가 없다. 그럼 산성이 아니라, 등산로를 정비하다가 나온 돌을 모아 놓은 건가? 암릉을 내려가 흙길로 들어서는 순간 양재에서 산 김밥을 어떡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비록 늦은 점심이기는 하나, 3시 30분에 미리 주문한 능계탕을 먹기로 했고, 그렇다고 김밥을 그냥 들고 귀가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일찍 먹어 치우기로 했다. 해서 배낭에서 김밥을 꺼내 급할 건 없으나, 평소 대간 달리던 습관대로 먹으면서 길을 갔다. 김밥을 꺼낸 시각이 11시 13분으로 점심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고 다른 등산객과 달리 꼭 아침에 끓인 누룽지를 먹고 출발하니, 특별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었으나, 시장이 반찬이라고 능계탕을 맛있게 먹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암릉이 끝나고 특별한 거 없는 흙길을 따라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 헉헉대며 이름 모를 봉우리에 올라가는데, 정상 직전에 등산 앱이 음성으로 이름 있는 봉우리에 도착했음을 알려준다. 이번 산행에서 내가 아는 봉우리는 공작산과 약수봉 두 개인데, 약수봉에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으니, 하나가 더 있다는 얘기다. 궁금해서 등산 앱을 확인하니, '수리봉'이다. 수리봉? 다시 힘을 내 정상에 도착하자, '서래이'가 나무에 묶어 놓은 명패가 보인다. "수리봉 755m'다! 어쩐지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았는데, 해발이 꽤 높다! 공작산과는 2.01km, 약수봉과는 2.71km 거리로 그때 시각이 11시 51분이다. 마감까지는 아직 3시간 40분이나 남았다. 이 속도면, 날머리 주차장에 마감 한 시간 반 전 도착이다. 속도를 늦추지 못하니, 딴짓을 해야 한다는 소리다. 딴짓이란 별것이 아니라, 등산로에서 벗어난 봉우리도 갔다 온다는 얘기다. 물론 전망대가 있으면 주변 경치도 사진으로 남기고.
속도는 늦추지 않고, 주변의 온갖 것들을 감상하며 유유자적 가자, 흙길이 끝나고 다시 암름 하산길이다. 바위에는 쇠봉으로 계단을 만들고, 그 옆에는 밧줄도 설치되어 있다.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를 제외하고는 인공물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밧줄을 무시하고 철봉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철봉 계단 또한 인공물이라는 번뜩 떠올랐다. 속으로 웃으며, '철봉 계단이나, 밧줄이나'라며 자신을 비웃고는 철봉 계단을 사용하지 않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급경사의 바위에서 미끄러져 손바닥의 피부가 벗겨지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나마 피를 보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계속 길을 가자 다시 흙길이다. 최고의 산행 코스다! 지루할 만하면 암릉, 힘들다 싶을 즈음 흙길! 그 흙길을 따라 12시 24분에 신봉리(귕소) 삼거리에 도착했다. 지치고 힘들거나, 시간에 쫓긴다면 여기서 하산하면 된다.
약수봉까지 남은 거리는 1.23km! 신봉리 삼거리를 통과해 9분가량 가자, 이정표가 있다. 약수봉까지 남은 거리는 900m!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인솔 대장이 버스에서 이번 산행 코스에 관해 설명하다가, 임도를 지나, 약수봉 올라가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 그 구간이 앞에 있다. 등산 앱으로 확인한 현재 고도가 500m가 넘는다. 약수봉은 해발 558m. 이대로 죽 이어진다면 힘들 이유가 없다. 고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간다는 얘기다. 문제는 ‘얼마나 떨어지느냐?’다. 예상대로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그렇게 한참을 내려가자 저 밑으로 흰색 자가용이 보인다. 여기서 약수봉으로 얼마나 올라가기에 가장 힘든 구간이라 하는지 궁금해 임도에 도착한 순간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391m다! 그럼 오차를 고려해 고도 180m 정도를 올려야 한다. 산행 막바지에 180m가 쉽지 않은 건 맞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힘든 높이는 아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체력 소모가 거의 없어, 180m를 올리는 건 힘든 게 아니나, 대장 말을 무시할 수도 없어, 경사가 대단히 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그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임도 사거리를 떠나, 400m 거리의 약수봉 정상으로 향했다. 시작부터 올라가는 거야 이상할 게 없는데, 50여 미터를 가더니, 다시 급경사 하산길이다. 문제는 임도가 아니었다. 더 깊은 골이 기다렸다. 해서 고개에 도착해 다시 등산 앱으로 고도를 확인했다. 383m! 임도보다 8m 더 내려왔다. 8m야 별것이 아닌데, 임도에서 두 번째 고개까지 100여 미터는 약수봉 올라가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해서 경사도를 계산해 봤다. 남은 거리가 300m, 올려야 하는 높이가 188m가량. 이정표 거리가 도상 거리면 경사각은 사인인가? 코사인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급경사를 올라, 두 번째 고개에서 오르기 시작한 지 18분 만에 약수봉 정상에 도착했다.
