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막으면 공장 사라진다” 현대차 노조에 날아든 경고장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6558
입력 2026.04.01 05:00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작업하는 모습. 사진 현대차
K로봇 연구
“로봇을 막을 순 없겠죠. 그래도 두 팔 벌려 환영할 순 없잖아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20년 가까이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김모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노동조합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지만 최근 진지하게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변심의 계기는 ‘아틀라스 쇼크’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6)에서 선보인 이 로봇은 꼭 노동자의 퇴장을 예고하는 서막 같았다.
현대차가 2028년 아틀라스를 미국 공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노조는 '합의 없는 로봇 도입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노조 울타리 밖에 있던 김씨 같은 이들마저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김씨는 “일자리 위협에 대한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이는 건데, 그 보호막 안에 들어가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혁신이 편리함을 넘어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현실이 될까. 노조라는 든든한 보험을 들어 두는 편이 나을까. 누군가는 기술에 반대하는 이 움직임을 신(新)러다이트 운동이라 부른다. 이 싸움의 승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노조는 마침 천군만마를 얻었다. 3월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이 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조의 쟁의 대상에 포함시킨다.
현대차 노조가 회사와 체결한 단협도 로봇 도입 반대의 명분이다. 단협은 회사가 신기계·기술의 도입, 기술상 사정으로 인한 인력 전환배치 등을 계획할 때는 조합에 통보하고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한도록 하고 있다(제41조 1항).
한 대형 로펌의 노동 전문 변호사는 “단협과 노란봉투법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노조 반대를 무릅쓰고 아틀라스를 당장 국내 공장에 도입할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현대차가 아틀라스를 한국에 당장 투입하기는 다른 이유로도 어렵다. 미국 공장에 투입돼도 2~3년은 실증해야 한다. 양산 능력도 확보해야 한다. 2월 27일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9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도 로봇 양산 능력 확보의 일환이다.
노조가 이걸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노조는 이런 현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노사 합의 없이 단 1대도 들어올 수 없다”(1월 22일 소식지)거나 “대안 없는 로봇 도입에 거대한 저항을 준비할 것”(2월 4일 성명)이라는 원론적 반대 입장을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현대차 노조가 진짜 원하는 건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2020년과 21년에 14.2%를 찍은 후 완만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엔 13%까지 떨어졌다. 노조 조직도 대기업 위주다. 2024년 기준 300명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35.1%지만, 100~299명 사업장은 5.4% 수준에 불과하다. 30~99명 사업장(1.3%)과 30명 미만 사업장(0.1%)은 노조의 존재감이 없다시피 한다.
현대차 노조도 조직력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원은 2024년 말 기준 3만9662명으로 처음으로 4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계속된다. 현대차에서 베이비부머 세대 노동자들이 매년 2000명 넘게 퇴직하고 있는데, 신규 채용은 700여 명에 그친다. 단순 계산으로 1300명(2000명-700명=1300명)씩 매년 직원이 줄어든다면 6년 만에 전체 노조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7800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노조가 ‘아틀라스, 동의 없이 1대도 못 들여온다’는 거요? 그건 엄포성으로 봐야죠.”
『울산 디스토피아』의 저자인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렇게 진단한다. 현대차 노조는 2025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정년 연장(만 60세→64세)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제시했다. 양 교수는 “노조는 새로운 기술이나 로봇 도입을 위한 재직자 훈련이나 재교육에는 관심이 없다. ‘정년 연장이 될 것 같냐’고만 묻는다”고 말했다.
노조가 정년연장 등을 이유로 로봇 도입을 계속 반대한다면 어떨까. 노동법 전문가인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대차가 꺼낼 카드는 하나뿐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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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막으면 공장 사라진다” 현대차 노조에 날아든 경고장
2026.03.19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12707
“로봇을 막을 순 없겠죠. 그래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는 없잖아요?”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20년 가까이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김모씨의 이야기다. 김씨는 노동조합과 거리를 두고 살아왔지만 최근 진지하게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 변심의 계기는 ‘아틀라스 쇼크’였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26)에서 선보인 이 로봇은 현장 노동자들의 마음을 온통 들쑤셨다. 사람 같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50kg를 번쩍 드는 로봇의 등장은 꼭 노동자의 퇴장을 예고하는 서막 같았다.
