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추모사-박성림
친구들이 시인이란 별명으로 부르는 것 참으로 버거운데
요즈음은 노골적으로 누명을 씌우는 참에 그 죄와 벌로
오늘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몇 핑계로 추모의 글 시작을 못했는데 연락이 닿아 엊그제
오정환 동기 모친상에 잠시 들러 오는 사이 배재88 친구들의
추도와 또 다른 추모가 먹구름에 햇빛만큼이나 마음도 몸짓에
부딪히며 국화 한 송이에 뭉클함이 만져졌습니다.
벌써 칠순이라고, 그래?
1966년 여의도 샛강이 나지막이 보이는 언덕에 앉아
중학교 시험 치른다며 동무들과 함께 부르던 노랫말
누가 혹시 기억 하시나요?
도라지꽃은 보랏빛 언니가 좋아하는 꽃
나리꽃은 빨간빛 내가 좋아하는 꽃
나들이 옷 갈아입고 외할머니 댁에 갈 때면
1967년 배재중학교 1학년 학창시절
시조 하여가를 본떠 글을 썼다가
1923년 평양에서 나시어 6.25전쟁 때 남쪽으로 오시고
전전긍긍 살아가시던 아버지 크게 역정을 내심에
글 만지기를 접었던 기억입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자식들 앞날들이 이런들 저런들 하여도
내인생 살아감이 오늘 이런들 저런들 하네
오늘 아버지께서 또 말씀 하십니다.
그래,
벌써 칠순이 되었냐고!
제목, 국화(菊花) 한 송이
꽃(花)을 꽃이라 부르지 않으랴
그대는 어찌
봄날에 잔치이더니
흰눈 내리는 길가에 찬바람
겨울 앉는 바위가 되었는지
비(雨)를 비라고 부르지 않으랴
그대는 어찌
산자락 안개이더니 찻잔에 올라 앉아
무지개 피어나는 흰구름 띠를 둘렀는지
친구(親舊)를 친구라 부르지 않으랴
그대는 어찌하여
강 이편에 동관 친구이더니 우리들 마음 장막
강 저편에 서서 사뿐히 친구라 부름이 없는가
논밭을 지나니
뜸북새 울었나요 풀밭을 건너니
귀뚜리 울던가요
엄마 곁에 드리고 온
국화 한 송이에 친구 곁에 남겨놓은
추억과 그리움 두 여정에
하늘색은 푸른데 스치는 바람은
슬피 애를 써서 달빛을 가리우네
감사합니다.
배재88 2023년 송년회 12월18일 박 성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