고도 180m, 도상 거리 300m를 올라오는데, 비록 중간에서 볼일을 보기는 했으나, 18분이 걸렸다는 건 문제가 있다. 어쨌든 대장의 경고보다는 쉽게 정상에 도착해 보니, 임도 사거리에서 같이 출발한 3명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어, 일단 주변을 둘러봤다. 정상이 울창한 숲 안이라, 숲에 가려 주변이 명확게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숲 사이로 가리산 등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먼저 도착한 등산객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기고, 1시 13분에 약수봉 정상을 떠나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했다. 아래로 보이는 마을을 감상하며 내려가, 1시 30분경부터 대간 산행에서는 들을 수 없는 요란한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1시 46분에 사실상 하산이 끝나는 '귕소 흔들다리'가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다리 입구에 도착해 보니 삼거리다. 다리를 건너, 신봉마을 거쳐 수타사로 가는 길과 계곡을 따라 수타사로 가는 길이다. 대장이 언급했던 용담은 계곡을 따라가는 길에 있다. 그런데, 산행 계획이나, 대장의 코스 설명 어디에도 어느 길로 가라는 얘기가 없다. 다만, 계획의 코스 설명에는 '귕소 방향 → 귕소 출렁다리 → 수타사'로 되어 있어 다리를 건너야 할 거처럼 보인다. 그런데 난 용담이 궁금하다. 귕소도! 해서 예의상 흔들다리를 건너며 계곡을 보니, 상류에서 잘 아는 대간꾼이 씻고 있다. 나도 저기서 씻고 갈까 하다가, 씻은 발에 신었던 양말을 다시 신는다는 게 내키지 않아, 주차장 부근에서 씻기로 하고, 흔들다리 끝으로 갔다, 그 끝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에 정자가 있다. 말소리가 들리는 거로 봐서 관광객인지 등산객인지 모를 몇 사람이 쉬고 있는 거 같았다. 정자를 확인하고 발걸음을 돌려 다시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다시 건너, 원위치했는데, 다리 현수교의 쇠줄을 잡은 지지대에 무언가 움직이는 게 보여 유심히 보니, 도마뱀이다. 그 색깔이 지지대와 비슷해 잘 보이지 않지만, 도마뱀 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계곡이라기보다는 강을 따라 100여 미터를 내려가자 ‘귕소’ 안내문이 있다. 처음 산악회 산행 계획에서 귕소라는 글을 봤을 때, '소'는 당연히 계곡의 물웅덩이라는 걸 알겠는데, '귕'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그 안내문의 내용은 여물통을 귕이라고 한단다. 말인즉 구유의 사투리다. 구유를 닮은 소라는 얘기다. 가까이에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계곡으로 내려갔다. 폭이 좁고 길쭉한 게 구유다. 궁금증을 해소하고 다시 등산로로 올라와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가자, 암릉 구간에는 잔교가 설치되어 있다. 돈을 많이 들인 산책로다.
계곡이라고 부르기에는 문제가 있어 보이는 물길을 따라 난 산책로로 계속 내려가, 용담 100m 전방 삼거리에 도착했다. 분명 길은 삼거리인데, 이정표는 위로 올라가는 계단에 관한 정보가 없다. 그건 홍천에서 알아서 할 문제고, 내가 궁금한 건 용담이라, 계곡으로 내려가려고 보니, 지난 폭우 때문인지, 길 상태가 좋지 않다. 그리고 곳곳에 사망 사고 지역으로 물놀이를 금한다는 플래카드다. 그런 것에 겁먹을 인간이 아니라, 다 무시하고 용담으로 갔다. 용담의 내력은 모르나, 이름만으로도 용과 관련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지라, 과연 그런가 확인했다. 맞다! 큰 용은 아니고 작은 용이 살만한 깊이와 길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담에는 물고기들이 노닌다. 꺽지가 유유자적 돌아다니는 건 여기서 처음 본다.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리라.