이 공포에는 실체가 있을까.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뒤뚱거리며 겨우 걸음마를 떼던 로봇(2000년 최초 휴머노이드 ‘아시모’)은 이제 뛰고 구르고 텀블링 같은 고난도 동작까지 척척 구사한다. 여기에 피지컬AI(인공지능)가 더해지면서 로봇은 사람보다 우월한 신체능력과 못지않은 지능을 겸비하게 됐다.
아틀라스 양산형의 작업 이미지. 사진 보스턴다이나믹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로봇 판매 매출은 처음 5억 달러(약 7200억원)를 넘어선 가운데 내년에는 44억 달러(6조3000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카운터포인트리서치)된다.
현대차가 2028년 아틀라스를 미국 공장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마당이니, 노조로선 당장의 일자리 위협으로 느끼거나 선제 대응할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다. 노조 울타리 밖에 있던 김씨 같은 이들마저 여기에 공감하고 있는 것. 김씨는 “노조가 일자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입장을 내놓는 것이라고 본다”며 “결국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이는 건데, 그 보호막 안에 들어가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혁신이 편리함을 넘어 일자리 위협으로 이어진다는 우려는 현실이 될까. 당신의 직업과 미래를 지키려면 지금이라도 노조라는 든든한 보험을 들어 두는 편이 나을까. 누군가는 기술에 반대하는 이 움직임을 신(新)러다이트 운동이라 부른다. 이 싸움의 승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대차 로봇 도입 어려운 이유: 노조가 ‘노란봉투법’을 득템했다
노조로선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마침 천군만마를 얻었다. 3월 10일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이 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을 노조의 쟁의 대상에 포함시켰다. 로봇 투입 결정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법리적으로 따져볼 문제지만, 노조가 쟁의의 명분으로 삼기엔 충분하다는 것이 노동법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김경진 기자
현대차 노조는 회사와 체결한 단체협약에도 안전장치가 있다고 믿는다. ‘회사는 신기계·기술의 도입, 신차종 개발 및 차종 투입, 작업 공정의 개선, 경영상 또는 기술상의 사정으로 인한 인력의 전환 배치, 재훈련 및 제반 사항은 계획 수립 즉시 조합에 통보하고 고용안정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한다(제41조 1항)’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
익명을 원한 대형 로펌의 노동전문 변호사는 “단협과 노란봉투법을 감안할 때 현대차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틀라스를 당장 국내 공장에 도입할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왜 K로봇 연구인가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핫합니다. 올해 1월 CES 2026 현장에서 아틀라스의 시연이 공개된 지 2주 만에 현대차 주가는 78% 이상 치솟았습니다. 새만금 로봇 클러스터 계획을 밝힌 지난달 27일엔 상한가(67만4000원)를 찍었고요.
증권가에선 “현대차가 생산 인력의 10%만 로봇으로 대체해도 연간 1조7000억원의 손익 개선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1인당 평균 연봉 1억5000만원의 고비용 인력 구조를 바꿀 거라 기대하는 거죠. 로봇이 우리 일자리를 넘보는 날이 정말 올까요?
더중앙플러스가 [K로봇 연구]를 시작합니다. 국내에 휴머노이드 바람을 일으킨 아틀라스의 실제 개발 수준부터 중국 로봇들의 공습 시나리오, 로봇 기업 분석 등 ‘로봇 사회’의 목전에서 주목해야 할 이슈를 직시합니다.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노사관계가 복잡해진 한국에서 ‘로봇 고용’은 언제쯤 가능할지도 따져봅니다