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전쟁'.
'경제 전쟁사'에서 가장 위대한 싸움 중 하나였다.
'코카콜라'(이하 코크)의 철옹성을 '펩시콜라'(이하 펩시)가 뛰어 넘기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쟁 초기에 세상 사람들은 저마다 그렇게 생각했다.
'코크'는 워낙 막강한 군단이었다.
그런데 '펩시'엔 뛰어난 리더, 'JOHN SCULLY'가 있었다.
처음엔 '코크'의 병(용기) 때문에 그들이 승승장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병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돈과 열정을 쏟았지만 허사였다.
병은 아니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고객들의 니즈를 다양하고 철저하게 재조사했다.
정형화되고 고착화된 병의 문제가 아님을 알았다.
다양한 디자인의 용기개발, 번들판매, 과감한 마케팅 투자로 전략을 수정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펩시'는 끝내 '코크'를 누르고 왕좌를 차지했다.
세계를 흥분케 했던 희대의 '콜라전쟁'이었다.
그 전쟁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 바로 펩시의 영웅, '존 스컬리'였다.
어느날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스컬리'를 찾아갔다.
함께 일하자며 그를 설득했다.
"스컬리, 우리에겐 자네같이 준비된 인재가 필요하네. 최적임자가 바로 당신이야. 당신은 언제까지나 그까짓 설탕물이나 팔면서 인생을 보낼 셈인가?"
'잡스'의 설득은 집요했다.
그리고 끝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였다.
'스컬리'가 '잡스' 진영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함께 일하다 보니 두 장수는 디지털 메가 트렌드를 바라보는 시각과 일에 임하는 방식이 현저하게 달랐다.
'잡스'는 테크니컬 프로세스로 세상을 일신하고 싶어 했으나 '스컬리'는 마케팅과 고객감동으로 전투를 치르고 싶어 했다.
둘 다 천재였고 뛰어난 리더였지만 전략은 상이했다.
갈등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성격도, 성공 노하우도 달랐다.
끝내 '스컬리'에 의해 '잡스'는 자신의 회사에서 쫒겨났다.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것이었다.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었다.
'잡스'를 축출하고 큰 성과를 낼 것 같았던 '스컬리'도 토양과 문화가 다른 곳이라 건강하게 착근하지 못했다.
착근의 실패는 고사를 의미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악티움 해전'의 전개와 교훈도 비슷했다.
지중해의 패권과 권력의 명운을 걸고 치열하게 부딪혔던 걸출한 두 장수가 있었다.
바로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였다.
해전에 능했던 '옥타비아누스'와 육상에서 잔뼈가 굵었던 '안토니우스'는 병법, 전략, 부대운용 패턴에 큰 차이가 있었다.
'악티움 해전'의 결과는 뻔했다.
'안토니우스'의 참패였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 전쟁의 결과로 제2차 삼두정치는 막을 내렸다.
자신의 밭에선 밀이었으나 다른 농장에선 천덕꾸러기 잡초에 불과했다.
그랬다.
음료와 마케팅으로 큰 성공을 거뒀던 장수가 디지털 디바이스 조직에서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며 승승장구할 거라던 세인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렇게 용두사미의 모습으로 끝내 '스컬리'도 물러났다.
그 이후로 2명의 CEO가 애플의 키를 잡았지만 추락하는 사세를 다시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속수무책이었다.
구원자가 필요했다.
다시 뼛속까지 이노베이터였던 '잡스'가 컴백했고 절치부심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2006, 2007년 경부터 혁신과 진보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끝없는 연구와 몰입의 결과였다.
'잡스'는 세상을 점진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해 열정을 쏟았던 게 아니었다.
종래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
과거에 보지 못했던 디지털 다바이스로 세상을 일신하고 싶었다.
그의 혜안과 통찰력은 과연 놀라웠다.
괄목상대였다.
'잡스'의 천재성과 놀라운 인사이트 덕분에 전 지구는 순식간에 그의 마법 속으로 빠져 들어갔고 완전히 매료되었다.
세계적인 열광이었고 몰입이었다.
오대양 육대주에서 디지털 광신도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전무후무했던 위대한 천재.
'잡스'는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세상은 한 사람의 혁신가를 잃었다.
하지만 그가 남기고 간 창의성과 업적은 측정하기 힘들만큼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지구인의 가슴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쉴 것이다.
세상은 끊임 없이 변하고 있다.
한번 성공한 자가 차후에도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환경도, 일하는 방식도, 각종 프로세스도, 디바이스도 엄청나게 변했다.
이런 세태이기에 리더의 유연한 사고, 현명한 판단력, 굳센 실행력이 없으면 큰 조직도 하루아침에 망한다.
'대마불사'는 이미 오래 전에 고어가 되었다.
노키아, 소니, 후지, 대우, 기아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백척간두에서의 급전직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리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치 않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리더다.
각 가정의 가장이며 어느 분야의 부문장이고 여러 조직이나 단체의 책임자이기도 하다.
도도하게 굽이치는 격랑 속에서 각자가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지 수시로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과감한 수용성과 깊은 사유, 그리고 통찰력과 유연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한다.
콜라전쟁의 모티브로 글을 시작했지만 결국은 우리들의 삶의 모습, 살아가는 방식, 변화를 대하는 자세와 패턴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 지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 회사, 국가도 모두 각자의 전쟁터에서 치열하게 전쟁 중이기 때문이다.
삶의 현장이 곧 전장이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자.
세상의 흐름을 직시하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며 지속적으로 읽고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리라 믿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대양의 해류들처럼 눈에는 잘 띄지 않으나 엄청난 힘과 속도로 흐르고 있다.
이래저래 적응하기가 팍팍한 세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더욱 가슴이 뛴다.
멋지게 도전하고, 흔쾌하게 두드리며 열정적으로 살아볼 만한 세상이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오늘도 승리하는 하루 보내시길.
파이팅.
2012년 5월 25일.
더운 날씨에 콜라를 마시다가 머릿속에 번뜩 떠오르는 생각과 소재가 있어 빠르게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