찍을 거 다 찍고, 감상할 거 다 감상한 다음, 용담을 떠나 저 아래로 보이는 다리를 건너 수타사로 가기 위해 그 자리를 떠나는데, 갑자기 옆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쳐다보니, 뱀이다. 이무기로 변태하기 위해 나를 먹이로 삼아 슬금슬금 접근하다가, 갑자기 내가 움직이는 것에 놀라 바위 밑으로 떨어진 모양새다. 그런데 이놈이 무자치가 아니라, 살무사다! 고로 내가 목표라는 게 맞다! 괘씸하지만, 계속 지켜보고 있으면, 좋지 않은 선택을 할 상황이라 조용히 그 자리를 떴다. 물론 또 다른 이무기가 목표인 살무사가 있나,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5~6m를 갔는데, 등산객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 용담을 보니, 그놈이 물로 뛰어들었다. 주위의 시끄러운 소리에 위협을 느껴 뛰어든 분위기다. 해서 후다닥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 동영상을 찍으며 그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반대편은 직벽이라, 뱀이든 뭐든 올라갈 수 없다. 그리고 작은 뱀이 올라가 쉴 만한 공간이 직벽을 따라 계곡 위에 있는데, 물이 묻은 몸이라 계속 미끄러진다. 그러면 다시 물로 뛰어들어 처음 도착한 곳으로 내려가 올라갈 수 있는지 확인해 보고, 다시 올라온다. 보는 사람이 안타갑게 이 행위를 반복한다. 물뱀도 아닌 놈이 계속 반복하다가 지쳐 죽는 상황이라, 건져주고 싶은 심정이 간절하나, 방법이 없어, 응원만 하며 지켜봤다. 그렇게 서너 번을 시도하다가, 내가 생각한 장소가 아닌, 더 위로 올라가서 약간 경사진 바위로 올라갔다. 그 이상은 직벽이라 더 올라갈 수 있을 거 같지는 않아, 주변이 조용해지면 다시 건너오든가 아니면, 용이 되어 승천할 거라 믿고 그 자리를 떠나, 수타사로 갔다. 산책로로 들어서니, 용담 소개문이 있는데, 예상대로다, 다만, 용담과 박쥐굴(이라는 동굴?)이 통한다는 건 새로운 얘기다. 박쥐굴이 얼마나 깊고 큰지 모르겠지만, 용담 자체의 규모만으로는 용이 승천하기에는 작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계곡을 건너 수타사 방향에 주차장이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고로 ‘귕소 흔들다리’를 건너 수타사로 갔으면 수타사 앞다리를 왕복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 물론 귕소와 용담 구경은 못했을 거지만. 수타사 다리를 건너고 나서야 그걸 깨닫고, 절 직전 쉼터 의자에 배낭을 두고 카메라와 핸드폰만 들고 수타사로 갔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문이 천왕문이 아니라 봉황문이라 약간 당황했는데, 그 안의 인물은 사천왕이다. 천왕문을 봉황문이라고 부르기도 하나? 천왕문이든 봉황문이든 사천왕을 통과한 이상 제일 먼저, 본존불에게 달려가 신고 후 삼성각으로 옮겨 무사 산행을 산신에게 감사했다. 끝으로 늘 절에 가면 맛보는 감로수 두 잔을 마시고, 수타사에서 나왔다.
쉼터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던 배낭을 둘러메고 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며, 그놈이 용이 되어 승천하기를 빌었다. 그리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용담을 다시 기록으로 남기고, 계곡을 따라 난 산책로로 유유자적 내려가 술로 유혹하는 상가를 지나자, 저 아래로 빨간 버스를 포함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주차해 있는 게 보인다. 그 시각이 2시 44분으로 마감 3시 30분보다 46분 빠르고, 내 계산보다는 아주 많이 빨리 산행을 마감했다.
3
먼저 배낭의 땀을 말리고, 냄새를 없애기 위해 버스 옆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벗어 두고, 버스에 올라, 등산화와 양말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그리고 수건과 카메라, 핸드폰을 들고, 주차장 뒤편 수타사 계곡으로 갔다. 물론 씻기 위해. 사실 귕소에서 용담까지 내려오는 동안, 알탕을 유혹하는 소가 몇 곳 있었으나, 씻은 후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 꺼림칙한 기분이 싫어, 그냥 내려온 거라, 알탕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대형 차량 주차장 뒤편에서 말도 안 되는 얘기라 웃통만 벗고, 가능한 많은 부분의 땀을 씻었다. 그리고 친한 산꾼이 기다리는 편의점으로 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대간 얘기를 나눴다. 물론 그 동안에도 주자창을 계속 주시했는데, 마감 10분 전임에도 등산객이 보이지 않아,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건가 궁금해 버스로 갔다.
버스로 가보니 뭉처 있지 않아서 그렇지, 시간에 맞춰 버스로 오고 있는 등산객 포함, 여기저기 산재한 등산객을 보니, 거의 다 온 거 같았다. 그리고 마감 5분 전에 대장이 버스에 타라고 통보해, 차에 탄 후 주위를 둘러보니, 몇 자리가 비었음에도, 인솔 대장이 기사에게 출발하자고 한다. 빈자리의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인솔 대장이 대단히 마음에 든 순간이다. 산행이 끝나고, 하산주를 위한 맛기행 시간을 갖고, 오지 위주에, 칼같이 시간을 지키는 모든 게 마음에 들어, 앞으로 웬만하면 이 인솔 대장 산행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태풍 때문에 2023년으로 연기된 지리산 봉산골 산행 인솔 대장도 같은 사람이다.
정확히 3시 30분에 수타사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5분가량 가서, 정차한다. 공작산 맛집에 도착한 거다. 버스에서 내려 식당으로 들어가자, 산행 전 예약했던 음식은 이미 세팅이 끝난 상태로 자리를 잡고 앉으면 됐다. 친한 산꾼과 나란히 앉아, 술을 주문하려고 보니, 능계탕을 주문한 11명이 같이 앉다 보니, 계산이 애매하다. 해서 산꾼이 개개인에게 술을 어떻게 할 건지 물었는데, 우리 둘을 빼고 유일하게 한 사람만이, 맥주를 원했다. 계산이 아주 간단해지는 순간이라, 우리 둘이는 맥주 한 병과 빨갱이 두 병을 주문했다. 역시 사전 주문이 좋은 게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은 지 채 3분도 되지 않아, 능계탕이 나와, 밑반찬을 안주로 술을 마시지 않아도 됐다. 각자 능계탕을 안주로 소맥 두 잔을 마신 후 본격적으로 빨갱이를 마시기 시작했다. 주 대화는 편의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나눴던 대간과 그 밖의 산행에 관한 거였다. 와중에 밑반찬도 대단히 훌륭한 게 맛 집이 맞다!
버스가 출발하기 10분 전부터 등산객이 식당에서 나오기 시작해, 볼일을 보고 주변을 구경한 후 마감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서울로 출발했다. 식당에서 술을 마시다 들은 얘기지만, 와중에 두 명이 낙오했는데, 대장과 통화해서 식당으로 바로 오기로 했다고. 빈자리의 의문도 그렇게 풀렸다. 어쨌든 수타사 아래 맛집을 떠난 버스는 5시 14분에 오전에 들렸던 가평 휴게소로 다시 들어갔다. 마침 볼일이 급했던 터라, 서둘러 내려 볼일을 보고 주변을 구경한 후 버스에 타고 보니, 모두 날 기다리고 있었다는 표정이다.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확인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출발한다. 의도한 건 아니나, 휴식에 주어진 시간에 딱 맞춰 복귀한 거다. 그나마 시간을 초과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깨어보니, 서울이다. 그리고 7시 8분에 양재역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는 거로 오랜만에 맛본 아주 즐거운 산행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오지 팀 계획대로 '공작현 → 835봉 → 공작산 → 인공작재 → 수리봉 → 작은골 고개 → 약수봉 → 귕소 방향 → 귕소 출렁다리 → 수타사 → 주차장'의 12.18km(트랭글)를 5시간 15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14분, 휴식 1분!
공작산이 까만 소 100에서 빠진 이유가 궁금해지는 산행이었다.
10km가 조금 넘는 거리, 적당한 높이와 기복, 그리고 계곡과 맛집 모든 걸 다 갖춘 산행이다.
인증을 위한 ‘1일 2산’의 ‘공작산+가리산’이 아니라, 공작산과 가리산 각각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산행을 권한다. 두 산 모두 하루를 다 써도 아깝지 않게 그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멋있는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